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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

창녕 우포늪 일주

창녕 우포늪 일주
자전거, 우포의 가을을 가로지르다
생태전시관에서 철새 곁을 지나 해식동굴까지 '달리면서 만나는' 색다른 멋
2007년 10월 26일 (금) 글 여경모 사진 김구연 기자 babo@idomin.com
   
 
 
우포늪이 생성된 지 1억 4000만 년.

지구 탄생 이후로 지금까지 들어본 역사 중에 가장 오래전 일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새와 공룡의 낙원이었을 이곳, 우포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 더 이상하다. 용케도 '개발의 낙원' 시절을 비켜간 셈이다. 우포를 가로지르는, 짓다가 만 제방이 개발의 현장이라면 현장이다.

우포의 늪은 모두 한자 이름으로 바뀌었다. 소의 형상을 하고 있어 소벌이라 부르던 곳은 우포늪으로, 예부터 땔감으로 쓸 나무들이 많아 나무벌이라 부르던 곳은 목포늪으로, 모래가 많이 있어 모래벌이라 부르던 곳은 사지포늪으로. 늪 중 가장 작은 쪽지벌만이 옛 이름 그대로 남아있다.

이번 우포늪 일주는 지난 8월에 시도한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불어난 물로 길 대부분이 잠기는 바람에 돌아서야 했기 때문에 이번 일주는 우포늪 주위에 사는 이들에게 확인을 한 후 출발을 해야 했다.

요철이 심해 엉덩이가 아프지만 씽씽 달리는 자전거가 오늘따라 속도를 줄일 기세를 안 보인다.

   
 
 
◇ 사라질 마을


우포늪 생태전시관이 새로 생겼다. 아직 개장 전이지만 한 바퀴 둘러보고 자전거에 올랐다.

오늘 타고 갈 자전거는 동력자전거다. 자전거 페달과 함께 전기를 충전해 탈 수 있는 동력자전거는 오르막길에서도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자전거의 독특한 생김새 때문이다.

지나가는 노부부도 묻고, 가족여행 온 아기 엄마도 묻는다. "그 자전거 얼마냐"고. 부러움을 뒤로 하고 달린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우포늪을 일주하려면 전망대에서 쪽지벌 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나와 반대로 돌아야 한다. 현재 우포와 쪽지벌 사이의 늪 길이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우포늪을 찾아도 항상 그대로인 것은 이태리 포플러 나무다. 많은 사람이 미루나무로 아는 이 나무는 우포늪에 들어서면 항상 큰 키로 가장 먼저 반긴다.

우선 둔터마을을 둘렀다. 그냥 지나쳐도 되겠지만 이 마을은 현재 이주를 위한 보상이 진행되고 있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주와는 상관없이 이 마을 사람들은 농사일로 바빠 보인다.

쪽지벌 쪽 가는 길에는 드라마 <서울 1945>를 찍었던 곳이 나온다. 이곳에도 이태리 포플러가 몇 그루 있는데 우포와 어우러져 누가 찍어도 좋은 구도가 나오는 사진 찍기 포인트다.

쪽지벌에 다다르자 예전에 수문으로 사용하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쪽지벌을 가로질러 가고 싶은 마음을 접고 다시 대대제방 쪽으로 기수를 틀었다. 대대제방은 자갈이 깔린 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쉽지 않다. '아래쪽 논길을 타고 갈걸'하고 후회하지만 제방 길로 달리면 우포와 대대마을 평야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눈이 즐겁다. 배수장을 지나 사지포 제방을 건너 주매마을에 들어서면 5분여 정도 1080번 지방도를 달려야 한다.

   
 
 
◇ 목포는 '늪'이다

주매마을에서 소목 마을로 들어서면 장대 나룻배가 그림처럼 정박해 있다. 한번 타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뒤집어질까 봐 나룻배만 만지작거린다.

주매마을에 피어있는 가시연 군락도 10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이번 달을 넘기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가시연과 마름은 아직도 목포에서 푸름이 건재하다. 여름철 늪 전체를 뒤덮는 초록 융단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겨울을 대비하는 우포의 가을은 갈대를 통해 녹색에서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장재마을은 왕버들 수림으로 유명하다. 뿌리가 목포의 늪에 잠겨있는 왕버들 군락을 우포 8경 중 으뜸으로 꼽는 이도 있다.

   
 
  드라마 <서울 1945>를 찍었던 장소. 이태리 포플러 몇 그루가 우포와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목포를 돌려면 장재마을에서 다시 우만마을 쪽으로 가는 지방도를 5분간 타야 한다.

우만마을에서 토평마을까지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목포가 장관이다. 텃새화된 철새들도 여럿 보인다. 오랜만에 본 청둥오리는 반갑기까지 하다. 다른 물닭, 중대백로의 꽁무니를 쫓는 모습은 뭍에서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웃음이 절로 난다.

노동마을 앞에는 비녀를 꽂은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다. 일종의 '히치 하이커'인 셈인데 언제 차가 지나갈지 걱정이 되던 참에 낙동강유역관리청 감시차가 지나간다.

토평마을에 다다르자 재빨리 목포제방에 올랐다. 어두워지기 전에 목포제방을 지나면 해식동굴의 물결무늬 화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포제방이 유명한 것은 일몰 광경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사지포 제방에서 일출을 보고 목포제방에서 일몰을 봤다면 우포늪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다.

저 멀리서 날아오는 철새들이 우포늪에서 자리를 잡을 한겨울 다시 오리라. 기다려라. 우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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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곳

△우포늪 생태전시관 =
우포늪 전망대로 가고자 주차를 하던 공간에 생태전시관이 지어졌다. 주변공간도 잔디로 단장해 우포늪으로 오는 손님들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11월 중순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포늪의 사계, 우포늪에 사는 조류·습지식물, 우포늪 가족들 등 우포늪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층은 주로 개장 전 '무료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붐벼 생태관 직원들이 손님 맞기에 여념 없다. 우포를 배경으로 합성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www. upo.or.kr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232. (055)530-2690.

◇먹을 만한 곳
△수로 가든 = 창녕 읍내에 들어가 옥천저수지에 가면 송이버섯 요릿집이 많다. 화왕산 등반을 하고 내려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송이를 좋아하는 일본사람들도 이곳을 찾는다. 올해는 송이가 늦게 출하되는 바람에 10월 말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그 이후에는 냉동보관하므로 맛과 향이 떨어진다.

수로 가든은 1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음식점의 송이요리는 송이 향을 살리고자 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고춧가루나 파 등이 들어가면 본래 송이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늦 송이가 품질이 좋아서 이번 달 말이 가장 맛있는 철인 셈이다.

송이 전골 1만 5000원, 송이밥 1만 5000원.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055)521-6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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