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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축구도 경영도 결국 답은… 사람이다”

축구도 경영도 결국 답은… 사람이다”
  • 부자구단 ‘첼시’ 사장 피터 케니언의 ‘프리미어리그 경영학’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축구도, 기업도 결국은 팀워크가 핵심 팬은 고객… 승리는 곧 고객만족 경영”
    “첼시는 14개국 인재로 구성된 다국적기업 삼성과는 재계약하고 싶어요”
  • 김영진 런던특파원 hellojin@chosun.com
    입력 : 2007.08.24 14:41 / 수정 : 2007.08.25 09:19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7~2008 시즌이 개막됐다.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세계 프로축구의 최고봉,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이면에는 엄청난 돈이 걸려있다.

      1년 매출액 20억유로. 유니폼에 로고를 넣는 조건으로 삼성이 5년간 5000만파운드, AIG그룹이 4년간 5650만파운드를 쏟아 붓는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비즈니스 성공 모델, 프리미어리그의 비결은 무엇인가? 전통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정상으로 이끌고, 신흥 구단 첼시(Chelsea)를 명문구단으로 탄생시킨 ‘프리미어리그의 미다스 손’ 피터 케니언(Peter Kenyon) 첼시 사장으로부터 그 비결을 들어봤다.

      첼시(Chelsea) 구단의 홈 경기장(스탬퍼드 브리지) 4층에 위치한 피터 케니언(Peter Kenyon) 사장실은 다른 방과 똑같이 허리 위쪽으로 유리 벽이 쳐 있다. 누구를 만나는지, 일하는지, 쉬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스크톱과 프린터가 놓인 책상, 회의용 테이블, 소파가 전부인 사무실에서 케니언 사장은 이따금 창 밖의 풀햄브로드웨이 주택가를 내다보며 휴식을 취한다.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이 세계 최고클럽으로 일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를 회상하고 있는 건 아닌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맨유에서 부사장, 사장직을 맡은 그는 나이키, 보다폰 등 주요 스폰서십 계약을 주도하고 유망선수를 영입해 맨유를 세계에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축구 클럽(14억 5300만 달러)으로 끌어올렸다.

      맨유를 키우면서 축구 클럽 경영의 귀재(鬼才)란 수식어가 따라붙은 그는 4년 전 정들었던 맨유를 등지고 경쟁클럽인 첼시에 새 둥지를 틀었다.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가 첼시를 인수하면서 그에게 경영의 키(key)를 넘겨준 것이다. 키를 넘겨받은 케니언 사장은 조세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고 첼시는 2004~2005년 시즌과 2005~2006년 시즌에 2년 연속으로 영국 최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케니언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본 사람은 아직 없다. 그는 경영자일 뿐이다.

      그는 모든 경영의 성공요건이자 최고 자산을 ‘사람’이라고 꼽았다. 축구도 사람이 하고, 표 파는 일도 사람이 하고, 구경하는 것도 사람이 한다는 것. 스포츠계의 최고경영자로 꼽히는 케니언 사장을 만나 프리미어리그 경영학을 풀어봤다.

