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2.23 17:00
업데이트 2023.02.23 19:40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아외과 병동에서 입원 중인 어린이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의사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생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교육계에서는 의학계열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대에 진학하려는 ‘N수생’이 늘면서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열부터 인문·사회계열까지 학생들이 연쇄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도 "의대 증원"…의대 신입생 ‘3091명+α’ 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서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을 찾아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건 의사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 잘못”이라며 의사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족한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별·과목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이후 동결된 의사 정원 문제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정협의에서 논의 중이다. 현재는 의협이 간호법 문제로 협상을 중단한 상태지만 논의가 재개돼 4월 안에 합의가 이뤄지면, 당장 2024학년도 입시부터 증원이 가능하다.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모집정원은 3091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전형 4년 예고제가 있지만 고등교육법 시행령(33조)에 따라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조정 등의 사유가 생기면 전형 내용을 바꿀 수 있다”며 “변경 신청 기간은 올 4월 말까지”라고 설명했다.
“의대생 배출 1위는 서울대”…도미노 이탈 우려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경우, 대학가에선 이공계열 학생이 재수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 자연대의 한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기관이 재수학원이 아닌 서울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며 “실제로 코로나19 유행으로 원격 수업을 시행하던 재작년엔 우리 학부에서 (자퇴나 미등록으로) 빠져나간 학생이 20%나 되더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자퇴·미등록 학생 1874명 중 1421명(75.8%)이 자연계열이었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3대입 수시·정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모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공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학생까지 연쇄적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른바 ‘SKY’ 대학의 2023학년도 정시모집 인문계열 합격생 중 이과생(수능에서 미적, 기하, 과학탐구 선택)은 서울대 45.4%, 연세대 64.9%, 고려대 41.0%에 달했다. 통합형 수능으로 이과 학생이 인문계열에 대거 교차 지원해 합격한 것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지금처럼 의대나 이공계열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황에선 이들 역시 줄줄이 재수에 뛰어들 수 있다고 본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지방의 모 교대는 하도 이과생이 많이 들어와서 ‘OO교대가 아닌 OO공대’라는 말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며 “이런 학생들도 결국 재수 기회가 생기면 다른 학교 이공계열이나 의대에 진학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교대 교수는 “교사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문과생 최상위권 학생들도 교차지원이 가능한 의대, 약대, 한의대 계열 지원을 알아본다더라”며 “그 결과 교대 입학 등급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의대 특수 노린 사교육도…“단순 증원으론 부작용 클 것”
의대 입학문이 넓어지면 의대 특수를 노린 사교육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벌써 대치동에선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의대 준비반을 편성한 곳도 있다”며 “소수의 의대생이 사교육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국 의대 중 지방대 모집인원이 67.3%(2081명)를 차지하는 데도 지방 의사는 계속 부족하다”며 “의사 수급 정책의 미스매치 현상을 핀셋처럼 집어내지 않는 한 의대 정원을 늘려도 불균형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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