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1.20 15:51
업데이트 2023.01.20 19:08
“다 지우라고 하세요.”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전직 장관과 전 청와대 참모를 재판에 넘기자 20일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조만간 문재인 정부 윗선에 대한 줄기소로 ‘전 정부 지우기’가 본격화 될거라는 게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판단이다.
왼쪽이 청와대 본관. 오른쪽은 관저. 아래쪽 건물군은 비서진이 근무했던 여민관. [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은 전날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을 물러나도록 압박했다는 혐의로 문재인 정부 장관 3명과 청와대 인사 2명을 기소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청와대 조현옥 전 인사수석과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이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먼저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출신들은 “전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에 포함됐던 한 민주당 의원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서해 피격사건을 보니 ‘다 잡아넣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 총선 때까지 앞으로 1년 넘게 비슷한 국면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민주당 의원도 “블랙리스트뿐만이 아니고 감사원과 검찰이 죄다 털고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다 기소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동산 관련 통계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은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이미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통계는 분석 기법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게 통계 조작은 아니다”라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통계청장을 지내서 잘 알 것이다. 정권이 지향하는 정책과 다르다고 다 수사하면 되느냐”고 반발했다.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강제 북송 과정을 총괄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한 뒤 이달 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과 10월,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고위 관료와 청와대 참모진들이 대거 참여한 ‘포럼 사의재’ 측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현 정부의 정책추진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색깔 지우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질 경우 적극 대응하는 것도 사의재의 주요 활동 영역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사의재 관계자는 “기소라든지 사법적인 부분과 관련한 논평은 내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팩트체크 형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도 검찰의 기소를 성토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시작부터 전 정부 산하기관 인사들을 먼지 털 듯 탈탈 털더니, 해가 바뀌자마자 기소했다”며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마저 정치 기소로 앙갚음하려는 윤석열식 정치 보복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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