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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단독]김정숙 여사 없으면 2500만원 들 인도 출장… 3억 넘게 썼다

장관 등 문화부 공무원 6명 출장 경비는 2600만원
영부인·고민정·2부속실 등 14명 추가되며 급증

입력 2022.10.09 07:00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인도의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에서 찍은 단독 사진. 다른 일반 관광객을 통제한 상태에서 촬영했다. /뉴시스

2018년 11월 한국 정부 인도 방문단의 최고위 인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서 ‘영부인’으로 바뀌면서 추가로 지출된 예산 규모가 3억4000여만원이었던 것으로 9일 조선닷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는 당시 방문단이 지출한 총 예산에서 △‘영부인 이하 청와대 인사들’의 직접 지출 △영부인 경호·의전 비용 등만 추출한 금액이다.

그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7월 인도에 다녀온 지 불과 넉 달 만에 김정숙 여사만 단독으로 다시 인도를 방문한 것이, 당시 청와대 설명과 달리, 인도의 요청이 아닌 한국 측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는 증거도 추가로 드러났다.

◇예산 2591만원에 끝날 행사, 3억7320만원 짜리로

김 여사는 2018년 11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해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남편 문 대통령과 함께 인도에 갔다가 “다시 오게 되면 타지마할에 꼭 갈 것”이란 말을 남기고 돌아온 지 4개월만이었다. 명목은 ‘현지 공원 기공식과 축제 참석’이었다. 더욱이 김 여사는 이 출장에서 사전 계획서에 나오지 않는 유명 관광지 타지마할을 방문했고, 여러 장의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2018년 한-인도 문화협력 대표단 관련 예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당시 김정숙 여사를 위시한 우리 대표단은 3박4일(김 여사 일정 기준) 방문에 총 3억7320만원을 썼다.

이와 별개로 조선닷컴은 당시 ‘공무 국외출장 계획서’와 그 세부 내역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정식 대표단은 김 여사 포함 20명으로 구성됐다. 그 중 문체부 소속은 도종환 당시 장관을 포함해 6명. 나머지는 모두 청와대 소속이었다.

세부 내역서를 보면, 애초 인도 요청대로 문체부 장관·직원만의 대표단을 꾸렸다면 지출됐을 금액은 약 2591만원이었다. 규정에 따른 도 장관 항공기 1등석 이용료 600만원과 식비, 숙박비, 업무추진비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실제 지출은 그 15배에 가까운 3억7000여만원이었다. 청와대 인사 14명이 추가됐을 뿐이지만, 그 중 1명이 영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청와대 13인 가운데엔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배우자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의 유송화 비서관 등이 포함됐다.

이 대표단의 세부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면, 지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공군2호기를 띄우는 비용이었다. 2억3670만원이었다. 여기에 대통령급 경호에 필요한 차량과 각종 장비를 빌리는 데 4077만원이 들었다. 그 외 단기근로자 7명 급여와 휴대전화 요금 등으로 698만원, 청와대 파견 인력의 여비 등이 추가됐다.

 

이처럼 ‘약 15배’로 늘어난 예산이 배정되기까지 걸린 기간도 단 사흘이었다. 문체부가 기재부에 신청한 예산은 하루 만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신청 사흘 만에 배정됐다.

2018년 11월4일 문재인 대통령 없이 단독으로 공군 2호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현지 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김 여사 왼쪽에 보이는 봉황 휘장은 대통령이 탔을 때만 노출하도록 돼 있지만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결국 김 여사는 11월4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그런데 사전 계획서에 없던 타지마할에 갔고, 그 곳에서 다른 관광객이 사진에 전혀 잡히지 않은 ‘단독샷’을 찍어 공개했다. 당시 국정홍보TV는 이 장면을 담은 영상에 ‘알고 보니 김정숙 여사를 위해 일반인 관광객 출입을 잠시~ 통제한 인도 측!’ ‘챠란- 그야말로 국빈급 의전^^’이란 자막을 달았다.

◇장관 참석 요청하면서도 “해주시기 바람” 수준 행사였는데…

이러한 인도 방문에 애초 ‘(영부인 수준이 아닌) 장관 급이면 충분하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긴 또 다른 우리 정부 문건도 확인됐다. 조선닷컴이 입수한 외교부의 2018년 7월18일자 공문을 보면, 외교부는 문체부에 ‘귀부에서 고위인사(장관급) 참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바, 필요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로부터 2개월 뒤 주(駐)인도한국대사관이 외교부에 보낸 공문에도 ‘(인도 정부가) 우리 도종환 문체부 장관님이 동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재차 요청해 왔음’ ‘따라서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람’이라고 적혔다. 우리 외교부는 물론 인도 측조차 ‘장관이라도 와 달라’는 식이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두 달 뒤인 11월 방문단을 이끌고 인도를 방문한 건 김 여사였다. 문재인 청와대 측은 아직 어떤 과정을 통해 방문단의 대표가 도 전 장관에서 김 여사로 바뀌었는지 밝힌 바 없다. 다만 외교부가 문체부에 7월 보냈던 공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직후 열린 7월17일 국무회의에선 인도 국빈 방문 결과 및 후속 조치 논의가 있었다. 문화 분야 관련 연내 허황후 기념 공원 기공식 개최 및 인도 문화 축제 ‘고위급’ 참석 등 한-인도 문화·학술 교류 확대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엔 “대통령님께서 동 국무회의를 포함 다양한 계기에 한-인도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각 관계부처에서 충실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조만간 ‘상부’에서 후속 조치 이행 현황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이란 문장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