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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하나님이 이스라엘에 ‘땅문서’를 주셨다고?

바레인 알타즈디드 문화사회연구소

 

» 바레인 여성회와 알타즈디드 문화사회연구소 활동을 통해 이슬람 문화개혁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여성들과 함께.
“오염된 역사서술이 성스러운 책 속에 들어가 현재의 정치오염을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 해석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 세대가 꼭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레다 라자브(Redha Rajab, 알타즈디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해양생물학자인 와지하 알바하라 박사의 주변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멋진 남녀들이 가득했다. 동료들이 마련한 오찬, 연구를 도와주기 위해 준비된 인터뷰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일 때마다 차로 데려다 주는 잘 조직된 여성 네트워크 등을 통해 신념에 차 있고 따뜻하며 유능한 많은 무슬림 남녀노소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같이 만나 코란을 공부했고, 바레인 사회를 더욱 민주적이고 열린 사회로 만들기 위해 공동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 분수와 시내가 오아시스처럼 시원한 느낌을 주는 연구소 정원
그들 중 대부분은 알타즈디드 문화사회연구소의 회원이었다. 알타즈디드 문화사회연구소는 2002년에 바레인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건전한 이슬람 문화 개혁을 하고자 세워졌다. 주로 하는 일은 연구와 교육, 사회변혁운동이다. 연구소의 정원에 분수와 시내를 만들어놓아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오아시스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정원과 넓은 로비에서 뛰어놀고 있었고, 강당에서는 진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강연은 이 연구소의 상임연구자가 밝혀낸 토라(유대교 경전)와 기독교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스라엘 부족의 역사 왜곡이라고 한다. 주제가 내가 공부하는 신학과 연결된 것이라서 관련자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았다.

그들은 토라와 구약성서에 나타난 ‘약속된 땅’은 이스라엘 부족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에 불과하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스라엘 부족의 ‘희망사항’이 성스러운 책 속에 포함되면서 마치 ‘약속된 땅’이 하나님의 뜻인 것처럼, 또 역사적인 사실인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이 ‘희망사항’이 세계문화의 헤게모니를 잡은 기독교 문화의 의식적 뿌리가 되는 성경에 포함된 것을 그들은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간주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겨지는 성경이 서구인들의 무의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으면서, 그 속의 ‘이스라엘 왕국 이데올로기’가 오늘날 이스라엘이라는 유대인 현실 국가 형성에 종교적 권위를 더해 주었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의 ‘약속된 땅’은 이스라엘 부족의 ‘희망사항’이며 ‘신앙고백’이다.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정치 이데올로기로 변질시켜 팔레스타인 점령의 도덕적, 종교적 근거로 삼다니. 세상 많은 나라들이 ‘하느님이 준 땅문서’를 근거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연구소 연구원들
그들의 연구를 따르면, 이 ‘날조’에 가까운 역사서술은 그 서술로부터 몇천 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 지금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이스라엘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또 기독교 문명권에서 자라난 많은 서방국가들이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땅 위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것에 별 무리 없이 찬성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토론을 들으면서 기독교 성서신학에서 문제 되었던 출애굽 해석 문제가 떠올랐다. 모세라는 지도자를 따라 이집트를 탈출하여 소위 ‘하느님이 약속한 땅’에 들어왔다는 사건은 이스라엘 부족에게는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경험하는 해방의 사건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땅에서 원주민으로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외래인들에 의한 점령의 사건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서술이 이스라엘 부족의 신앙고백으로 다뤄지지 않고 진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으로 여겨지면서, 이 원형적인 이야기가 정치 이데올로기로 변형·정착되어 현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정부에 팔레스타인 점령의 도덕적·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는 것이다. 누구에 의해 역사가 쓰이고 ‘사실’로 정착되느냐는 이토록 큰 정치적 결과를 초래한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을 때 한 성서학자가 분노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의 말로는, 현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필수 과목으로 여호수아서를 가르친다고 한다. 바로 이 기록 안에, 이스라엘 땅은 선택된 민족인 이스라엘 부족에게 하나님이 선물한 약속의 땅이라는 서술이 들어 있다. 이스라엘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이 여호수아서의 고백을 역사적 사실로 가르치면서 유대인 어린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 현경교수의 이슬람순례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2, 3천년 전 조상의 땅문서라고 문서를 들이대며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면 그 주장을 들어줄 수 있을까? 아마도 어느 나라도 그런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의 많은 나라들은 이스라엘을 편들지, 그 성스러운 책 속의 이야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점령지가 공식적으로 뺏은 사람들의 땅이 되고 국가가 되는 것은 무슨 원칙에 근거하는 것일까? 그냥 ‘정글의 법칙’대로 빼앗은 자가 임자인가? “기분 나쁘면 너도 출세해서 빼앗으면 되잖아”가 해답인가? 이런 순간마다 나는 무슬림들이 느끼는 영혼의 한을 경험한다. 독자 여러분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대들의 지혜를 듣고 싶다.

글·사진 현경 교수 미국 유니언신학대학원 cafe.daum.net/chunghyunkyong


 

 

 

 

 

 

 

 

 

 

 

 

 

기사등록 : 2007-06-29 오후 05: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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