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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편의점보다 절이 많은 일본...스님들, 온라인 장례·명상 앱 비즈니스

[Mint] 日 불교시설 8만4000여곳
도쿄의 대형 사찰 ‘혼간지’는 커플 매칭·요가 수업·카페 운영

이태동 기자

입력 2021.03.26 03:00 | 수정 2021.03.26 03:00

 

 

 

 

 

일본 선사 료소쿠인의 스님 이토 도료가 만든 명상 앱 홍보 사진(위). 3개 국어로 서비스되며 월 960엔(1만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스님들이 ‘애완 동물 장례식’에 파견되어 명복을 빌어주고, 불교식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아래). 명복 빌기는 1만7000엔(17만7500원), 불교식 이름 붙여주기는 1만1000엔(11만5000원)이다. InTrip]

일본에선 동네 편의점보다 많은 게 절이다.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내 불교 시설(사찰과 포교소 등) 수는 8만4000여 개로 전국 편의점 개수(5만5000개)보다 53%나 많다. 관련 종사자(불교계 종교인)만 35만2000여 명에 달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신종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종교 집회 활동이 제한되면서 이들 불교계 종교인, 즉 스님들의 생존이 위협받게 됐다. 신도들이 사찰을 찾는 횟수는 물론, 장례식 같은 행사에서 스님을 찾는 일마저 크게 줄었다. 이는 사찰의 재정 문제와 직결된다. 전일본불교협회 조사(364개 대상)에 따르면 사찰 중 73%가 경영 불안을 느꼈고, 77%는 실제로 수입 감소를 겪었다. 예년보다 수입이 40% 이상 줄었다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결국 스님들이 새 ‘비즈니스 모델' 개척에 나섰다. 절 밖을 나오는 건 물론 온라인 방송도 서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비대면 행사가 우선적으로 시도된다. 장례식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장례를 대부분 불교식으로 치른다. 가족이 이전부터 다니던 절에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장례 전담 스님을 파견받는 경우가 많다. 이 수요를 온라인이 흡수하며 장례 업체 간 홍보전이 벌어졌다. 이이오보상(良いお坊さん·좋은 스님) 서비스가 그중 하나다. 유족들이 줌, 라인 영상통화, 유튜브 중 하나를 선택하고 위패를 보내면 담당 스님이 선택한 서비스를 이용해 장례를 중계 방송한다. 종파(宗派) 지정, 독경 읽기, 통신 장비 대여에 시주까지 총 비용은 4만~5만엔(약 41만~52만원) 수준이다.

스님이 장례에 직접 파견 가는 일도 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인 경우다. 장례 업체 슈라쿠(終楽)는 이번 달부터 ‘눈물이 주룩주룩(涙そうそう) 원스톱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스님들이 직접 애완동물 장례를 치러주고, 동물에게 ‘계명(戒名·불교인이 된 자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까지 해준다. 업체 측은 이를 위해 전국 800개 사찰과 제휴, 스님을 파견해 준다.

 

스님이 직접 앱 비즈니스도 한다. 교토의 600년 전통 선사(仙寺) 료소쿠인(両足院)의 ‘인트립(InTrip)’ 유료 명상 앱은 부주지 이토 도료(伊藤東凌) 스님이 만들었다. 월 980엔(1만원)을 내면 매일 10분 명상, 료소쿠인 오리지널 명상, 명상 음악 등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1만5000명 이상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 이 사찰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유료 좌선회'도 연다. 일본어 외에 영어와 중국어도 제공된다. “불교의 엔터테인먼트화로 신도를 모은다”며 직접 유튜버로 나선 스님, 본당에 기업 연수 프로그램을 유치한 사찰도 있다.

도쿄의 대형 사찰 혼간지(本願寺)는 아예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시작으로 커플 매칭, 요가 수업, 카페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혔다. 은행원 출신의 야스나가 유겐(安永雄玄) 종무장은 “스님이 절 안에 앉아 요청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며 “미국 아마존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응하듯, 사찰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조계종 관계자는 “우리 불교에도 비대면 법회는 널리 퍼져 있고, 유튜브 설법을 하는 스님들도 없지 않다”면서 “그러나 ‘정도(正道)’를 벗어난 수준의 활동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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