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성관계로 대를 잇고, 이렇게 이뤄진 가족이 한 집에서 공동체를 이뤄 생활한다. 반복된 근친혼으로 가족 구성원 대부분 유전병이 생겨 눈동자가 돌아가고, 끙끙대거나 짖는 소리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드라마나 영화 속 설정이 아닌, 실제 한 미국 가족의 이야기다.
영국 라디오채널 LBC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오드의 한 산악 마을에 사는 휘태커 가족을 조명했다. 이들 가족은 모두 근친 지간으로 이뤄졌다. 다큐멘터리 감독 마크 라이타(63)가 2004년 가족 사진을 찍게 되면서 이들의 근친혼 역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라이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0년 휘태커 가족에 대한 12분 남짓한 길이의 다큐멘터리를 찍어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들의 생활이 상세히 담긴 다큐멘터리는 조회수 3600만회를 돌파할 만큼 화제였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네티즌에 충격을 안겼다. 이때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들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업로드 됐다. 첫 영상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영상들도 조회수가 수백만회에 달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휘태커 가족의 근친혼 역사는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휘태커가에선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태어났다. 이들 형제는 각자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고, 각각 존 휘태커와 그레이시 휘태커를 낳았다. 그런데 존과 그레이시가 서로 결혼을 하게 됐다. 사촌지간끼리 결혼을 한 셈이다. 존과 그레이시는 15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이 가운데 딸 한 명은 또 다른 가족 구성원과 근친혼을 해 아들을 낳았다.
15명의 자녀를 출산한 그레이시도 근친혼으로 태어난 딸이었다. 그레이시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친혼의 역사가 반복되면서 그레이시의 15명 자녀 가운데 대부분은 유전병을 앓았다. 다수가 각종 장애를 앓았고, 2명은 숨지기까지 했다. 라이타가 공개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들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해 끙끙대거나 짖는 소리로만 의사소통을 한다. 사시가 심해 눈동자는 항상 다른 곳을 향해 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이들의 생활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곰팡이가 가득한 좁은 집에 개 여러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환한 대낮에도 집 내부는 어두컴컴하다. 또 정리 정돈이 전혀 되지 않아 엉망진창인 모습이다. 주방 쓰레기통은 넘칠 정도로 찼지만, 아무도 이를 비우지 않는다. 주로 이용하는 소파에는 찌든 때가 한가득 껴 있고, 사용하지 않는 가구와 물건들이 한켠에 방치되어 있다. 입고 있는 옷은 한참을 빨지 않아 색이 변해 있다.
대부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집에서만 생활했다고 한다. 가족 구성원들은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파와 안락의자 등에 앉거나 누워있는 데 할애했다.
라이타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당시 상황을 ‘기이했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그는 “처음 휘태커 가족들은 통제 불능이었다”며 “걸어다니는데 눈은 다른 방향을 보고있고, 우리를 향해 짖었다.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걸면 비명을 지르고 도망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라이타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휘태커 가족의 삶을 단순히 빈곤 포르노 정도로 소비하고, 근친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공고히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뒤 휘태커 가족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라이타는 “휘태거 가족이 직면한 빈곤의 정도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착취적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폭로하고 싶었다. 이런 일이 실존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휘태커 가족들에게 새 집 및 생활비 등을 제공하기 위해 기부 사이트 ‘고 펀드 미’를 통해 이들을 위한 생활비 모금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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