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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 정동영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당과 후보단일화 논의를 하기 위해 민주당 박상천 대표, 이인제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악수하는 모습.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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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른바 범여권, 혹은 범개혁세력의 단일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주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민주당의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등 세 대통령 후보의 단일화를 주문하고 있다.
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집권을 막는 것이 절대선인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그렇게 억지로 합쳐서 단일화를 한 들 이길 가능성이 있기나 한 것이며, 도대체 무엇을 위한 단일화이며, 그렇게 집권을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독자적으로 지지율이 40% 가량이고,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회창 후보 지지율까지 합치면 거의 지지율이 60%에 달한다. 반면 범여권 세 후보의 지지율을 다 합쳐보았자 20% 정도다. 그것도 선거를 이제 불과 한 달 정도 남겨 놓은 시기다.
1997년 DJP연합이나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합치면 이길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김대중·노무현에 대한 열성적 지지자들이 존재했다. 정권 교체라는 절박한 이유와 노무현의 원칙과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열성적 성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에는 그런 것이 있지만 범여권에는 그런 것이 있는가?
좋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으로 단일화를 이룬다고 치자.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합당 및 후보단일화 논란에서 보듯 도대체가 한 데 섞일 수가 없는 정치세력들이다. 후보단일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창조한국당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억지로 합쳐서 잡탕 정치세력을 만들어 놓은 들 무엇을 할 것인지 한심하다. 중구난방, 자중지란이 따로 없을 것이다.
백년 가는 정당을 표방하다가 불과 3년 지나 해체된 열린우리당은 좋은 반면교사다. 아니 열린우리당은 지금도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간판으로 바꿔 달고 건재하다. 열린우리당이 3년 동안 한 게 무언가? 지금 한나라당의 전성기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이 아니고 누구인가? 만에 하나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지난 날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또다시 끔찍한 경험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가치와 정체성을 잃어버린 탓이고 무능한 까닭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 실현해야 할 가치를 대통령이 되어서 오히려 잃었고,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 주었어도 상생이니 중도니 하며 남의 지지자들을 기웃거리다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결국 망했다.
지금 국민의 60% 이상이 무조건 노무현이 싫어서, 범여권이라는 정치적 실패세력에게 정권을 다시 주기 싫어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것은 그리 받아들여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아무리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후보라고 해도, 국민들이 다른 찍을 사람이 없어서 그 사람을 지지하게 된 것은 바로 범여권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른바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통합신당은 국민에게 버림받은 자신들의 실패를 반성해서 새로 태어나기보다, 그저 누구든 머릿수 늘여서 어떡하든 이겨만 보려는 정치공학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는 이길 수도 없지만, 요행히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찌 보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 할 수밖에 없다.
우와 좌를 왔다갔다하는 정동영 후보의 정체성도 해독하기 힘든 판에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에 더 어울릴 듯한 이인제 후보와 단일화하고, 정동영 후보에 대해 '국정 실패 세력'이라고 비판하는 문국현 후보까지 단일화한다면 이건 완전히 잡탕이고 정체성 불명의 정치 집단이지, 믿고 정권을 맡길 만한 정치세력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 중심 단일화는 야합'이라는 문국현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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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는 14일 여의도 캠프에서 "희망없는 과거회귀 정치세력과의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없다"며 "세력과 세력이 권력만을 위해 무원칙하게 몸을 섞는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밝혔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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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보자면 '가치 없는 사람 중심의 단일화는 야합'이라고 단일화를 거부한 문국현 후보가 옳다.
사람 수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과거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가치를 공유하고 정체성이 확립된 정치 세력이라야 제대로 된 개혁 정치를 할 수 있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금 현 상황에서 아무리 좋게 치장을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정치적 야합'에 불과한 단일화 논란은 걷어 치워야 한다.
각자 스스로의 정체성부터 확립하고 어떤 가치와 어떤 개혁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길을 같이 걷겠다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그런 정당, 정치세력이 자신의 가치를 펴 나간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의 발전이며 궁극적인 정치적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다수가 노 대통령이나 범여권의 무능에 대한 혐오와 불신를 가지고 있다. 그런 혐오나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합치기만 하면, 이명박 후보의 비리에 대해 '한 방'만 터지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