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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피하는 게 상책”…나르시시스트의 10가지 공통점[고양이 눈썹 No.33]

신원건기자

입력 2022-08-20 13:00업데이트 2022-08-20 13:23
 
2018년 4월


▽봄이 되면 꽃 뉴스가 많이 나오죠. 사진기자들도 화사한 꽃밭을 취재하는데요, 언젠가부터 도심 정원은 ‘꽃의 여왕’ 튤립이 대세입니다. 지자체들이 앞 다퉈 튤립으로 화단과 공원을 꾸밉니다. 최근 이 튤립에 도전장을 내민 꽃이 있으니 바로 수선화(水仙花)입니다. 2~3년 전부터 유행을 타더니 요즘 봄철엔 눈에 많이 띕니다.

한자 이름은 ‘물의 선녀.’ 학명은 Narcissus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나르키소스 전설에서 비롯됐죠. 샘물에 비친 자신에 반해 넋을 잃고 바라보다 물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서 피어난 꽃. 그래서 꽃말은 ‘자기애’입니다. 정신과 의학자들이 지나친 자기사랑 즉 자아도취를 ‘나르시시즘’이라 불렀고 이제는 흔히 쓰이는 용어가 됐습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나르키소스 (1903년 작)


적당한 자기애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나친 겸손과 자기 비하는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를 망칩니다. 일정한 나르시시즘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자기애가 지나쳐 자기도취에 이를 때입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알아보기 쉽습니다. 숨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들을 도와줄 방법은 없습니다. 가족들 중에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직언을 날려 ‘현타’가 오도록 도와주겠지만…. 도우려 해도 도움이 안 되니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나르시시스트는 드물지만, 행여 0.0000001%의 확률로라도 맞닥뜨릴 수 있으니 특성을 미리 잘 알아 조심해야 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기도취가 심한 분들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확인한 공통점을 10가지로 정리해 공유합니다. 이 중 5개 이상이 해당되면 나르시시즘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합니다.

2021년 3월


1) 자랑질

안물안궁.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장광설 자기소개를 시시때때로 늘어놓는 분들이 있습니다. 입만 열면 자랑질! 교묘하게 돌려 하는 분들도 있죠. 갑분싸.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2022년)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야 합니다.

2) 친구가 없다

여기서의 ‘친구’는 흉금을 터놓고 장기간 교류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나르시시스트들에겐 초중고 친구들이 남아있기 힘들죠. 물론 돈과 권력이 있는 분이라면 주변에 친구를 자처하는 사람이 많지만요. 그래도 아마… ‘찐’ 친구는 드물걸요?

3) 미성숙…MBTI 파악이 안 된다

요즘 많이들 하시죠. MBTI는 조금만 공부하면 다른 분들의 유형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는데요, 도저히 짐작이 안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인격이 완벽한 성인군자 같은 분이거나, 미성숙이거나. 나르시시스트들 가운데는 미성숙이 많습니다. 3~10세는 ‘근자감’이 하늘을 찌를 때니까요. 이 때의 정서가 성인까지 쭉 이어진 것일까요? 또 반말 등 어린 아이 같은 표현과 말버릇이 툭툭 튀어나오곤 합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분들은 매사에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 MBTI로는 타고난 성정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렸을 때 성격과 행동을 따로 여쭤봐야 합니다. 반면 미성숙은 일관성이 없어서 MBTI로 기질 파악이 잘 안 됩니다. 이랬다저랬다 변덕도 심하고 감정 기복도 들쭉날쭉.

실비아 슬레이, ‘누워있는 남자’(1971년)


4) 혼자서만 ‘멋짐’을 추구한다

멋져 보이려고 애씁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굳이 혼자 ‘아니오’를 외치고, 협업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본인이 그 일을 주도했음을 자랑하고 강조합니다. 반면에 이른바 ‘손에 물 묻혀야 하는’ 상황, 즉 고된 일이나 뒤치다꺼리를 할 때가 되면 슬그머니 발을 빼죠. ‘멋져 보임’에 지장이 생기니까. 또 본인은 완벽하고 무결점이라는 것을 대놓고, 혹은 은근슬쩍 과시합니다. 멋지고 좋은 것은 절대 공유하지 않습니다. 독점해야 합니다.

