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李대표 좌충우돌 앙금
`케미` 안맞는 李 뒷담화 저격
신뢰붕괴로 불신 골 깊어질듯
李 양두구육·간장불고기 험담
`쿨`하지 못한 내부총질 행태
중징계 상태 자숙하는게 순리
무고함 소명 못한건 본인 책임
남탓하고 훈계질 할 자격 없어
- 박봉권 논설위원
- 입력 : 2022.08.03 09:18:25 수정 : 2022.08.03 09:37:19
작년 7월 치맥회동하던 이준석과 윤석열 [사진 = 연합뉴스]
소위 '케미'가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안듣는데서는 임금님 욕도 하는게 인지상정인데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라는 뒷담화를 할수도 있다.
다만 이처럼 사감이 잔뜩 담긴 험담이 유출돼 만천하에 까발려졌으니 민망하게 됐다.
당혹스러움은 둘째치고 스타일까지 구겼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사적 대화를 부주의하게 관리해 노출시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원망스러울듯하다.
굳이 위로를 하자면 사실 언제간 드러날 일이었다.
이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감정이 좋을리 없다는건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선전부터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온갖 수모를 당했다.
이준석은 지난해 3월 유튜브 방송에 나와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며 조롱한 바 있다.
이후 3개월뒤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뒤엔 대선후보 윤석열과 기싸움을 하려들었다.
당대표라는 사람이 대선후보를 '정치초보자' 취급하며 '정치를 모르니 자신이 시키는대로 따라오라'는식으로 막 나갔다.
그러다가 수틀리면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에 내려가버리는 무책임한 행태를 거듭하니 아연실색했을 것이다.
대선에 타격을 주든말든 윤후보측과의 이견과 갈등을 연일 중계방송하듯 여과없이 노출시키는 해당행위를 서슴지 않으니 피가 거꾸로 치솟았을법하다.
그래도 대선승리를 위해 파국만은 막아야했기에 달래고 보듬어 서둘러 봉합했지만 가슴은 숯검댕이가 됐을것이다.
이처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만큼 이대표에 대한 앙금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런 악감정이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라는 속내로 표출된 것이다.
달리 해석할 여지조차 없는 대통령의 속마음을 확인했으니, 이대표와 대통령 사이에 불신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됐다.
상호 신뢰관계가 무너진만큼 대통령과 이대표가 되돌아올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보는게 합리적 추정일듯하다.
이제 서로 더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어진 셈인데, 앞으로 함께 일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보는게 상식적이다.
이처럼 신뢰관계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때에 따라 악수도 하고 등도 두드리는게 정치인들의 속성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의해 겉으론 별다른 문제가 없는것처럼 쇼윈도 부부행세를 할수도 있다.
다만 요사이 이 대표 행태를 보면 이도 쉽지 않을것 같다.
당연히 기분은 언짢겠지만 이 대표가 뒷담화 문자에 '쿨'하게 대응하는 큰정치인처럼 행동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더 많은 동정표를 얻고, 중징계로 흔들렸던 입지도 더 탄탄해졌을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일 인격모독적 발언을 앞세워 감정적 대응을 하는 '이준석식 조롱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로 대통령과 윤핵관 모두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정치인으로 쏘아붙였다.
당지도부를 "저자들"로 칭하며 탐욕스런 무리로 치부했다.
심지어 가만히 있는 안철수 의원까지 걸고 넘어졌다.
평소 악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간만 본다"며 비꼬던 안철수와 윤핵관 핵심인 장제원 의원 성(姓)을 딴 '간장' 한사발 막말에 이어, 대구에 가선 아예 '간장불고기'사진을 찍어올리는 도발을 했다.
이런게 내부총질이 아니면 뭔가.
천만번 부적절했지만 대통령의 뒷담화 문자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웅성거림이 커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이 대표가 이렇게 훈계하듯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자성할 일이다.
이 대표는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당대표에 대한 탄핵이다.
그것도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 의무위반이다.
도덕적으로 치명적이다.
이대표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는 2시간 50분간 당중앙위 윤리위원 8명 앞에서 충분히 자신의 무고함을 소명할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중징계를 받았다.
그의 소명이 논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징계를 뒤집을 만한 논리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이 대표 자신이 책임져야지 윤리위 탓을 할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문자사태가 터지자마자 마치 한건 잡은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니 황당하다.
남탓을 하고 남을 가르치려하기전에 자신의 불명예스러운 혐의부터 벗는 노력을 하는게 순서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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