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 이야기

장미꽃 넝쿨 아래서

 

 

 

장미꽃 넝쿨 아래서

 

올해도 틀림없이 우리 집 아파트 입구에 장미넝쿨에 아름답게 장미꽃이 피어 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 장미꽃 넝쿨아래를 더나들 때면 내가 부산서대신동에 살았던 청소년시잘 아침마다 새벽 기도드리려 교회에 나가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어느 5월 이른 아침에 담장 위 장미넝쿨의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만발한 속에서 풍겨나든 향기를 맡으며 한 소녀가 그의 대문 앞에서 미소 짓고 있었던 일이 있으며 나이가 든 오늘날까지도 잊혀 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장미꽃 피어 향기가 느껴질 때면 그때가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아름다운 장미꽃에는 어느 꽃보다도 화려하고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어서 여성들이 장미꽃의 향기를 맡으면 자신이 섹시해 보이고,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밝은 기분이 된다고 합니다.

 

장미를꽃의 여왕이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시인 로버트 번즈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내 사랑은 타오르는 붉은 장미꽃/

유월의 대지 위에 싱싱한 모습/

그 아침에 나에게 미소를 보내어준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 순간의 추억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영원한 것이기도 합니다.

장미는 꽃의 종류도 많고 빛깔도 여러 가지입니다. 19세기 존 보일 오라일리라는 시인이 있었는데 장미를 노래하면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붉은 장미는 정열을 속삭이고/

흰 장미는 사랑을 숨 쉬는 이/

 

장미꽃을 아주 아름답고 멋있게 표현 한 시구라고 생각합니다.

장미는 꽃나무 중에서 가장 오랜 것 중의 하나입니다. 호모(Homer.BC 900~800.그리스의 시인)의 시<일리어드(ILiad)<오딧세이(Odyssey)>에도 장미가 언급된 것을 보면 장미는 상당히 역사가 오랜 꽃인 것은 분명합니다. 네로(Nero,37~68.로마 제5대 황제)나 클레오파트라도 많은 돈을 들여서 장미를 재배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역사적 인물들도 장미를 사랑한 것 같습니다.

 

장미는 꽃도 아름답고 잎도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장미꽃에는 가시가 있습니다. 이 가시가 흠인지 자랑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독일의 시인 릴케(Rainer M. Rilke, 1875~1926)는 장미꽃 가시에 찔려서 죽었다고 합니다.

 

릴케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이야기는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 부위에 무슨 병균이 침투하여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평소에 얼마나 장미꽃을 사랑하고 가까이 하였는지 짐작케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은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입니다. 그 죽음을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의 가시에 의하여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장미꽃 같은 존재로 하늘나라에 먼저 간 그 사람에 대한 가시로 인하여 죽어 갈수 있다면 참 자랑스러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

푹군 네로가 장미를 사랑했다는 것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도 인간 감정의 소유자이기에 장미를 사랑하는 미적 감각이 있었겠지만 로마를 불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쾌감을 맛보면서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해 불타는 로마를 내려다보며 시상(詩想)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고 하니 일국의 통치자로서 네로 황제는 아무래도 정신분열증에 걸렸던 사람 같습니다.

 

한 인간이 사회적 신분을 빙자하여 비도덕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축구하려는 탐욕을 부린다는 것은 신이 베풀어주신 최고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일 같아 보입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지고지순한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다가 그 사랑의 대상 곁에서 시인 릴케처럼 사랑하는 가시에 의하여 죽은 것 참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