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 이야기

10억 있어도 저층 가는데…둔촌주공 믿는 구석은 '욕세권'

중앙일보

입력 2022.12.04 08:00

업데이트 2022.12.04 10:09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 뉴시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 뉴시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둔촌주공·장위뉴타운 분양 큰 장

서울 분양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장이 선다. 5일부터 청약접수를 시작하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와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재개발 단지(장위자이레디언트)다.

각각 강남 동쪽(동남권)과 강북 동쪽(동북권)에서 지난해 이후 근 2년간 분양 물량과 비슷한 총 6000여가구를 한꺼번에 쏟아낸다. 오래간만의 분양 봇물에 주택 수요자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택시장 온도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청약을 둘러싼 고민도 깊다.

2개 단지 일반분양 6116가구

올림픽파크포레인이 단지 규모와 일반분양 물량 모두 서울 역대 최대다. 건립가구수가 1만2032가구로 그동안 가장 큰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 대단지 하나 정도 더 크다.

일반분양분이 4786가구로 헬리오시티 일반분양분(1558가구)의 3배다. 이전 최대 일반분양분이 2016년 분양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건립가구 4932가구) 2010가구였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2840가구를 지어 이 중 1330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강북에서 2013년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4300가구 건립, 1550가구 일반분양) 이후 최대 물량이다.

분양 조건을 들여다보면 강·남북 '온도 차'가 느껴진다.

자료: 청약홈

분양가가 서로 3.3㎡당 1000만원가량 차이 난다. 올림픽파크포레온 3829만원, 장위자이레디언트 2840만원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분양가가 최고 10억5000만원인 59㎡까지만 중도금 대출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한도인 5억원까지다.

59㎡만 해도 분양가의 20%인 계약금과 보증 한도를 초과하는 중도금 등 3억원 정도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84㎡는 최대 10억여원이 필요하다.

장위자이레디언트 분양가가 모두 12억원 이하여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도금(분양가의 50%) 중 HUG 보증 한도 5억원이 넘는 금액은 시공사 보증으로 대출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중도금 이자는 잔금 납부 때 내면 되는 이자 후불제다.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내면 입주 때까지 자금 걱정이 없는 셈이다. 84㎡ 계약금이 9000만~1억원이다.

중도금 대출·층수 차이

일반분양분 층수에서 두 단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반분양분은 조합원 몫을 빼고 남는 물량이다. 주택형과 층 등은 조합이 정한다.

장위자이레디언트 일반분양분에 꼭대기 층 등 로열층이 적지 않다. 84㎡의 경우 대부분의 동 맨꼭대기 층을 일반분양분으로 내놓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선 일반분양분이 대부분인 소형 주택형은 로열층도 많지만 84㎡는 주로 저층에 배치됐다.

84㎡ 중 84㎡E 타입은 저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골고루 배정됐다. 옆집과 주방을 2m 정도 간격으로 마주 보게 설계돼 ‘주방 뷰’ 논란을 낳은 주택형이다. 59㎡ 중에서 84㎡E와 같은 구조인 59㎡C도 일반분양분이 많다.

장위자이레디언트 조감도.

조합이 사업 주체이고 조합원에게 분양 우선권이 있지만 일반분양분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분보다 3.3㎡당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84㎡의 경우 조합원이 3억원 넘게 저렴한 가격에 로열층을 가져가는 것이다. 고층과 저층 간 1억원 분양가 차이를 고려하면 조합원이 4억원 정도 저렴하게 분양받는 셈이다.

주변 시세와 큰 차이 없는 분양가

두 단지 모두 감정평가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 이내에서 정한 분양가상한제 가격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시장에서 열광한 그런 로또가 아니다.

자치단체가 인정한 분양가 수준은 주변 시세의 80~100%(전매제한 8년 적용)다. 그런데 이는 지난 1년간 거래가격 평균과 분양가를 비교한 것이어서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1년 새 집값 하락에 따라 시세와 차이가 크게 줄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12억5000만~13억1000만원인데 지난달 강동구 내 새 아파트 같은 크기 실거래가가 12억~12억9000만원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위치도.

  •  

10월 장위자이레디언트 인근 새 아파트 84㎡ 실거래가가 9억1000만~9억5000만원이다. 같은 크기 분양가가 8억9000만~9억8000만원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성적이 기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고,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시장의 주목이 집중된 올림픽파크포레온에 가려질 수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메리트가 크지 않고 층이 좋지 않아 일반분양을 포기하는 수요자가 나올 수 있다. 84㎡ 기준으로 일반분양분의 실제 가격이 중도금 금융비용과 최고 1억원에 가까운 옵션 금액을 합치면 14억~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열층을 보장받은 조합원 입주권 시세가 추가분담금을 포함해 16억원 선이다. 이달부터 조합원 거래 제한이 풀리고 내년 초 동·호수 추첨을 끝낸 입주권이 쏟아지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10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현금부자라면 자금을 좀 더 보태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잠실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낫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장위자이레디언트 위치도

청약가점이 높으면 내년 분양 예정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재건축 단지를 노려볼 수 있다. 삼성물산이 짓고 건립 가구 2678가구 중 일반분양분이 578가구(43~84㎡)로 적지 않다. 업계는 잠실진주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대 초·중반으로 예상한다. 84㎡ 기준으로 올림픽파크포레온보다 2억~3억원 정도 비쌀 것 같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관심도에서 올림픽파크포레온에 밀릴 것으로 보고 '이삭 줍기'를 기대하고 있다. 청약일정과 당첨자 발표 날짜를 하루 차이로 늦춰 올림픽파크포레온 청약자가 중복청약할 수 있게 했다. 둘 다 당첨되면 당첨자 발표일이 빠른 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만 유효하다.

욕세권·경희궁자이

두 단지는 분양가 메리트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보다 입주 후 미래 가치를 보라고 말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송파구에 붙은 입지여건과 단지 규모를 내세워 강동구를 넘어 송파 집값을 따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내심 헬리오시티에 버금갈 것으로 기대한다. 헬리오시티 84㎡ 실거래가가 많이 내렸어도 18억원 선이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2만7000여가구 규모의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장위뉴타운 내 역세권(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을 내세운다. 시공사가 단일 대형건설사(GS건설)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장위자이레디언트 모두 믿는 구석이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욕세권'을 바란다. 욕·비판·비난 등을 들은 아파트일수록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의 말이다. 분양에 이르기까지 올림픽파크포레온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지도 드물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종로구 돈의문뉴타운 경희궁자이를 가리킨다.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주택시장이 침체했던 2014년 분양 때 초기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입주 후 강북을 대표하는 단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