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 미셸 정미 자우너
글쓰는 뮤지션으로 깜짝 스타
첫 책 ‘H마트…’, NYT 올해의 책
올해는 그래미상 2개 부문 후보
미국서 소수인종에게 큰 반응
“내 음악·책이 위로준다니 감사”
“당신이 없다면 이곳이 무슨 의미가 있죠?(What’s this place if you’re not here?)”
6일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펜타포트록페스티벌 무대에 선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미셸 정미 자우너·33)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곡 ‘더 보디 이스 어 블레이드’의 영어 가사를 부르던 때. 배경에는 어릴 적 자신과 엄마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공연 직후 현장에서 만난 미셸은 “전에는 이 곡을 부르다 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엄마와 맞닿아 있는 공간이란 생각에 감정이 요동쳤고,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울음이 터졌다”고 했다. 한국인 엄마,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그의 미들네임 ‘정미’는 모친의 이름과 같다.
미셸은 지난해 펴낸 첫 책 ‘H마트에서 울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추천도서, 뉴욕타임스·아마존 ‘올해의 책’에도 꼽혔다. H마트(미국의 한국 식료품 체인)에 갈 때마다 201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 일화를 절절하게 풀어낸 책. 미셸은 “다른 엄마들처럼 우리 엄마도 자식에게 베푸는 가장 큰 사랑이 ‘잘 차려진 밥상’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내 위장(stomach)이 한식 없인 살 수 없게 됐음을 적은 책”이라고 했다. 이날도 “‘코리안 브렉퍼스트’로 홍대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고 했다.
올해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한국을 찾았다. 올 초 64회 그래미상 2개 부문 후보, 2017년 2집 앨범을 롤링스톤 ‘올해의 앨범 50′에 올린 미셸의 또 다른 이름. 남편인 ‘피터 브래들리’도 기타리스트로 함께 무대에 섰다.
미셸에게 문학과 음악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첫 책에서 한식의 기억을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결시켰다면, 2016년 데뷔 앨범 ‘사이코폼프’에는 호전이 없자 암 치료 자체를 포기한 엄마를 지켜본 슬픔을 담았다. 지난해 3월엔 전작보다 밝아진 3집 ‘주빌리(Jubilee·이스라엘에서 50년마다 선포되는 안식년)’를 선보였다. “그간 엄마가 떠난 슬픔에 대해 많이 쓰다보니 어느 정도 그 감정이 해소됐고, 이제는 그 이상의,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했죠.”
이날 미셸이 공연에서 밴드 새소년 멤버 황소윤과 함께 한국어로 부른 ‘비 스위트’도 3집 수록곡. 엄마와 이모가 좋아한 가수이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쓴 ‘부메랑(바니걸스)’에 영향을 받아 쓴 곡이다. 미셸은 “사실 전에는 한국 노래는 잘 안 들었다. 내가 쓰는 곡과 거리 먼 ‘K팝’이라 생각해 낯설었다. 그런데 신중현의 곡을 듣고 음악의 토대를 이루는 부분이 너무 좋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미셸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내가 항상 아웃사이더 같았다. 내가 속해 있을 공간을 창조하고 싶단 생각이 좋은 ‘예술적 선물’이 됐다”고 했다. 그가 어린 시절 미국 인디 록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 보컬 ‘캐런 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도 “미국 인디 밴드 중 처음 본 아시아계(아버지가 폴란드계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 엄마는 그런 록밴드 같은 거 절대 하지 말라 했지만요.(웃음) 이젠 혼혈이거나 어디 섞이지 못 한 이들이 내 음악과 책으로 위로 받았다는 말에 뿌듯하고, 스스로도 ‘이젠 아웃사이더가 아니구나’ 위로를 받아요.”
미셸은 조만간 “‘한국에서 1년 살기’를 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1년만 살면 네가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질텐데. 모든 물건이 있는 편의점처럼, 다채로운 면을 갖게 될 거야”란 모친의 생전 조언 덕분. ‘간장게장’ 네 글자를 한국어로 또박또박 발음한 뒤 “다만 지금 당장은 이게 먹고 싶다. 이건 미국에 없어서”라며 웃은 미셸이 말했다. “한국에서 그날그날 일을 기록하고 그걸 모아 두 번째 책을 낼 거에요. 한국어를 배워 큰 이모(성우 이나미)와 대화도 자유롭게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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