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 이야기

존폐 건 지방대 대거 탈락…‘글로컬대發 혁신’ 후폭풍

 
입력 :2023-06-20 18:24ㅣ 수정 : 2023-06-20 18:24  

‘1000억 생존 전쟁’이 불 댕겼다… 지방대 간 합종연횡 빨라질 듯

국공립 8곳·사립 7곳 예비 지정
대구·대전·세종·제주 1곳도 없어
지방 사립대들 구조조정 가속화


▲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올해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비수도권 대학 30곳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국공립대 8곳과 사립대 7곳을 포함해 총 15개 대학이 예비 선정됐다. 이 대학들은 오는 10월 최종 10개 대학 선정을 두고 다시 경쟁하게 된다. 글로컬대 선정에 존폐를 걸었던 지방사립대학들이 대거 탈락함에 따라 구조조정 가속화뿐 아니라 생존 위기라는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 총 15개 혁신기획서가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글로컬대학30’은 2026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지방대 30곳 육성을 목표로 매년 10여곳의 대학을 정해 학교당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 지원과 규제 완화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마감된 예비 신청 접수에서는 신청 가능 대학(166곳)의 65.1%에 달하는 108곳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예비 선정된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공동)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공동) ▲순천대 ▲순천향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연세대 미래캠퍼스(분교) ▲울산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공동) ▲포항공과대(포스텍) ▲한동대 ▲한림대다. 혁신기획서 기준으로 총 15곳이고 대학 수 기준으로는 19곳이다. 교육부는 혁신성, 성과관리, 지역적 특성 등 3개 영역에 중점을 두고 혁신기획서를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설립 형태별로 국공립대가 8곳, 사립대가 7곳 포함됐다. 전문대는 공립대인 경북도립대를 제외하고 모두 탈락했다. 통폐합을 신청한 대학 27곳의 신청서 13건 중에서 4건(8개 대학)이 선정됐다. 국립대 간 통폐합이 3건, 국립대와 도립대 간 1건이다. 국립대는 경북대, 제주대, 충남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예비 지정됐다.
시도별로는 강원과 경북이 각각 3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 2곳, 충남·충북·전북·광주·전남·부산·울산에서 각 1개 대학이 선정됐다. 대구, 대전, 세종, 제주 지역 대학들은 뽑히지 않았다.

예비 지정 대학 중 상당수는 무학과·무학년·무전공 등 학문·학과 간 벽을 허물겠다고 밝혔다. 순천향대의 경우 10개 단과대와 50개 전공을 폐지하고 한동대는 14개 학부를 통합하고 100% 전공 선택권을 무제한 보장하는 ‘원 칼리지’ 모델을 제시했다.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위해 대학과 산업계 장벽을 없앤다고 제안한 대학들도 있었다. 울산 도심과 주력 6개 산업단지에 멀티 캠퍼스를 조성해 산업 현장 맞춤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울산대, 대학교육 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매칭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포항공대 등이다.

예비 지정 대학들은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 지역 산업체 등과 함께 혁신 기획서 과제를 구체화하는 실행계획서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본지정 평가를 통과한 총 10개 내외 대학이 10월 최종적으로 글로컬대로 지정된다.

이날 결과가 발표되자 지정에 사활을 걸었던 지방 대학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대학 유형별, 지역별 안배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지원서를 낸 108개 대학은 국립대 25곳, 공립대 1곳, 사립일반대 64곳, 사립전문대 18곳으로 사립대 비율이 높았는데, 지방의 거점 국립대가 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 유형이나 지역보다 혁신성 위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혁신성 위주로 대학을 선정했는데 지방거점 국립대들의 통합·혁신 모델이 좋았기 때문에 다소 쏠림 현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컬대 예비 지정을 계기로 중소 지방사립대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글로컬대가 최종 결정되면 해당 대학에 지역 수험생들이 몰리고, 그 외 대학은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탈락 대학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규모가 있는 국공립대, 사립 거점 대학들과 통합을 적극 추진했던 대학들이 선정되면서 앞으로 글로컬대 지원 대학들 사이엔 더 적극적인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며 “규모가 큰 대학 위주로 재편되고 중소 지방대학들은 배제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학 간, 전공 간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내 반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원 조정 같은 학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 구성원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과를 없앤다는 것은 충원 방식을 바꾸거나 통폐합하는 것인데 형태를 바꾼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과 폐지와 전공 쏠림현상이 나타나 교육 여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교육 여건 개선책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예·김주연 기자
2023-06-2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