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山茱萸)
꽃이 피어나는 산동마을구례 산동마을은 멀리 눈 덮인 지리산 주봉 천왕봉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남동쪽 끝자락인 산줄기들에 에워싸여진 거대한 함지박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만복대(1433m)서 발원하여 마을을 감고 흐르는 계곡물 따라 자리 잡은 비좁은 터에 대평리, 위안리 등이 마을을 이루며 긴 세월 속에 버티어 왔다.
이 곳에 심어져 자라온 수백그루의 산수유나무들이 지금 꽃물결을 이루었다. 흡사 커다란 비단 한 폭을 풀어 논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산동의 산수유들은 오늘을 위하여 그렇게도 길고 모진 추운 겨울을 웅크리고 지내다가 따스한 날을 택일하여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이 땅에 봄의 전령사 같다.
벚꽃처럼 화사함은 부족하지만 개나리꽃을 닮아 은은하게 풍겨나는 멋이 있고. 나무마다 살아온 세월에 따라 그려낸 멋에서 한 폭의 동양화를 맛보게 하며, 산천을 안고 버터 낸 세월에서 캠퍼스를 꽉 채우는 하나의 수채화를 이룬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산수유는 아주 먼 옛날 중국산동성(山東省)에 살던 처녀가 1000전 이곳으로 시집오면서 처음 심게 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하며, 관내 수령 500년 정도에 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전국에서 봄이면 몰려오는 관광객의 눈요기로 산동마을을 뒤덮고 있는 산수유이지만
한때는 몇 포기만 있으면 자녀 대학 보낼 수 있었다고 대학나무로 불리정도로 살림에 보탬 되는 부자나무 대접 받던 때도 있었다.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뜨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해 농사
산수유 너무가 그늘 농가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우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문태준 산수유나무 농사-
산수유 꽃과 자연이 한대 어울려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마을을 거닐다보면 누구라도 한편의 시상이 떠올리게 되는 시인이 된다. 하물며 이곳에서 누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어찌 이곳에 대한 정감과 애환이 없으랴?
하늘과 땅이 맞닿는 이 산골에서 천박한 땅의 흙을 생명으로 알고 소중하게 가꾸며 순수하게 살아간 사람들 사이에서 역사의 아픈 한 단면도 있었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이념의 갈등 속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동족상잔의 뼈아픈 비극을 배워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여 다시는 이런 슬픔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잘 있어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곳을 병든 다리 절어
다리머리 들어오는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스러졌네!
<대사> 살기 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열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곳에 나는 간다.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 너만은 영원토록 울어다오
잘 있어라 산동아 산을 안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 맺어 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효성 다 못하고
갈 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쓸어졌네!
-여순사건으로 오빠대신 형장으로 끌려간 열아홉 살 소녀 백부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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