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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남자"는 수트를 입는다.

<베토벤 바이러스> 속 마에스트로 강은 방금 고전주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문어체적 말투를 정확한 발음으로 구사하며, 영화 <카핑 베토벤> 속 베토벤 만큼이나 대쪽같은 성품과 괴팍한 성질을 지녔다.


제작발표회에서 김명민은 "자신을 모차르트나 하이든, 베토벤과 동시대의 인물 혹은 베토벤의 환생쯤으로 여기는 강마에를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말투를 구상했다."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눈썹까지 밀었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만약 그가 말투까지 고쳐가며 캐릭터 연기에 몰두하는 바람에 스타일과 의상을 소흘히했다면, 만약 완벽한 수트 착장에 실패했다면 그는 자신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를 내면에 담아두고 살아가는 오만하고 콧대 높은 강마에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었을까.

대통령 앞에서조차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연을 중단하는 무모하다싶을 정도로 강단있는 마에스트로가 허술하고 덜 갖추어진 수트를 입는다는 건 캐릭터가 응당 가져야 할 아이덴티티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 강마에의 클래식한 수트는 단순히 "옷"이라는 기능적 의미를 뛰어넘어 캐릭터를 표현하는 커다란 요소이다.

드레시한 셔츠부터 베스트, 심지어 서스펜더와 벨트, 구두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수트착장을 갖추는 이 스타일은 단순히 "멋진 의상"을 보여주기 위한 Show적인 의미가 아니라 "고전주의 시대의 악보 그대로 재연하는게 연주의 정답"이라고 여기는 강마에의 고집스런 정통성의 추구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트는 그 사람의 인품과 성격 심지어는 내면의 견고함까지도 드러내어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영(Young)한 젊은이들은 지극히 력셔리한 강마에 수트스타일에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빅뱅이 몇해 전 시상식에서 입었던 턱시도 수트와 하이탑 슈즈의 매치나 동 드라마 속 또 다른 강건우인 장근석의 스타일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스타일은 엄밀히 말하면 수트가 아니다.


수트는 한벌로 입기 때문에 "수트"라 불리는 것이다. 상하의를 각각 다른 옷과 믹스매치해 입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짜 수트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트의 변형된 스타일에 휩쓸리지도 흥미를 느끼지도 못한다. 심지어 슬퍼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에 계시는 모 이사님은 그런 스타일을 보면 옷만 죽은 것이 아니라 정신이 죽은 것이라 열변을 토하신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머리카락 한 올 조차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스타일과 중후한분위기와 영국식 매너를 가지고 있으면서 나보다 더 개방적이신 이 분은 굉장히 젊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고작 수트 하나에 흥분하시는 것은 처음엔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곧 나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사님이 아무리 비싼 수트를 입고 계신다 할지라도 제대로 된 착장이 아니라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속은 텅 빈 강정인 것이다. 갖추어지지 않은 100만원짜리 수트보다 깨끗하게 갖춰진 10만 원짜리 수트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래봤자 겉모습일 뿐이라고... 하지만 스티브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과 스타일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중심에 있는 영혼과도 같은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대충 입어도 빛이나는 사람이 있다. 장동건, 정우성, 조인성같은 훌륭한 스타일을 가지고 태어난 태초부터 축복받은 자들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자. 우리는 그런 빛나는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트렌드를 선도하고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야 하는 요즘 잡지에 올라오는 패션 꼭지에는 잘빠진 수트를 곱게 차려입은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한껏 레이어링된 니트나 티를 믹스매치하거나 혹은 부러질 듯 가느다란 실루엣을 자랑하며 스키니를 소화해낸 남자들에 대한 사진만이 덩그러이 남아 결국 나로하여금 성숙한 남자의 향기를 그리워하게 할 뿐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수트입은 남자에 거의 광적인 광분과 동시에 엄청난 사랑을 쏟아부었었다. 훌러덩 벗었다거나 찢어진 청바지 같은 것에 비춰지는 실루엣보다 곱게 그리고 굳건히 닫힌 셔츠 맨 윗 단추가 만들어내는 호기심은 남자들이 소위 말하는 "다 벗으면 섹시하지 않아."라는 말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또한 셔츠, 타이, 구두와 벨트, 마지막으로 수트에 어울리는 애티튜드까지 모두 갖춘 남자는 그사람의 정신마저 고결하고 멋지게 보였다.