      ―프리미어리그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난 맨체스터에서 태어났지요. 자연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스포츠에 열정이 있었고 스포츠 브랜드가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움브로(Umbro)라는 스포츠용품업체를 통해 스포츠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맨유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겁니다 (그는 움브로에 1986년 입사해 사장직에 올라 1996년까지 근무하는 동안 브라질 대표팀, 맨유, 아약스, 인터밀란 등 세계 유수의 축구팀 후원사로 참여해 움브로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끌어올렸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로 급성장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리그 운영방식이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20개의 잉글랜드 최고 팀이 경쟁하면서 수준 높은 경기를 보이고 있지요(리그 결산 후 하위 3개 팀은 챔피언십리그(2부리그)로 내려가고 챔피언십리그 상위 3개 팀이 올라온다. 설기현의 레딩도 지난 2006~2007년 시즌에 챔피언십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온 팀이다). 두 번째는 수준 높은 시설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89년 힐스버러 참사(리버풀 팬이 북아일랜드 노팅엄 포리스트와의 원정경기를 보러 갔다가 밀려드는 관중때문에 경기장 펜스가 무너져 96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각 구장이 전부 좌석제로 개편하면서 훌리건 이미지의 축구경기 분위기를 벗어났지요. 가족들도 함께 즐기는 시설로 변화하면서 축구 저변층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세 번째는 막대한 방송중계권 수입을 들 수 있습니다. 스카이 TV 등이 프리미어리그 방송중계권을 획득하면서 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매년 15억명이 시청하는 등 세계인의 관심을 고조시켰지요. 또한 방송중계권 판매로 인한 수입이 늘어나 각 클럽도 경기와 운영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됩니까.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티켓 판매 수익금과 스폰서십, 방송중계권 판매 등이지요. 현재 각각 3분의 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방송이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방송중계권 판매수익금이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첼시 얘기를 해 보죠. 올해 칼링컵과 FA컵 등 우승컵을 두 개나 차지했는데 첼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공요인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팀의 성적이 가장 중요합니다. 팀이 이겨야 경기장을 찾는 관중도 늘어나고 상품 매출도 확대돼 스폰서를 좋은 조건으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럽의 위상이 높아지면 당연히 TV방송 횟수도 많아져 클럽 재정이 튼튼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성적을 기본으로 팬 베이스(base)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클럽을 재정적으로 안정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과는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나요.

      “나는 클럽의 CEO(최고경영자)로서 클럽의 비즈니스 즉 마케팅 전반과 선수영입, 직원 관리 등을 담당합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와 관련된 팀 분야를 맡지요. 선수선택이나 훈련, 경기성적을 책임집니다.”

      ―선수를 영입하거나 이적시킬 때 두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나뉩니까.

      “내가 해당 시즌에 사용 가능한 예산을 무리뉴 감독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면 감독이 계획하고 있는 팀 구성을 위해 누구를 데리고 있을 것이며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옵니다. 그 다음에 내가 클럽을 대표해서 선수시장에 나가 협상에 들어갑니다. 그 결과에 따라 선수 방출·영입이 결정되지요. 무리뉴 감독은 경기 성적 외의 클럽 경영엔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CEO인 내가 감독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감독 스스로 성적에 대해 절대적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은 데리고 있는 선수를 통해 최고의 성적을 내려고 노력합니다.”

      ―첼시에는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슈퍼스타가 없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베컴은 아주 독특한 케이스입니다. 경기력이 우수한 선수가 반드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건 아닌데 베컴은 두 가지 모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전례없는 선수지요. 하지만 첼시에도 세브첸코나 발락, 드록바, 람파드 같은 세계적 명성의 선수가 적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은 어느 클럽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역시 맨유가 가장 잘 운영되는 대표적인 축구 클럽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전에 사장으로 있어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웃음) 그 동안 클럽의 성적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클럽 운영의 비즈니스 모델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맨유 팬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첼시는 언제쯤 맨유에 필적하는 팬 베이스를 갖게 될까요.

      “팬의 숫자를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첼시는 팬 숫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클럽 중 하나입니다. 첼시는 팬을 확대하는 것보다 팬 관리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팬들과 얼마나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는가가 중요하지요. 그래야 클럽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져 클럽을 더욱 아끼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클럽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축구 클럽을 경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근본 경영원칙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축구클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인력(people)입니다. 직원들이 얼마나 맡은 분야에서 제대로 일하는가가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요소입니다. 축구클럽이 다른 비즈니스와 차이가 있다면 ‘팬’이란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점입니다. 팬들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는 축구 클럽운영에 절대적입니다.”

      ―첼시를 포함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아직도 잉글랜드 선수들이 주축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첼시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잉글랜드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고 세계적인 선수 중 최고의 역량을 갖고 있는 선수를 영입합니다. 특별한 국적이나 인종을 따지지 않고, 얼마나 재능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첼시는 14개국 선수로 구성된 국제적인 팀입니다.”

