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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불붙은 ‘윤석열당’ 창당 논란… 외연 확장 역행하는 與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 2023-02-12 10:17업데이트 2023-02-12 10:24
 
 
[이종훈의 政說] “安 당대표 되면 尹 탈당할 수도” vs “당원들에 대한 협박”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일 경북 구미시 SK실트론 3공장에서 열린 반도체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윤석열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이 제기돼 논란이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던 신평 변호사의 발언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2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신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서 윤 대통령은 국힘당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자신에 대한 심판적 의미를 갖는 총선을 자신을 간판으로 내거는 선거로 하고 싶은 강렬한 희망과 의지를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1월 26일부터 이틀간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의원은 60.5% 지지율을 받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9%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기현 의원은 23.4%p 낮은 37.1%를 기록했을 뿐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월 31일부터 이틀간 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의원은 43.3%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안철수 지지율 상승에 놀란 친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근까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당대표 선호도 1위를 기록했던 나 전 의원이다.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도 1월 3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근까지 일반국민 대상 당대표 선호도 1위였다.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심과 민심을 각각 업고 있던 두 사람의 지지층 상당수가 안 의원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결과에 윤 대통령도 놀랐을 테다. 특히 경쟁 당사자인 친윤석열(친윤)계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은 누구보다 크게 놀랐을 것이다. 신 변호사의 발언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극약 처방을 내놓지 못하면 안철수 대세론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2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서 신당 창당을 한다는 이야기는 적극적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원들에 대한 협박에 해당하는 극언”이라는 지적도 더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비롯한 친윤계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장악한 주류다. 윤 대통령 역시 과거 ‘총재 정치’ 시절 못지않게 당무 개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당을 떠날지 모른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반응이 많다.

신 변호사의 발언 취지는 이해한다. “‘윤심 팔이’를 하는 안 의원보다 ‘윤심 인증’을 받은 김 의원을 당선시켜달라”는 호소다. 하지만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 안 의원으로 향하는 당심을 강제로 끌고 와서라도 윤심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주류 후보 측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주류가 당을 떠나겠다고 나선 적이 과거에 있었던가.

윤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낮다. 윤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새천년민주당 쇄신파는 당시 주류였던 DJ(김대중)계와 결별하고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 의석수는 창당 당시 47명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4월 총선에서 탄핵 역풍의 바람을 타고 152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열린우리당과 상황 다른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경우 노 전 대통령과 상황이 다르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새천년민주당 쇄신파는 창당 명분이 분명했다. 김대중 정권 시절 드러난 주류 DJ계의 각종 비리와 결별하고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계는 새천년민주당 쇄신파와 반대로 당내 주류일 뿐 아니라, 구시대적 계파정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인물 정당’을 추구한다. 명분이 약할 뿐 아니라, 시대 역행적이다. 윤 대통령이 설령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동참하는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은 당연히 참가하겠지만 친윤계 또는 ‘친윤 호소인’ 의원 중 몇 명이나 따라갈지 의문이다.

‘윤석열당’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해진다. 윤 대통령이 결심하면 무엇이건 관철하려고 나서는 정당일 테다. 당과 대통령실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원팀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당청 관계 이상의 집단성을 보여줄 것이다. 집권 이후 윤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념 지향 역시 지금의 국민의힘보다 더 ‘우향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에 그런 이념 지향이 적합한지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외연 확대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의석수 확보에도 불리할 것이다.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불길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이 잦은 터라 윤석열당 창당도 마냥 상상에만 머물지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정권 초기에 창당된 열린우리당은 정권이 끝나기도 전 문패를 내렸다. 윤석열당은 어떨까. 열린우리당보다 잘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6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