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 초혼(招魂)에 붙이는 마음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청순하고 아름다운 학창시절 뙤 뭍지 아니한 심성에서 서로가 한마디 말도 없이 우연히 만났다가 우연히 멀어져 가버린 50년의 세월 속에 한 소녀는 나에게 남겨진 불러도 대답 없이 허공 속에 이름 이였습니다.
내 첫 사랑 소녀의 이름을 오늘 인터넷 검색 하다가 사회봉사 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50년 전 그 맑고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던 얼굴을 첫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맑은 아침이슬을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난 숲속의 백화화 같은 모습일까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어느 하나 드러나지 아니함이 없고 어느 하나 숨김이 있을 수 없는 우리는 열린사회에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 소녀의 이름에 대한 유혹은 50년 내내 떨쳐 버리지 아니하고 나를 유혹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부친의 존함을 알고 있기에 공직에 있을 때 민원을 빙자하여 충분히 알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일로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기에 나 자신을 나무랐습니다.
사람에 이름이란 어떤 것 일가요.
우리가 서로 간 부르는 이름이 천국에서도 이름이 불려 질까요?.
그곳에서 이름이 불리어진다면 나처럼 증조부님이 작명한 이름이 어감 때문에 개명한 경우는 어느 이름이 통용 될까요.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시 초혼 (招魂) 2연에 임의 상실로 인한 마음과, 망부석 모티브를 빌려 쓴 마지막 연을 옮겨 내 마음을 적어 봅니다. 임과 나의 처절한 거리감을 인식했지만 '선 채로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 이름이여'라고 외치는 것으로 더 큰 비장한 각오를 새롭게 가지게 합니다.
그토록 가슴 타는 사랑에 젖어 살아 왔어도 심장을 불태워온 한마디 “사랑 합니다“말 하지 못하고 헤어져 버린 세월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기에 세월에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내 앞에 놓인 무궁한 세월이 다시 흘러오고 또 흘러갈 수밖에 없는 지금 이 자리에서 차라리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망부석으로 남아 오래토록 사랑하던 그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름답고 고귀한 영원을 향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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