트랜디한 패션을 즐기고 레이어링과 믹스매치 스타일에 자유분방한 "정신"과 "철학"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옷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런 재미들에 흥분하는 것처럼 수트 또한 옷처럼 입거나 명품가방처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시간을 오래 들여 숙성의 단계를 거친 최상의 것에는 보이지 않는 데 기울이는 지극한 정성이 담겨있다.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인 것이다. 쿠튀르가 결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핸드메이드를 고집하는 것은 이 정신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수트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도 제대로 입는 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않다. 하지만 의외로 이 스킬들은 매우 쉬운데다가 심지어 굳이 정의하지 않았어도 평소에 이런 스타일이 멋지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도 있다.

수트는 브랜드를 따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지만 스타일과 소재, 테일러링의 정교함을 동시에 만족시켜야만 완벽하게 몸과 하나가 될 수 있다. 테일러드가 잘 된 수트는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내포하는 물질이며 그것은 즐기는 것과 동시에 투자해야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프레타포르테와 쿠튀르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헨드메이드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맞춤복(쿠튀르)이 우월한 이유는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되었을 때 움직임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장점을 살려주고 단점은 커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싸고 좋은 브랜드의 수트라 할지라도 제대로 맞지 않는 수트는 내 것이 될 수 없다.


 

간혹 왜소한 사람들이 수트를 자신의 몸보다 헐렁하게 입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수트는 더욱 왜소하고 초라하게 보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컴플렉스를 가려주지도 스타일도 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자신감도 취향도 없는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또 팬츠를 길게 입으면 자신의 다리가 길어보일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는데 당신이 10cm 이상의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길게 입으면 다리가 길어보일 것이라는 착각은 당장 버려야 한다. 언젠가 정말 제대로 된 수트를 입었는데도 이상하게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팬츠의 길이 때문이었다. 바지는 끝단이 구두를 살짝 덮으면서도 주름이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길이이다. 이 때 바지 길이는 구두 뒷굽을 덮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바지를 입을 때 특히 수트라면 꼭 벨트를 매어야 한다.  벨트 색상은 블랙 혹은 브라운으로 선택해야 하며 벨트와 구두의 컬러 정도는 맞춰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너무 심심하고 개성이 없다고? 그럼 수트에 요란한 디자인의 벨트를 하려고 하는가? 정장용 벨트를 캐주얼한 팬츠나 청바지하는 것은 웃기지만 캐주얼용 벨트를 정장에 매는 것은 쳐다보기도 싫다.

강마에처럼 서스펜더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벨트와 서스펜더는 함께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바지 밑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걷어 올리지 마라. 그 순간 당신의 가치는 바닥을 치는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수트를 입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의 경우 처음 마련해야 할 기본적인 수트는 차콜 그레이다. 만약 두 벌 갖고 싶다면 그것은 네이비 블루, 그레이어야 한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브라운정도를 추가하자, 그것은 완벽하고도 훌륭한 수트 컬렉션이다. 이 때 가능한 한 그 수트에는 무늬가 없어야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진중해 보이는 것은 남자의 옷 컬러가 여자의 옷보다 더 진하기 때문이다. 위의 컬러에 블랙을 포함하지 않는 이유는 트렌디한 패션 세계에서 블랙이란 베이직한 컬러이지만 블랙 클래식 수트는 장례식용 또는 턱시도용으로서 영국에서 일반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왜 영국을 걸고 넘어지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수트에 대해 사전검색이라도 하고 다시 이 글을 읽는 것이 좋겠다.)


 

또한 남자가 수트를 입었을 때는 앉아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버튼은 항상 잠가야 한다.


 

그렇다고 스리버튼 수트의 단추를 다 잠그라는 것이 아니다. 단추 개수가 몇 개든 잠글 때는 하나만 잠근다. 버튼을 잠그지 않은 채로 테헤란로를 활보하는 남자를 상상해보라. 그 사람은 조급증 중증환자 정도로 보이기 쉽상이다.

셔츠 소매는 약 1.5cm정도 재킷 소매 밖으로 나오게 입는 것이 좋다. 이것은 몇 해 전 모 브랜드 수트 광고에서 피어스 브로스넌 덕분에 전 국민이 알게 된 수트의 정석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건 헷갈렸을지도 모른다. 셔츠 안에는 이너를 입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셔츠는 수트의 속옷 같은 개념이다. 누군가 속옷을 두개를 입는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셔츠 안에 이너를 입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트에는 100% 면으로 만든 드레스 셔츠를 입는 것이 기본이 된 것이다.