      ―선수 구성에서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많이 둡니까.

      “재능 있는 어린 선수를 육성해 최고의 선수로 키우는 게 축구클럽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보람입니다. 물론 클럽 재정 측면에도 도움이 되고요. 최근에 코밤(Cohbam)의 첼시 연습구장이 유럽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췄습니다. 이곳에서 어린 유망선수를 키울 겁니다. 우리는 스타 플레이어에만 투자하지 않습니다. 재능 있는 선수를 많이 발굴해 첼시의 장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첼시의 비전입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적으로 몸값 비싼 선수로 팀을 구성했지만 팀 성적은 올해를 빼고는 좋지 않았습니다. 팀 성적과 관련 있는 중요한 변수를 꼽아본다면.

      “축구는 팀 게임입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포진해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이길 수 없지요. 첼시의 최근 성공요인은 잘 다져진 팀 워크에 기인합니다. 훌륭한 영감을 가진 주장과 열정을 가진 키 플레이어, 여기에 리더십을 갖춘 감독 등 전체적으로 팀 위주의 클럽 문화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이었습니다.”

      ―선수 연봉을 결정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합니까. 팬 숫자도 영향을 줍니까.

      “모든 선수들은 기량에 따라 개인별로 연봉이 정해집니다. 물론 클럽 재정상황에 맞춰 봉급구조가 마련돼 있습니다. 선수들은 다른 선수 연봉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언론에서 추측하는 금액으로 서로 연봉을 가늠할 뿐입니다. 영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브첸코나 발락 같은 선수는 많은 돈을 주고 영입했지만 제대로 몸값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합니까.

      “두 선수는 모두 4년간 계약을 했습니다. 단 1년 경기성적만 갖고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브첸코는 이미 14골 이상을 기록했고 발락도 미드필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 못할 정도입니다. 이 선수들이 계약기간 내에 충분히 기량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삼성전자와의 스폰서십은 어떻게 맺어지게 됐습니까. 양사의 관계를 되돌아 보신다면.

      “내가 첼시에 합류한 뒤로 글로벌 기업이면서 퀄리티를 가진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 성장세가 있는 기업을 찾고 있었고 마침 삼성전자가 그 모든 카테고리를 만족시켰습니다. 삼성은 첼시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가장 성공적인 스폰서십 관계로 생각합니다. 여러 서베이를 거쳤습니다만 양사가 서로의 브랜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경영진 등의 우호 관계 등이 이상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첼시는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재계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스폰서십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축구 클럽 경영의 모델로 꼽히는데 특별한 경영철학이 있습니까.

      “역시 인재가 중요합니다. 사람이 성공을 이끄는 키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든 티켓을 파는 사람이든지 각 분야에서 가장 적합한 최고의 플레이어가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하지요.”

      ―맨유에 이어 계속해서 세계 최고 구단의 CEO를 역임하고 있는데 본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내 얘기 꺼내는 건 처음인데...(웃음) 정직함 그리고 성공을 이끌려는 열정, 추진력 등에서 점수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전략을 만들고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이 아마도 나를 고용하고 싶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 아시아 축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도 축구에 재능이 있는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실제 아시아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활발하지 않습니까. 내년에는 아시아 축구대표선수단(Asia footballer of the year)이 첼시에 와서 훈련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첼시는 중국 축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대표팀이 첼시구장에 와서 트레이닝 시설을 경험하고 간 바 있습니다.”

      ―한국에도 박지성, 이영표 등 프리미어리그 선수와 이천수 등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많은데 영입의사가 있습니까.

      “첼시의 선수 영입정책은 재능이 얼마나 있느냐입니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면 언제든지 적극적인 고려대상이 될 겁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적합한 최고 수준이어야 하고 이를 보여줄 때 영입하게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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