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남파랑길 86·87·88코스 걷기
완도 남파랑길 88코스 상왕봉에서 바라본 풍경, 완도와 신지도를 연결하는 신지대교, 신지도와 고금도를 연결하는 장보고대교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진다. ⓒ박준규
대한민국 지도를 펼치면 배로 가는 섬을 제외하고 다리를 건너 육로로 이동 가능한 최남단에 완도군이 위치한다. 쪽빛 남해 바다를 걸으며 즐기는 남파랑길 90개 코스(1,470㎞) 중 86·87·88 3개 코스(총 57.8km)가 완도군 해안을 연결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건강도 챙기는 길이다. 체험 프로그램까지 보태면 트레킹 여행이 더욱 알차다.
남파랑길을 걷기 전 스마트폰에서 '두루누비' 앱 내려받기는 필수. 코스 안내판의 QR코드를 인증하면 스탬프를 획득할 수 있고, '따라가기'를 누른 뒤 걷기를 시작하면 실시간으로 궤적이 기록되므로 길 잃을 염려가 없다. ⓒ박준규
완도까지 가는 길은 버스가 답이다. KTX나 SRT로 광주송정역까지 빠르게 간다 해도 이동 및 대기 시간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바로 가는 버스와 별반 시간 차이가 없다. 완도터미널까지는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고속버스로 5시간, 광주 유스퀘어에서 직통 시외버스로 2시간 5분이 걸린다.
어촌마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 86코스(24.5㎞)
완도터미널에서 동부도로를 경유하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남창터미널에 내리면 옛 남창교 건너편에 남파랑길 안내판이 반긴다. 86코스는 옛 남창교(달도)부터 완도군 해조류센터까지 이어진다. 완도 남파랑길 3개 코스 중 최장 거리로 족히 8시간은 걸리지만, 대부분 평지라 어렵지 않다.
완도터미널에서 동부도로를 경유하는 농어촌버스를 타면 남파랑길 86코스 시작 지점에, 서부도로를 경유 농어촌버스를 타면 88코스 시작 지점에 닿는다. ⓒ박준규
달도테마공원을 지나 완도대교를 건널 때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아찔함과 황홀함이 교차한다. 원동리, 중리, 황진리, 남선리, 불목리, 영풍리, 대창리, 대야리1·2구 등을 지난다. 마을 이름이 낯설지만 어선이 정박한 작은 포구, 형형색색 지붕 아래 예쁜 대문과 담장이 시골길의 정겨움을 더한다.
벼를 모두 베어낸 들판이 황량하다가도 갈대와 강아지풀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이 시린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 자연과 교감하는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마을을 지나면 장도 청해진유적지, 장보고기념관, 장보고공원,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완도군 해양생태전시관 등의 관광지로 이어진다. 여유를 갖고 한 두 곳 정도는 관람해도 좋을 듯싶다. 이어 완도 전복거리를 지나 해조류센터에 도착하면 86코스 마무리다.
완도 남파랑길 86코스. 중리마을을 지날 무렵 드넓은 갯벌과 억새, 갈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박준규
대야1구 골목 풍경. 추억이 깃든 시골처럼 정겹다. ⓒ박준규
수려한 바다 풍경 남파랑길 87코스(18㎞)
남파랑길 87코스는 완도군 해조류센터에서 시작해 해변공원, 다도해일출공원, 완도타워, 구계등을 지나 화흥초등학교에서 끝난다. 약 6시간이 걸린다.
완도 번화가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뒤로하고, 다도해일출공원에 올라 시원스럽게 펼쳐진 완도읍과 바다 조망에 취한다. 완도타워에 오르면 풍경이 더욱 넓어진다. 중도리를 지나고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는 임도를 따라가다 군부대 옆길로 들어서면 부꾸지에 닿는다. 위도 34도 287분, 경도 126도 737분. 남파랑길 90개 코스를 통틀어 최남단 지점이다.
남파랑길 87코스가 시작되는 완도군 해조류센터. ⓒ박준규
남파랑길 최남단 부꾸지로 가는 길. 뻬곡한 숲으로 덮이고 낙엽이 쌓인 힐링 로드다. ⓒ박준규
이곳부터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 장면이 바뀐다. 하늘을 가릴 만큼 빼곡한 멋진 숲과 낙엽으로 덮인 오솔길을 지난다. 새들의 지저귐과 부스럭거리는 낙엽 소리에 발걸음이 가뿐해진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는 망망대해 위로 올망졸망 섬들이 펼쳐진다.
몽돌이 층층이 쌓인 정도리 구계등에 잠시 쉬어간다. 밀물과 썰물 때마다 돌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리는 자갈의 크기와 물살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시 들판과 마을을 통과해서 화흥초등학교에 이르면 87코스가 마무리된다.
자갈 구르는 소리가 자연의 음악처럼 들리는 구계등 해변. ⓒ박준규
남파랑길 87코스에서 만난 70대 부부, 남파랑길 완주를 목표로 부산 방향으로 매일 한 코스씩 걷는다고 한다. ⓒ박준규
상왕봉과 완도수목원, 남파랑길 88코스(15.3㎞)
완도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서부도로를 경유하면 남파랑길 88코스 출발 지점인 화흥초등학교에 닿는다. 88코스는 이곳부터 화흥리 마을, 상왕봉, 국립난대완도수목원, 신학리 남파랑쉼터를 거쳐 원동리까지 이어진다. 8시간 코스다.
남파랑길 88코스 출발점인 화흥초등학교 담장에 걸린 시. ⓒ박준규
중간에 상왕봉을 올라야 해서 난이도로 따지면 상급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약 4㎞ 완만한 지그재그 임도를 지나 삼밧재에서 730m만 오르면 정상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도 잠시, 상왕봉(해발 644m)에 오르면 수채화 같은 다도해 비경이 반긴다. 파란 바다와 섬이 빚은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시계가 좋아 제주도까지 보인다면 더욱 행운이다.
상왕봉 아래 검푸른 난대림 뒤로 쪽빛 다도해가 펼쳐진다. ⓒ박준규
하산 길은 국립난대완도수목원으로 연결된다. 드넓은 숲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상쾌함을 만끽한다. 신학리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의 남파랑길 쉼터는 꼭 들러야 한다. 완도 남파랑길 3개 코스 중 하나만 완주해도 생수와 함께 완도 특산품인 미역과 다시마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완도대교를 지나 원동터미널에서 88코스를 마무리한다.
완도 남파랑길 1개 코스를 완주하면 신학리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의 남파랑쉼터에서 생수와 완도 특산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신학리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의 노르딕워킹 체험. ⓒ박준규
신학리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의 해초비누 만들기 체험. ⓒ박준규
신학리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은 노르딕워킹(약 2시간, 2만 원)과 해초비누 만들기(1시간 30분, 1만 5,000원)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노르딕워킹은 상체와 하체 근육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일반적인 걷기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온몸운동이다. 전문 강사에게 걷기 방법을 배운 뒤 완도수목원까지 약 6㎞를 왕복한다. 체험으로 만드는 해초비누에는 다시마가루, 미역가루, 톳가루가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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