 

사회 생활하는 남자가 넥타이를 맬 일은 밥 먹고 세수하고 물 마시는 횟수만큼 많다. 그만큼 무슨 법칙과 트렌드가 어찌나 많은지, 여자들이 매 시즌 등장하는 "잇 백"의 이름을 외우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언젠가 청담남들이 모조리 지마켓에서 공동구매라도 한 듯이 하나같이 가는 타이를 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제대로 갖추어진 수트에 이런 좁고 슬림한 타이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동시에 화려한 베르사체 수트에 두툼한 실크 타이도 미스다.


 

그럼 도대체 어떤 타이를 골라야 하냐고? 다행히 아직 세상에는 제대로 된 타이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고 직접 매장에서 착용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면 된다.


 

타이는 수트에서 가장 컬러풀한 아이템으로써 스타일의 정점에서 자신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트 못지않게 자신과 잘 맞아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컬러를 맞추기 위해서는 얼굴색과 풍기는 태도를 고려해야 하고 목의 두께와 나온 배의 굴곡 같은 자신의 신체까지 생각해서 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제발 넥타이의 끝을 셔츠 가슴 포켓에 구겨 넣지 말아라. 중년의 변태 직장상사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 


 

타이의 종류는 크게 스탠더드 넥타이, 보타이, 크러뱃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꺼려하는 것이 보타이다.  결혼식 혹은 영화제에서 남자배우들이나 착용할 것 같은 보타이는 19세기 전까지만해도 모든 남성들이 삼각 형태의 네크웨어를 사용하던 것의 변형으로 가장 오래된 타이의 형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남자는 그런 보타이를 맬 줄조차 모르고 착용하는 것은 왠지 상식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정식으로 차려입었을 때 가장 예의바르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아이템이 보타이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보타이 스타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일상생활 속 보타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알버 엘바즈를 보며 좀 배우자.


 

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로써 보타이를 내세우고 개성넘치는 스타일을 구축했으며 자연스럽고 댄디하게 소화한다. 오동통한 그의 체형과 약간 밑단이 짧은 팬츠, 거기에 수줍은 미소까지 곁들여진 알버즈는 귀여움 그 자체이다.

수트에 프라다 백팩을 매도 멋있는 건 조인성 뿐이다. 비즈니스 맨에게 브리프케이스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가방을 들고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구찌의 크로스백부터 샘소나이트의 캐주얼한 백까지 참으로 다양하고도 많은 가방이 수트와 매치된다. 그래도 그것들은 참을만하다. 그보다 더 기함할 일은 짝퉁 루이비통 브리프케이스를 들고다니는 것이다. 싸구려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닐 바엔 차라리 100원짜리 서류봉투를 들고 다니는 것이 낫다.

 

도널드 트럼프를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지위에 오르고 싶다면 최고를 추구해야 한다. 당신의 취향을 높여라."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의 눈을 높여라.

수트를 입었을 땐 되도록 악세서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은 예쁘다는 이유로 이상한 단추부터 별별 것들이 다 등장하고 있지만 수트 재킷에 골드 컬러 단추가 달려있는 것은 정말 못봐주겠다. 굳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다면 클래식한 시계정도만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시간이 숫자로 표시되는 디지털 시계는 수트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디자인이 복잡하고 화려한 시계, 두께가 지나치게 두꺼운 시계 역시 당신의 스타일을 떨어트릴 뿐이다.


 

그래도 무언가 심심하다고 느껴진다면 포켓 치프 정도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타일에 자신이 없거나 부끄럼을 잘 타는 샤이 가이들은 "언제", "어떻게" 포켓 치프를 연출할지 고민이 되겠고, 누군가는 귀찮아서 시도하지 않겠지만 "언제"에 대한 답은 "언제나"고 "어떻게"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사각 형태로 접는 스퀘터 엔디드 폴드, 식탁용 냅킨 형태로 접는 세 개의 삼각형 모양의 멀티 포인티드 폴드 등이 있는데 모두 포켓에서 4~5cm이상 올라오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포켓 치프의 디자인은 셔츠와 재킷, 그리고 타이와의 매치를 유념하여 고르면 되는데 타이의 소재가 면일 때는 실크로, 타이가 실크일 때는 리넨 소재로 골라야 서로 잘 어울린다.


