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둔 20일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에서 연등행렬이 이어졌다. 연등행렬은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는 한국의 대표적 불교 행사인 ‘연등회’의 주요 볼거리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동대문 앞. 붉은색 연꽃 등불을 손에 든 스님들과 주황색과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연등을 손에 든 시민들이 도로 위를 가득 메웠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연등행렬 행사에는 전국 60개 단체에서 약 5만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한 사람당 2개의 연등을 들고 동국대에서 출발해 동대문과 종각역을 거쳐 조계사로 이동했다.
코로나로 2020년에는 취소되고, 2021년에는 조계사 앞 도로에서 작게 진행됐던 연등행렬이 4년만에 대규모로 열리면서 도로 옆 인도에는 이를 구경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법복을 입은 스님들이 연꽃 등불을 들고 행렬을 시작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동국대와 동국대부속여자고등학교 등 학생들의 행렬이 보일 때는 연신 학교 이름을 외치며 반겼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대부분 해제된 후 대규모로 열린 4년만의 연등행렬에 참여한 시민들은 입가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30년째 조계사에 다니는 송국영(57)씨는 하얀색 연등을 손에 들고서 행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송씨는 “불교 신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다함께 즐기는 행사가 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며 웃으며 말했다.
연등행렬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외국인도 보였다. 프랑스 출신 티파인 판조우(27)씨는 친구 멜리사 카바(29)와 함께 꽃이 그려진 하얀색 연등을 들고 서 있었다. 숙명여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 중인 티파인씨는 “학교에서 무료로 연등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고 알게 됐다”며 “호랑이나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 모형 연등을 볼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연등행렬을 구경하는 시민들 사이에선 “와” “너무 예쁘다” 등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은평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오동준(44)씨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행사라고 들었는데 와서 보니까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며 “내년에는 직접 연등을 들고 행렬에 참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효정(41)씨는 부모님과 자녀들과 함께 연등행렬을 보러 왔다고 했다. 이씨는 “4년 전에도 왔는데 올해 더 크게 열린 것 같다”며 “다양한 연등과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이씨 옆에서 의자 위에 올라가 행사를 지켜보던 김혜림(10)양은 “불을 뿜는 거북선이 정말 멋있다”며 “처음 보는 모형과 연등이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연등행렬 행사를 보던 외국인들도 “잊지 못할 추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에서 온 샬롯 홀링스워스(24)씨와 캐나다 출신 리차드 네고(29)씨는 연등 행렬을 사진으로 찍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샬롯씨는 “다채로운 의상이 상당히 멋지고 특히 커다란 용이 인상적이다”라며 “오늘 낮에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다녀왔는데 내가 입었던 옷을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는 게 신기하다”라고 했다.
리차드씨는 “불교 수련을 잠시 한 적이 있는데 소규모 불교 행사는 봤어도 이렇게 웅장한 퍼레이드는 처음이다”라며 “내일 한국을 떠나는데 오늘 이 퍼레이드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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