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당·황방열 기자 - 사진 : 권우성 기자 - 동영상 : 김도균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에서는 다른 생각 하지말고 대통령 선거에 '올인'해야 한다"며 범여권의 단합과 집결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은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은데 거기(세력 통합-편집자주)에 몰두하면 안 된다, 지금은 대통령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른 생각 하지 말라"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12일 대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및 후보 단일화 선언 직후, '재협상'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DJ, '대선전 연합, 총선후 통합'... 범여권에 가이드 라인 제시
김 전 대통령은 13일 오후 서울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에 '대선전 연합, 총선후 통합'을 적극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이 30여일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단일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 개인적으로는 누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더 승산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당 대 정당으로 단일화되면 그것도 좋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또 정당 단일화하면 당연히 국회의원 내다보는 지분 얘기도 나오고 하면 문제가 어려워지니까, 지금은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은데 거기에 몰두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대통령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면서 "정당 단일화가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문국현씨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연합으로 해서 대통령 당선시키고, 설사 안 되더라도 최선의 투쟁을 해서 국민적 인정을 받으면 나중에 총선 끝나고 나서 통합해도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전날 범여권의 합당 선언을 '잘된 일'이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 "'잘된 일'이라고 한 게 아니라, '잘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선을 그어 '대선전 연합, 총선후 통합'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시간도 없고, 통합으로 가면 또 다른 국회의원이니 뭐니 이해관계가 얽히니까, 대통령 하나로 해서 연합을 해가지고 단일후보가 되는 게 좋지 않으냐, 그렇게 했는데 갑자기 (두 당이) 통합으로 나오니까…, 그렇게라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면서 "그런데 내가 걱정한 대로 내부에서 말이 생기고 있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대선에 '올인'하는 것도 국민이 제일 선호하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방법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그는 "대선에 '올인'하는 것도 국민이 제일 선호하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내가 누구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누구를 선호하는가로 해야 한다"면서 "그건 여론조사에 나오니까, 그렇게 해서 그 사람 당선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국민이 감동을 받을 것이고, 과거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러면 되겠다, 하는 희망과 용기 얻게 되니까 (단일 후보에) 집중할 것"이라며 "그러면 과거에 두 번 이겼으니까 또 한 번 이길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야권이 분열된 현재의 대선구도와 정국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느냐"는 질문에 "이회창씨가 따로 나왔지만 현재 상태는 여론조사에도 나온 것처럼 여전히 야당이 유리하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과거에 나를 당선시킨 사람들, 또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사람들은 같다(고 본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엄존하고 있다, 그 사람들을 집결시킬 수만 있다면, 또 집결시켜야 하고, 그러면 선거는 해볼만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중대한 남북관계, 6자회담 관계, 그런 점을 볼 때 이번 대선이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상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국민이 이런 걸 느끼게 되면 상황이 확 달라질 수 있다"면서 "문제는 국민들한테, 특히 과거 지지세력들에게 감동을 주느냐 못주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잃어버렸던 50년'에서 '자유 찾은 10년' 아닌가"
한편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현 정부를 좌파정부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 대목에서 손을 들어 아래위로 흔들면서 "그것(잃어버린 10년)은 전혀 사실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해방 이후 내가 대통령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공법, 국가보안법이라든가 형법으로 희생이 됐나, 그러던 것이 자유를 찾았으니, '잃어버렸던 50년'에서 '자유 찾은 10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국이 세계에서 민주주의 하고 경제 잘하고, 정보화에서 첨단이고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런 나라가 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평가를 받나"라고 되물은 뒤 "무엇을 봐도 말이 안 된다"면서 "역사를 역행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말이 될지 몰라도, 역사를 바로 알려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된다"고 말해 이 구호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좌파정부'라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도 "좌파정부를 정하는 제일 큰 태도는 미국에 대한 태도다"라고 전제하고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대해) 말은 조금 거칠게 했지만 세계에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이 이라크에 파병한 게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과의) FTA를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한 것이 한국인데, 이런 나라가 어떻게 좌파정부인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좌파라는 말도 마치 큰 문제로 생각하는데, 유럽 어느 나라고 (좌파가) 정권 잡지 않은 나라가 없다"면서 "지금 좌파, 우파 찾는 것은 냉전사고에서도 케케묵은 것"이라고일축했다. 그는 "차라리 말 똑바로 '공산주의 한다'고 하면 또 모르겠다"면서 "좌파라고 해서 공산주의 냄새를 피우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졸렬한 짓이고, 우리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햇볕정책과 북미관계 개선 반대하면 미국과 엇박자로 가는 것"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러면 '햇볕정책' 안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나는 이 분들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명년(내년) 되면 6자회담 완성돼서 미국이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도 해제할 것이고 결국 국교정상화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렇게 가는데 우리는 지금 여기서 '햇볕정책' 반대하고 북한과 관계개선 반대하면 미국과 완전히 엇박자로 가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미관계가 우스워지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외교에는 국익밖에 없다"면서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그런 것까지 내다보고 말하는 것인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회견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내정치 문제는 거기가 거기일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남북문제, 동북아 문제에 합당한 리더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