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직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나 전 의원은 이날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방문했다. 구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가 대선 이후에 방문한 곳이다.
조선닷컴 취재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구인사를 찾아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스님과 환담을 가졌다. 무원스님은 나 전 의원에게 “열심히 살다보면 욕심을 부려 본연의 길을 잃을 때가 많다”며 “무소의 뿔처럼 고고하게 부처님 진리를 새겨 고요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가야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스님의 말씀처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환담에는 윤종필 전 의원, 정양석 전 의원, 김민수 혁신위원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방문한 구인사는 2021년 12월3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찾은 곳이다. 대선이 끝난 5월에 김건희 여사도 방문한 적 있다. 구인사가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깊은 만큼, 나 전 의원의 이번 구인사 방문이 ‘윤심(尹心)’ 회복을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저출산 대책을 놓고..갈등 빚은 나경원·대통령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5일 간담회에서 ‘출산시 대출 탕감’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다음날 “정부 정책과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비판했다. 이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일제히 나 전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은 10일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나 전 의원은 13일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고도 적었다. 그는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들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썼다. 이를 두고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해 온 일부 당권 주자와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에게 무척이나 송구하다”며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 중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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