 

예전에 조지클루니가 어떤 토크쇼에서 그레이 수트에 화이트 컬러 포켓치프를 매치한 것이 너무 시크해보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포켓치프는 크리넥스 티슈였다.


 

포켓치프는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아이템이 아니다. 컬러만 잘 맞추면 200%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구두의 컬러는 브라운이다. 한 번 이 컬러의 매력에 빠지면 블랙 구두는 웬만해서 사지 않게 될 것이다. 대신 구두의 소재는 반드시 천연가죽이어야 한다.

관리를 잘하면 모를까 사람들은 그 구두가 얼마짜리인지 금새 알아차린다. 그리고 구두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마지막에 결정짓는 큰 요소이기도 하다. 아무리 력셔리한 수트를 입었어도 구두가 지저분하거나 가죽소재가 아닌 스니커즈 같은 것이라면 그 수트를 갉아먹고도 남는다. 구두는 아무리 깨끗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100만원짜리 수트를 한순간에 비참하게 전락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소한 양말이다.


 

양말은 결코 중요해보이지 않지만 수트와 구두를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은 한다. 아무리 수트와 구두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할지언정 그 두 가지의 링크가 양말에서 이루어진다.


 

양말은 구두 색상과 맞추거나 바지 색상과 맞추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며, 만약 <커피프린스>에서의 공유처럼 양말을 신고 싶지 않다면 그 드라마 속 계절처럼 뜨거운 해살이 내리쬐는 여름날 보트 슈즈나 로퍼를 신고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노 반바지를 입거나 공유와 같은 얼굴과 몸매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을 양말이 없어서 못 신은 가난한 남자 혹은 화장실 뒤처리를 그것으로 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흰색 양말은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해야 한다. 화이트 셔츠와 옅은 치노 팬츠를 입었을 때, 지중해 근방 섬에서 파티에 참석할 때 어울리는 화이트 수트 차림 이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검은색 수트에 흰 양말은 여자들이 블랙 스타킹에 흰 양말은 신었을 때 느껴지는 것처럼 쌍팔년도 촌티를 풀풀 날릴 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경우는 더 나아가 무좀 있는 영업사원의 이미지를 풍기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파티 문화가 흔히 보이게 되었을 정도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드레스코드는 이제 첩보영화 속 암호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지금, 드레스코드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블랙"이다. 내가 초대받는 10개 중 8개의 파티 드레스코드가 "블랙"이며 남자들은 "블랙 타이" 혹은 "크러뱃 누아르" 혹은 "이브닝드레스"일 것이다.

그런 초대장을 받았다면 여자는 리틀 블랙 드레스를 남자는 턱시도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식 표현인 턱시도 보다는 독일식으로 "스모킹"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는 턱시도 입은 남자에게 홀딱 반하곤 한다. (이것은 만화 "세일러문" 속 턱시도 가면의 영향이 크다.)


 

살면서 턱시도 입을 일이 대체 얼마나 있겠느냐 싶은 남성들이 꽤나 많지만, 의외로 입을 일이 생긴다는 게 문제다. 실크 드레스를 내가 언제 입어보겠어?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의외로 입을 일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턱시도는 일반적으로 블랙이나 미드나잇 블루 컬러이고 일반 수트에 비해 좀 더 가볍다. 

가끔 시상식에서 화이트 턱시돌를 입을 때가 있는데 이 컬러는 굉장히 어렵고 위험하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턱시도를 입을 때, 특히 블랙 턱시도를 입을 때 포켓 치프의 컬러는 전체적인 스타일에 지대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므로 실크 소재로 된 고급스러운 것을 고르고 레드 혹은 화이트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사실 수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00가지가 넘는 팁과 스킬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10가지만 특별히 신경 써 스타일링 한다면 당신은 적어도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그냥 "남자"가 아니라 "신사"로 보이고 싶다면 수트 뿐만 아니라 수트를 입을 때의 자신의 애티튜드까지 고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수트 차림에 어울리는 것인지 항상 인지하는 것이다. 이런 귀찮고 구식같은 것을 왜 굳이 알아야 하는지... 그저 옷차림일 뿐인데 이런 말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은 아래를 읽어보라.


 

"철학자들이 복장에 대해 뭐라고 하든 세상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타인의 옷차림에 관대하거나 둔감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단 하루만이라도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녀보라.


 그러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체스터펄드 -




/컬럼니스트 꼬름이

조선닷컴 입력 : 2008.11.10 15:16 / 수정 : 2008.11.10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