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우유 훔친 ‘장발장 엄마’에 잇단 도움의 손길
세 살배기 딸에게 줄 우유와 과자, 기저귀 등을 몰래 가방에 넣고 나오다 경찰에게 붙잡힌 엄마에게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생활이 어려워 관악구 봉천동 한 마트에서 3만2000원어치의 아기용품을 훔친 고모(42·여) 씨의 사연이 28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는 시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경찰서에는 고 씨의 주소와 계좌번호를 묻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고, 홈페이지에도 ‘아기 우유 훔친 엄마 선처 바란다’, ‘간식비를 지원하고 싶다’는 글이 200개 가까이 올라왔다.
사흘 동안 고 씨의 계좌에는 시민 30여 명이 200여만 원의 돈을 입금했다. 집을 찾아 아기용 칼슘제, 유아용 학습CD 및 가시오갈피, 홍삼 같은 건강식품을 건네는 시민도 있었다.
고 씨는 병을 앓는 남편을 대신해 식당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오다 지난해 초 무릎 통증으로 일을 그만뒀다. 그 뒤 집에서 인형 조립을 해왔으나 3개월 전부터 일이 끊겨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고 씨는 “죄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시니 고맙고 부끄러울 따름이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입력2008.03.31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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