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미 다 가지고 있다. 존재하는 데 필요한 것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울물이 맑게 흐르고, 아침이면 아기 사슴 한 마리가 물가에서 목을 축인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떠 흘러간다. 녹음으로 우거진 산봉우리와 만나면 비를 뿌려주고 벌판에는 온갖 꽃들이 피고 지며, 과실을 매단 나뭇가지는 힘겹게 늘어져 있다. 멧돼지와 토끼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자신들의 짧은 삶을 탓하지 않는다. 물 속에 잉어가 작약하고 하늘에 작은 새들이 무리지어 난다.
여기에 무슨 가난이 있겠는가. 거액의 은행잔고와 멋진 자동차가 없으며, 피아노와 보석과 대 저택이 없기에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온 지 2백 만년이 되었다. 그 세월 중에 1,999,900년 동안을 그런 물건들이 없이 살아왔다.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물질문명을 이루면서 급작스럽게 문명의 도움이 없으면 잠시도 살아갈 수 없는 불구로 만들어져 갔다. 현대의 성인, 인도의 간디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까지 만족시켜주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문명의 진정한 의미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욕구를 축소하는 것이지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의 축소만이 오로지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물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경제개발을 촉진하고 끝없는 성장일변도의 길을 달려왔다. 마치 자전거의 이론으로 달려가야만 지탱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놓았다. 언제까지 성장하기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삼척동자라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모순 앞에 우리는 서 있다. 제한된 자원으로 무한한 성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현대문명은 그 스스로 가난을 만들어 냈다. 많은 것이 아니면 적은 것이 되었다. 많은 것보다 더 많아야 많은 것이 되었다. 가난이라는 개념이 인류의 문명이 찬란하게 꽃 피기 시작하면서 혹처럼 따라붙었다. 돈을 만들어내니 돈이 없으면 가난하다고 한다.돈이 생긴 지는 반 만 년도 안 된다. 인류는 돈이 없이 지금까지의 역사, 99.99%를 살아왔다. 문명의 이기가 없는 동안에는 그것이 없다고 해서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 많은 편리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면 낼수록 새로운 가난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가난은 결코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난 속에는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이 있다. 끝없이 욕심을 채우겠다는 탐심도 없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가치 있는 것들은 모두 야생이며, 거저 주어지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고 그 이상의 것을 무모하게 소유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부유하기만을 추구하고 덜 부유한 적게 가진 상태에서는 행복하기를 포기한다. 돈을 많이 벌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덜 가진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듯이 생각해버린다. 더 많은 것이 많은 것이고,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은 적은 것이라고 여긴다. 적은 것은 가난한 것이고 가난한 것은 궁핍하고, 결핍되어 있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미리 단정을 내리고 만다.
세상에는 부유한 사람보다는 덜 부유한 사람이 대부분인데도 부유한 상태만을 부러워하고 지향하면서 당장의 가난 속에 깃들어 있는 소중한 즐거움이나 가치는 지나쳐 버리고 있는 것이다. 자비로운 하느님께서는 부유한 것이 진정 좋은 것이라면 덜 부유한 사람을 이렇게 많이 있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유함은 부유함대로 가난함은 가난함대로 있어야 할 이유와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유함을 추구하더라도 가난함 속에 있을 때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의미를 깊이 살펴야 한다.
<에크하르트>는 “많이 소유할수록 적게 가지게 된다.”고 하였다. 많으면 많아질수록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할 다른 것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성장의 시대에는 크고, 많고, 빠른 것만을 추구해 왔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저서로 유명한 독일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적은 것이 곧 많은 것이라고 했다.
“적음이 많음이라는 논리는 당신을 해방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더 적게 요구할수록 걱정할 필요도 적어진다. 그리고 더 적게 염려할수록 당신을 둘러싼 온갖 관계들도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아주 적어서 어떠한 생산 시스템도 그것을 제공할 수 있다. 자발적 가난의 원칙에 따라 삶을 이끌어 갈 때에 우리는 가장 큰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자발적 가난>슈마허 외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그물코 2007
E. F. Schumacher(1911-1977)
가난 속에는 돈이 없다. 그렇다고 가난이 돈을 애태워 찾지도 않는다.
가난이 재물만을 쫓아다녔다면 지금쯤 가난은 없어졌을 것이다.
돈을 탐내는 것은 가난이 아니고 가난 속에 사는 사람이다.
적은 것이 많은 것이고, 많은 것은 적은 것이다.
덜 소유하는 삶이 더 많은 행복을 안겨준다.
구름이 많으면 햇볕은 적다.
어떤 것이 적으면 그것으로 인하여 다른 것은 많게 된다.
어떤 것이 많으면 그것으로 인하여 다른 것은 적게 된다.
소유에 대한 욕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의 존재는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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