5) 일이 안 풀리면 성찰을 하기보다 주변 탓, 환경 탓을 한다

‘불공평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세상은 부조리하다’며 유별나게 억울해 합니다. 좋은 결과가 안 나올 경우 구성원 탓, 조직 탓 그리고 주변 환경 탓을 합니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에게 떠넘기려 합니다. 본인은 이미 완벽하기 때문에 허물이나 잘못이 있으면 안 됩니다.

6) 서열에 민감하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본인의 성과가 안 좋으면 주변 타인을 끌어 내립니다. 본인이 올라 설 수 없으면 타인을 뭉개고 끌어 내려서라도 비교 우위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뒷담화’는 물론 면박도 아무렇지 않게 줍니다. 지적질과 훈계는 기본. ‘제대로 하는 게 없어’라는 말을 자주 중얼거립니다.

아랫사람들에겐 ‘멘토질’을 하려 듭니다. 도움을 원하지도,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가르치려 듭니다. 그것도 장광설로요. 멘토-멘티는 서열 관계를 확인하기에 아주 좋죠. 자신이 서열에 앞서있음을, 더 우위에 있음을 주입합니다. 상대방의 요청이 없는데도 도움을 주는 이유는 그 도움을 통해 상대방을 장악하려는 권력 본능입니다.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빚을 지게 하거나 약점을 잡으려는 것이죠. 뻔히 보이는 전략인데도 그냥 직진합니다. 미성숙하다보니 어린 아이 같은 수법을 쓰는 것.

이 분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상황은, 서열이 역전됐을 때입니다. 자기보다 아래라고 여기며 무시해 온 사람이 자신의 위로 올라오면, 심각한 멘붕이 옵니다. 이불킥은 기본이고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옵니다.

나르시시스트 중에는 서열주의자가 많습니다. 권한과 능력이 있는 윗분들에겐 확실히 복종합니다. 서열의 질서 속에서는 자신의 위치가 확인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비교 하위, 즉 아랫사람에게는 철저하게 군림하려 듭니다.

7) 주변을 괴롭힌다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로를 선물합니다. 타인을 공격해 끌어 내리려다 실패하면, 방향을 바꿔 자신을 학대하는 척 합니다. 공개적으로요. 자해 상황을 타인에게 알려 인지를 시킵니다. 주변 사람에겐 엄청난 압박·협박이 됩니다.

2020년 3월 / 동아일보DB


8) 때로는 잔인하다

나르시시스트는 미성숙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린아이 같다면 순진하고 착하다고 여기기 쉬운데요, 아이들도 때로는 잔인합니다. 놀이터에서 개미들을 아무렇지 않게 막 죽이잖아요. 본능대로, 호르몬이 나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이나 발언을 하기 십상입니다. 공감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 가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생활형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9) 자신이 나르시시스트인 줄 전혀 모른다

당연합니다. 자기 객관화 능력인 메타인지가 떨어지니까요. 그걸 알게 되면 ‘식스 센스’급 반전이 오고 자아도취의 중독에서 해방되겠지만요.

10) 주변에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

권력자라면 아부를 떠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의외로 위계나 권력이 없는 나르시시스트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가족들(특히 부모님)에게 문제가 있더군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과도한 칭찬은 나르시시스트를 양산합니다. 특히 “너는 특별해” 같은 칭찬을 막연하게 많이 하면 부작용이 큽니다.

▽나르시시즘은 소시오패스로 가는 직통로입니다. 타인과의 공감, 교류는 우월적 지위에 서는데 방해만 되니까요. ‘나 혼자 멋짐’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공감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능력에 불과하니까요. 또 특정분야에 전문성이 있거나 덕후라면, 과몰입해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기도 합니다.

꼰대 나르시시스트는 그중에서도 최악인데요, 그래도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면 피해 반경이 적어 그나마 괜찮습니다. 문제는 공적 영역에 있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의외로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겪은 바로는) 특히 정치인과 고위 관료 중에 꽤 관찰되는데요, 발언 몇 마디만 들으면 바로 파악됩니다. 공감이 전혀 안 되는 멘트를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날리니까요. 에휴.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