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노인이 다가온 차를 보고 놀라 혼자 넘어진 ‘비접촉 사고’를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교통계 출신 경찰관은 “책임소재를 가릴 때는 보행자가 다친 원인을 차량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골목길 비접촉사고 문의드린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골목 주행 중 비접촉으로 사고가 났다”며 “시속 30㎞ 이하로 주행하고 정지했는데, (보행자가) 제 차를 피하다 넘어졌다고 한다”고 했다.
A씨가 올린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는 지난 1일 오후 6시 20분쯤 일어났다. A씨는 제한속도 30㎞인 좁은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었다. A씨가 우회전해 골목을 돌자 멀리서 길을 건너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A씨는 노인의 앞에서 차를 멈췄고, 보행자는 달려오는 차를 보고 놀라 잰걸음을 하다 발이 꼬여 넘어졌다. 넘어지며 손도 짚지 못한 노인은 크게 다친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A씨는 “(노인이) 넘어지면서 골절이 되어 수술해야 한다고 보험접수를 해달라고하는데, 운전자는 무조건 가해자냐”며 “그저 답답하다. 그냥 가던 길 가시면 되는 걸 우왕좌왕 하다가 넘어지셨다”고 했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아파트단지 내 골목길로 추정된다.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횡단보도 표시가 많이 지워져 잘 보이지 않지만, 원래 이곳은 횡단보도다.
온라인 의견은 갈렸다. 비접촉 사고라는 점에 주목한 네티즌들은 “혼자 비틀거리다가 넘어져도 운전자 잘못이 된다면 악용될 소지가 크다. 앞으로 수술비 필요하면 길거리에서 넘어지면 되겠다” “혼자 넘어졌는데 근처 달리던 차량 운전자 잘못이라니, 이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보행자가 넘어진 곳이 횡단보도라는 점에 초점을 둔 네티즌들은 “횡단보도로 길 건너는데 차가 빠르게 다가오면 놀라서 머뭇거리다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다. 게다가 노인이었고, 내리막길이라 넘어진 것 같다” “방지턱 넘어서도 감속을 안 한 속도로 달리다가 뒤늦게 보행자 보고 허겁지겁 브레이크를 밟으니 횡단보도 물고 가까스로 선 상황으로 보인다. 억울해도 운전자 잘못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교통계 근무 경험이 있는 경찰관계자는 12일 조선닷컴에 “비접촉 사고도 교통사고로 인정된다. 차량과 접촉이 되어야만 교통사고인 것은 아니다”며 “차량으로 인해 노인이 넘어질 개연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을 때는 차량은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며 “어디서부터 보행자가 보였는지, 차량을 정지한 위치가 어디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운전자가 억울하다면, 경찰에 사고 접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관계자는 “교통사고는 상황에 따라 워낙 다른 판단이 나온다”며 “경찰에서 먼저 조사하고, 결론 내기 어렵다면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해서 전문적인 판단을 구할 테니 운전자와 보행자가 싸우지 말고 신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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