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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昌바람, 어느쪽으로 불까

바람, 어느쪽으로 불까


‘민주연대 21’ 불출마 촉구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로 옛 통일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연대 21’ 회원 20여 명이 31일 서울 남대문에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무실 앞에서 대선 출마설이 나도는 이 전 총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진입을 저지하는 이 전 총재 지지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이 50일도 남지 않은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15% 안팎의 지지율을 얻으며 대선 막판 변수로 급부상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진영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출마 찬성”보다 “반대” 많아

31일 보도된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그의 지지율은 15.8%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5.3%로,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지지율 51.8%에서 6.5%포인트가 빠진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지지율은 17.5%로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18.1%)와 큰 차가 없다.

이 전 총재는 대전·충청(28.5%), 대구·경북(23.3%) 지역과 연령별로는 60대 이상(20.8%)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문화일보는 분석했다.

서울신문이 27,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6.6%이며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55.6%에서 47.1%로 8.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찬성(20%)보다는 반대 의견(66%)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불교방송이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13.7%의 지지를 얻어 이 후보 44.2%, 정 후보 20.4%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을 할 경우 잠재적 지지 세력까지 가세해 삽시간에 지지율 20%를 돌파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지지율만 보고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 “분열 땐 이기기 어려워”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박희태 의원은 3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표가 분산될 것이고, 아무리 이 후보가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더라도 상황이 위험하게 된다”며 “분열해서 이기기란 참말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선거일 직전까지 총력을 다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선거대책본부장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총재 주변 인사 2명이 BBK사건과 관련해 이 전 총재에게 왜곡된 정보를 주면서 ‘검찰이 조사하면 이 후보가 한 방에 간다’는 말로 부추기고 있다”며 “이 전 총재가 폐쇄된 환경에서 몇몇 사람의 말만 듣고 그렇게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과 관련해 “지지율이 그 정도 나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지지 세력 중 이명박 후보 쪽으로 흡수되지 않은 지지 세력이 여론 조성을 위해 일부러 이 전 총재 쪽에 표를 던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부산의 한 호텔에서 이 전 총재 출마설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지금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이 전 총재를 포함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 대해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여론조사에) 넣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최근 이 전 총재 측근 모임인 ‘함덕회’ 만찬에 참석하고, 최근에는 이 전 총재의 측근을 통해 “원활하게 한번 논의해보자”고 타진하는 등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범여권 “네거티브 효과 커질 것”

대통합민주신당 정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선거 구도를 흔들 수 있는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 신당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보수 표가 분산돼 ‘1강 1중 다약()’ 구도가 깨지고, 대선 어젠다가 ‘경제’에서 ‘도덕성이나 이념’으로 분산돼 네거티브(비방·폭로)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여권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서면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해 추가로 지지율 10% 안팎을 내리는 데 열흘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의 지지율이 이 전 총재에게까지 밀려 3위가 되면 후보 단일화의 동력이 사라지고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의 싸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 후보는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를 불과 1.7%포인트밖에 앞서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신당은 대선 승리에 대한 내부 동력을 상실하고 내년 총선 준비로 각개 약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도리어 보수 세력이 이 후보 쪽으로 단단하게 결집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 후보의 유불리를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11.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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