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3.10 05:00
업데이트 2023.03.10 06:22
북한 '김씨 왕조'는 4대 세습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을 포함한 주요 행사에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나타난 동기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과 그 뒤에 있는 딸 김주애. 연합뉴스
지금까지 김정은은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게 정설이었다. 2017년 "2010년생 첫째 아들과 2013년 초를 전후해 태어난 둘째 딸, 2017년 2월생으로 성별이 파악되지 않은 셋째가 있다"고 밝힌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가 결정적 계기다.
2019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부인 이설주도 동행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정설'의 근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없다.
이와 관련 당시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핵심 당국자는 당시 정보당국이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 근거는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큰 물품 리스트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당시 정보당국은 김정은에게 직접 공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해외 조달 채널을 확보하고 어떤 종류의 물건이 보내지는지 면밀히 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2010년 남자 아이용 최고급 장난감이 김정은의 '관저'로 직접 간 사실이 확인됐고, 이러한 정황을 통해 정보당국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관련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첩보 상 (첫째가) 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을 외국 정보기관과 정보공유 통해서 확신하고 있다"며 "다만 아들은 노출된 적이 한 번도 없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첩보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아들에 관한 한 국정원의 공식 입장은 "김정은 첫째가 아들이라는 첩보가 있어 계속 확인 중에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씨 일가'와 관련한 정보는 북한에선 사소한 것조차 극비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보당국도 권력 승계 등 북한 권력의 민감성을 비롯해 극비 사항을 취급하는 대북 정보 루트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권력 승계와 관련한 상당한 정보를 획득하고도 관련 사실을 극도로 신중하게 다루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2월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 본행사에서 딸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만지자 흡족해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김주애라는 이름을 놓고도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주애'는 2014년 평양을 방문했던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주애(Ju-ae)를 안아봤다"고 말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김정은 딸의 이름을 한 번도 밝혀 쓴 적이 없다. 그저 '사랑하는' 또는 '존귀하신', '존경하는 자제분'으로만 보도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핵심 당국자는 "사실 로드먼이 사용했던 '주애'라는 이름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부부가 딸을 소개하며 '저희 애'라고 말한 걸 이름으로 오해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통상 정부와 언론이 주애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실제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알린 건 없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 2014년 평양체육관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횃불팀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름에 관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 역시 후계 체제가 명확해지기 직전인 2009년까지 '김정은'이 아닌 '김정운'으로 알려졌던 전례가 있다. 김정은이 당초 ‘정운’으로 알려진 배경을 놓고 지금도 설왕설래가 있다. 해외 정보기관이 그의 이름을 영어나 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음표기 상의 오류라는 설명이 있다. 반면 '정운(正雲)'에서 '정은(銀)'으로, 또다시 은혜 은(恩)자를 쓰는 정은으로 개명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공식 확인된 바 없다.
2015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사진 왼쪽)이 가수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의 모습. 오른쪽은 당시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 현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 BBC 캡처]
기획취재팀=강태화·정영교·정진우·박현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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