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1-13 03:00업데이트 2023-01-13 03:21
드론 기술 어디까지 왔나
이번 사태는 드론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날개 길이 1m 이내의 아주 작은 드론이 더 빠르게, 더 멀리 그리고 더 높게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며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드론이 한국 전역의 하늘을 위협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드론은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다. 180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군이 약 200개의 폭발물로 채워진 풍선 운반선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공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에도 드론은 무기와 정찰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군용 기술인 만큼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받으며 항법, 비행, 통신 기술이 빠르게 개발됐다.
2006년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최초의 상업용 드론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건물, 전력선, 해양 에너지 시설, 도로, 철도, 산업 인프라 검사 시스템으로 활용됐다. 일반인을 위한 레저용 드론도 등장했다. 2013년에는 아마존이 드론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배송 시대도 열렸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에도 드론이 의약품 배송 역할을 맡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드론 ‘인저뉴이티’처럼 우주 탐사에 쓰인 사례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드론이 활용되는 것은 드론의 눈 역할을 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나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 배터리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김승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소장은 “다양한 목적과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드론 관련 기술력이 크게 발전했다”며 “10km 내외의 중고도나 3∼5km 저고도에 배치할 수 있는 드론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도 10∼50km 성층권을 날아다니는 드론도 등장했다. 미국의 정찰용 대형 드론인 ‘글로벌호크’는 성층권에서 움직인다. 무선 원격 조종으로 36시간을 연속 비행하며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로 지구를 정찰한다. 1분 만에 경기도 넓이에 조금 못 미치는 1만5000 k㎡ 지역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샅샅이 정찰할 수 있다.
항우연도 성층권에서 한 달간 체류할 수 있는 드론을 2025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 소장은 “기상이나 지상 관측용으로 위성보다 가까이서 지구 표면을 관측한다”며 “태양전지를 사용해 한 달간 성층권에 머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국내 영공을 침범한 북한 드론은 크기가 약 2m에 고도 3km에서 시속 약 100km 속도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군용 드론으로 보기엔 성능이 조악한 수준이다. 일반 상용 드론들도 시속 200km까지 거뜬히 속도를 낸다. 군용 드론들은 제트엔진이 장착돼 시속 400∼600km의 속도도 낸다. 최근 기업들은 시속 500km 이상을 내는 드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드론의 작동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접목해 항로를 설정하거나 위성 통신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드론으로 한국 전역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론 대응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군은 대응 능력 증강을 위해 접경 지역에 전방 감시와 식별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드론이 드론을 잡는 ‘킬러 드론’, 통신을 무력화시키는 전자전 무기, 드론을 포획하기 위한 그물포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드론 번호판인 원격 ID 감지 기술 등 관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등록된 드론 수만 87만3000개로 집계된다. 관리 기술에 대한 정부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드론 시장은 2022년 41억 달러(약 5조1036억 원)로 추산된다. 2030년까지 매년 13.8% 성장해 규모가 115억6000만 달러(약 14조392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소장은 “드론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많이 발전됐다”면서 “이제는 안전 관리 기술에 공을 들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의 정찰용 대형 드론인 ‘글로벌호크’가 성층권에서 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해 말 북한의 드론(소형 무인기)이 수도권 상공을 침범했다. 백주 대낮에 경기 북부와 서울 한복판을 휘젓고 다녔다. 군은 드론을 포착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 드론에 우리 하늘이 속수무책으로 뚫린 것이다.이번 사태는 드론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날개 길이 1m 이내의 아주 작은 드론이 더 빠르게, 더 멀리 그리고 더 높게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며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드론이 한국 전역의 하늘을 위협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 군사용에서 우주용 드론까지
드론은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다. 180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군이 약 200개의 폭발물로 채워진 풍선 운반선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공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에도 드론은 무기와 정찰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군용 기술인 만큼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받으며 항법, 비행, 통신 기술이 빠르게 개발됐다.
이렇게 다양하게 드론이 활용되는 것은 드론의 눈 역할을 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나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 배터리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김승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소장은 “다양한 목적과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드론 관련 기술력이 크게 발전했다”며 “10km 내외의 중고도나 3∼5km 저고도에 배치할 수 있는 드론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도 10∼50km 성층권을 날아다니는 드론도 등장했다. 미국의 정찰용 대형 드론인 ‘글로벌호크’는 성층권에서 움직인다. 무선 원격 조종으로 36시간을 연속 비행하며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로 지구를 정찰한다. 1분 만에 경기도 넓이에 조금 못 미치는 1만5000 k㎡ 지역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샅샅이 정찰할 수 있다.
항우연도 성층권에서 한 달간 체류할 수 있는 드론을 2025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 소장은 “기상이나 지상 관측용으로 위성보다 가까이서 지구 표면을 관측한다”며 “태양전지를 사용해 한 달간 성층권에 머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 “드론만으로 한반도 전체 들여다볼 수 있어”
이번에 국내 영공을 침범한 북한 드론은 크기가 약 2m에 고도 3km에서 시속 약 100km 속도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군용 드론으로 보기엔 성능이 조악한 수준이다. 일반 상용 드론들도 시속 200km까지 거뜬히 속도를 낸다. 군용 드론들은 제트엔진이 장착돼 시속 400∼600km의 속도도 낸다. 최근 기업들은 시속 500km 이상을 내는 드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드론의 작동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접목해 항로를 설정하거나 위성 통신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드론으로 한국 전역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론 대응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군은 대응 능력 증강을 위해 접경 지역에 전방 감시와 식별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드론이 드론을 잡는 ‘킬러 드론’, 통신을 무력화시키는 전자전 무기, 드론을 포획하기 위한 그물포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드론 번호판인 원격 ID 감지 기술 등 관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등록된 드론 수만 87만3000개로 집계된다. 관리 기술에 대한 정부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드론 시장은 2022년 41억 달러(약 5조1036억 원)로 추산된다. 2030년까지 매년 13.8% 성장해 규모가 115억6000만 달러(약 14조392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소장은 “드론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많이 발전됐다”면서 “이제는 안전 관리 기술에 공을 들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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