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불출마 의사 분명히 밝혀야”
입력 : 2007.10.22 14:06 / 수정 : 2007.10.22 16:07
- ▲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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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아가 보수세력들에게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애증의 대상이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잇따라 실패한 그에게 동정론과 책임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올해 대선에 다시 출마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왜 그의 재출마설이 신빙성 있게 나돌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이명박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현재 여론지지율 50%를 넘어서는 절대강자 이 후보가 왜 불안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전 총재의 한 지지자는 “여권에서 시기를 저울질하며 이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히든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김경준의 귀국으로 BBK 문제, 도곡동 땅 문제, 병역문제,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과 AIG 국제금융센터 국부유출 우려, 뉴타운관련 비리 의혹, 친인척의 전국적인 땅 투기문제 등 굵직한 핫이슈가 실타래 처럼 얽혀 터질 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마치 점령군이 전리품 나눠 먹듯 당권을 싹쓸이 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집권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또 이 후보 주변 인물들을 보면 과거 좌파운동을 했거나 운동권 출신이 대부분인데 이래서는 현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며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열렬 지지자들의 주장 보다는 이 전 총재의 모호한 입장이 그의 재출마설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지난 19일 한 세미나에 참석해 대선 출마설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 교체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하겠다’는 말을 분명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라는 말도 빠지면서 그가 재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돌기 시작한 것.
이에 대해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석이야 각자가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로서는 정권교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이 전 총재는 또 다시 대선에 출마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그렇지 않다면 왜 숱한 여론의 압박과 후보측의 직.간접적 요구가 있는데도 이명박 지지선언을 확실하게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이 전 총재의 언론특보였던 이종구씨가 ‘이명박 선대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이 후보측과 이 전 총재측간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측근은 “이종구씨가 선대위에 들어오게 된 것을 놓고 이 전 총재가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언성을 높이며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 시점에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인데 왜 내 사람을 빼가느냐는 식의 항의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그의 지지 모임인 ’충청의 미래’(대표 박석우)가 23일 이 전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 앞에서 회원 2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전 총재 제17대 대선후보 출마 추대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이 전 총재는 21일 열린 ‘충청인 한 마당’에 화환을 보냈고, 24일엔 시청 앞에서 열리는 보수 단체의 ‘대한민국 사수대회’에 직접 연사로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대선 재출마를 위한 예열 과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양대 세력의 미묘한 역학관계도 ‘창 재출마설’을 확산.증폭 시키는 또 다른 진원지가 되고 있다.
만일 이 전 총재가 출마하게 된다면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세력은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던 친박조직일 것이고, 그 타격은 이 후보가 고스란히 입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 이 후보의 집권 저지를 위해 창 재출마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결점을 잘 알고 있는 이 후보 보다 이 전 총재가 집권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은 “이 후보측이 이런 소문들을 퍼뜨려서 창 재출마 김빼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친박쪽에서야 만일 이 후보가 낙마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대안은 당연히 박 전 대표라고 생각할 텐데 무엇 때문에 이 전 총재를 꼬드기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경선기간 검증 공방 과정에서 “제2의 김대업식 검증은 불필요하다”며 이 후보쪽 편을 드는 인상을 줬던 이 전 총재에게 박 전 대표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마당에 ‘창-박 연대설’을 제기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다.
현재 객관적 상황으로 볼 때 이 전 총재의 재출마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 전 총재의 재출마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강해, 설사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결심한다 해도 그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국민의 정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두어져 있다”면서 “이를 대체할 어떤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명분이 없음을 강조했다.
‘민주연대 21’(회장 박종웅)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는 작년에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라는 발언을 하는 등 계속 출마설이 나돌았으며 이 시점까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유감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전 총재가 불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취지가 무엇인지, 누구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것인지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어 “이 전 총재는 정계원로로서 지금이라도 불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좌파정권 연장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세력이 총집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는 움직이는 것이다. 그의 불출마 관측이 유력한 것은 이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 우위가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한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려운 대선정국에서 ‘창 재출마설’이 ‘설’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대선정국의 주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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