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치는 단신
버스를 기다리다가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았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자신의 일부였던 나뭇잎을 버리며 찬 겨울을 나기 위한 가로수의 몸부림에서 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다 문득, 나도 인생의 겨울을 나기 위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기, 실망, 좌절, 미움, 분노, 불신, 시기, 질투 등이 낙엽이 떨어져 땅속의 영양분이 되듯, 내 안에 필요 없는 것들 모아서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결국 삶이란 버리는 것인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모아서 다듬질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합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버리지 아니하고 지키어 세상의 혼돈에 휩쓸림을 거부하는 심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지요.
우린 주위에서 사람들로부터 쉽게도 무소유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듣고 있지만 인간은 무소유 할 수 없게 만들어진 사회에 태어 낳고 그 속에서 산다는 것이 끊임없이 소유하게 하는 경쟁관계에 살고 있지 아니합니까? 그런데 무엇을 버린다는 것입니까?
서로 간 경쟁관계는 우리가 원한 것도 우리가 만든 것도 더욱 아닙니다. 태초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에 살아가도록 명령되어진 것이 인간 세상이고 여기에 우리가 온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노력에 의하여 주어지는 작은 일이라도 버릴 것 하나 없고 이루어진 성취에서 우리는 행복이라는 흐뭇한 감정을 누리게 되어있습니다.
자신의 힘든 노력의 댓가를 지불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 한 봉지를 식기 전에 사랑하는 자녀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과 받아먹는 모습에서 가장은 보람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며 이런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정이라고 하는 공유된 공간에서 아늑한 행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런 생각이 너무 늦게 깨우치기는 하였지만 분명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혜가 아닌가합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도 인생은 늘 새로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는 것인가 봅니다.
이 세상에는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종류가 많듯이 그들의 사고와 능력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나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고 빈틈없이 짜여진 툴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분도 있는가하면 때로는 한심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리석하고 사리에 맞지도 아니한 것 같은 태도인데 인생을 푸근하게 하며 강한 멋을 풍기며 살아가는 이도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온 나는 인생의 모나지 아니하는 진실에서 울어나는 데로 삶이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인생의 삶에 올바른 감정이입(感情移入)이 될 때 나는 정말로 진실해지기 때문이다.
삶이란 남을 의식하지 아니하고 현실에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며 시기나 질투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수용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성심을 다하며 허황된 것에 뜻을 두지 않는 그런 태도가 진정한 무소유의 삶을 취하는 자유인의 태도라고 주장하고 쉽습니다. 철학자 러셀이 '행복의 길은 출세욕과 금전욕에 구애되지 않고 눈을 밖으로 돌리는 데 있다'고 한 말을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갑작스런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판단력 상실과 낙오의 불안감에 쫓기는 신세들입니다. 더 문제 되는 사람들은 사회 부적응해가는 사람들 너무 많다고 합니다. 물론 실업과 실직 자체를 사회 부적응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사회의 경쟁 강도가 점점 격화되면서 멀쩡한 사람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그들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압도당한 나머지 끊임없는 자살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소유의 삶이 통할 수 있을까요? 무소유는 인생에 살아가는 정신세계의 한 목표설정이고 이상이지 주어진 참 명제는 아닙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육신을 부지하기에 자존심과 정신적 고통에서 오는 스트레스 뿐인데 이런 경우에 우린 무소유의 자세로 인생을 달관해 나가야 할 경우는 아니라고 봅니다. 참 이률 배반적인 주장이지만 사실이 그러합니다. 삶이 정형화한 틀이 아니기 때문에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지요.
이런 얘기들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숨겨진 보석을 찾은 것처럼 기쁜 마음이 듭니다. 여기서 서투른 내 삶의 태도를 반성도 하고, 위로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고마움과 잔잔한 기쁨을 누리게 합니다. 지식을 주는 얘기는 세월이 가면 낡아지지만, 지혜를 깊게 하는 맑은 마음은 삶을 바로 보고 살아가게 하는 자세를 가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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