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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정동영으론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

“정동영으론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
- 후보 단일화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프레임’을 넘어서는 것


- 사이버 대변인실 정철운 기자 -





이제 여기까지 왔다. 대선은 57일 남았다. 작년 겨울만해도 이명박, 고건, 정운찬, 박근혜의 이름이 쏠쏠하게 나왔지만, 이제 남은 사람은 ‘이명박’뿐이다. 그래도 박근혜 후보의 흔적은 아직까지 여의도에 남아있다. 한나라당 당사 앞에는 박근혜 지지자들이 ‘헌법수호’와 ‘경선 불복’을 외치며 수십여 일 째 농성중이다.
 사라진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작년 겨울만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명박의 대항마’를 외치며 현재 대선의 전면에 서 있다. 5년간 당 조직에 주력한 정동영 후보는 신당 경선에서 살아남았고, 유한킴벌리 사장직을 그만두고 단기필마로 출마한 문국현 후보는 출마선언 50여 일만에 지지율 10%를 넘나들고 있다.

 그럼에도 작년 겨울과 오늘, 변하지 않은 것 하나는 ‘이명박 대세론’이다.
서울시장의 임기가 끝날 무렵부터 슬슬 시작된 그의 인기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응답률 20% 짜리의 여론조사들이 여태껏 이를 증명해왔다. 

 그리고 어제(22일), mbc의 여론조사 결과도 대세론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대통령 감으로 누가 가장 낫느냐’의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선택은 52%가 이명박 후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17.8%, 문국현 후보는 8.4%를 기록했다. 권영길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각각 3%, 2.7%를 기록했다. SBS와 중앙일보가 같은 날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이명박 후보 54.2%, 정동영 후보 15.3%, 문국현 후보 7.2%의 지지가 나타났다.
 mbc의 22일자 보도에서는 문 후보가 “서울과 화이트칼라 학생층 그리고 40대에서 상대적으로 정 후보에게 강세를 보였다”며 “여론전파력이 강한 계층에서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추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의 범여권 단일화 흥행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후보 단일화의 흥행 따위가 아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은 프레시안에 올린 글에서 “후보 단일화 담론은 ‘그들만의 담론’일 뿐”이라며 현재의 단일화 논의들이 언론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무엇을 위한’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는 후보단일화는 결국 앞서가는 사람을 선택하게 만드는 순응주의, 퇴행적 결정으로 귀착”될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가 “서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인하는”과정이 되어야지 “정치적 거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후보단일화가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이루어질 경우 국민들에게 감동을 못 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위원은 위 글에서 “후보 단일화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아래로부터의 가치와 정책 연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정당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정책이나 해당사안에 대한 가치판단으로서 대변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 당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각각의 당이 대표하는 이해관계 집단이 동일한지의 여부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적으로 연합이 가능한 부분을 찾고 가치판단에서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구조를 바라보는 프레임(틀)에 대한 동의지반이 얼마나 넓은지 논쟁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자들의 다수가 ‘깨끗한 이명박’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BBK 사건이 터지고 도곡동 땅의 원래 주인이 밝혀지고 세금 미납 같은 것이 일일이 들추어져도, 지지자의 다수가 이명박을 찍겠다는 상황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명박의 품성을 보고 그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설정한 경제 프레임을 지지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안겨다준 경제성장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한국사회를 떠돌고 있다. 그렇기에 이 후보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정책 연합이나 가치 주장 없는 ‘후보 단일화’는 결코 단일한 선택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불행이도 정동영의 ‘평화경제 프레임’은 이명박의 성장 프레임을 넘을 수 없다. 누구의 말대로 그의 프레임은 이 후보와 뚜렷한 차이가 없다. ‘평화’경제는 통일부장관시절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수사이다.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은 DJ정권부터 시작된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더욱이 단순히 생각했을 때 평화와 경제는 양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사이트에 있는 무수한 정책 매뉴얼은 잘 정리되어 있다는 생각만 들지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은 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 말했다. ‘개성동영’은 ‘땅박이’를 이길 수 없다고. 최근의 그는 나름대로 ‘좌측 깜빡이’를 키며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를 견제하며 ‘진보후보’로 전면에 서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구는 노무현 정권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이상한 정치가 또 다시 등장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을 넘으려면 이명박의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그것은 기존의 재벌중심 성장과 땅 투기 중심의 ‘가짜’ 성장이 아닌, 노동자 · 중소기업 중심의 ‘진짜’ 성장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과로체계가 지양되고 평생학습과 휴식이 있는 노동,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진짜 성장이다. 90%의 서민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진짜 경제다.  

 ‘금산분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될 경우, 몇 년 안에 우리는 ‘삼성은행’을 보게 될 것이고 거대 기업의 횡포에 의해 무너지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또 다시 마주 볼 것이다. 소수의 행복을 원하는가, 다수의 행복을 원하는가. 논쟁을 시작하자. 그리고 무엇이 진짜인지 알리자. 그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 ‘진짜후보’에 대한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출처: 문국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