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 이야기

평생 모은 2000만원 이웃사랑 위해 '쾌척'

평생 모은 2000만원 이웃사랑 위해 '쾌척'
청각장애 신경례 할머니… 장애인수당 등 쓰지 않고 모아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신경례 할머니남편과 외아들을 잃고 10년 가까이 홀로 지내온 신경례(83·서울 강서구 가양동) 할머니가 10일 평생 모은 전 재산 2000만원을 가양 3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에 내놓았다.

방 한 칸짜리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외롭게 살아온 할머니는 "가슴 시리고 적적할 때마다 먼저 손을 내미는 이웃들이 없었으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나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주변 사람들, 특히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 2급인 데다 한글도 깨치지 못한 할머니는 '목소리 큰' 아파트 이웃들 도움을 받으며 지낸다.

스물한 살에 결혼해 경기도 여주에서 농사를 짓던 할머니는 서른 아홉이던 해 늑막염을 앓던 남편과 갑작스레 사별했다. 이후 서울에 올라와 억척스럽게 살며 1980년 나이 서른이던 아들을 혼인시켰지만, 아들은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돼 1996년 이혼했고, 1999년 객사(客死)했다.

1992년 가양동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신경례 할머니는 매달 나온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정부보조금 58만원과 장애인 수당 등을 거의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뒀고, 최근 통장 잔고가 2000만원을 넘어서자 주민센터에 연락해 기증 의사를 밝혔다. 강서구는 "할머니는 임대보증금 등 꼭 필요한 돈만 제외하고 모이는 돈을 계속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입력 : 2008.01.11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