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 없이 수사기록 열람 “직권남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
靑행정관 “왜 축소 수사했나” 압력… 그 뒤 김관진 구속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9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A행정관이 2012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군 수사 기록을 영장도 없이 무단 열람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A행정관은 2017년 8월 국방부와 국방조사본부를 수차례 방문해 ‘사이버사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군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어 9월 초쯤 수사단장과 수사팀장 등 4명을 청와대로 불러 2014년 마무리된 군 수사 기록을 받아 열람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수사 기록은 법원 영장이 있어야 볼 수 있다”며 “청와대 행정관이 무단 열람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법 소지가 크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군 적폐 청산’을 본격화하고 있었다. A행정관이 ‘사이버사 댓글’ 관련 군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했을 무렵 국방부는 ‘사이버사 댓글 사건 재조사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2014년 발표된 ‘사이버사 댓글’ 수사 결과는 전 사이버사령관 등의 지시에 따른 정치 관여는 인정하면서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김관진 전 장관 등 수뇌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수사에 나섰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인 A행정관은 군 수사팀장에게 “왜 사건을 조작했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A행정관의 국방부 방문 석 달 만인 2017년 11월 김관진 전 장관은 재수사로 구속됐다가 10여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 불구속 기소됐다.
2017년 문재인 청와대의 A행정관이 ‘국군 사이버사 정치 댓글’ 사건 관련 군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한 이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재조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이버사 댓글’ 사건은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사이버사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위해 정치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2014년 국방부 검찰단은 전 사이버사령관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정치 댓글 혐의는 인정했으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이 사건을 다시 뒤진 것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A행정관은 2017년 8월 국방부를 두 차례, 국방조사본부를 한 차례 방문했다. ‘사이버사 댓글’ 수사팀을 만나 “(청와대로) 꼭 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주일쯤 뒤 수사단장과 수사팀장 등 4명이 청와대로 불려가 A행정관에게 수사 기록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A행정관은 수사팀장 등에게 “왜 사건을 조작했느냐” “왜 축소 수사를 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재수사를 이미 염두에 둔 질책일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면담은 1시간쯤 진행됐고 수사 기록 사본이 전달됐다고 한다. 군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행정관의 무단 기록 열람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그해 9월 8일 ‘사이버사 댓글 사건 재조사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그 무렵 민주당은 “김관진 전 장관 등 군 수뇌부가 댓글 공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 관계자는 “수사팀이 청와대로 불려간 이후 사이버사 댓글 의혹에 관한 군과 민간 검찰의 대대적 재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해 11월 김관진 전 장관은 ‘댓글’ 지시로 군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군 형법을 위반했다며 구속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의 보고서가 올라오면 ‘봤다’는 의미에서 ‘V’ 표시를 한 것을 지시 증거라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오는 보고에 습관적으로 ‘V’ 표시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사이버사의 댓글 중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포승에 묶인 채 법정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모두 내 책임”이라며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구속 11일 만에 열린 적부심에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김 전 장관을 석방했다. 김 전 장관은 2018년 불구속 기소돼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지냈고 2010년 11월 북 연평도 도발 직후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장관에 발탁됐다. 부임 후 “북 도발 시 10배로 보복하라”고 지시했고, 연평도에서 대규모 포격 훈련을 실시했다. 그가 사이버사 군무원 증편을 지시했던 2012년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급속히 강화돼 한국군 요원의 10배에 달했다. 김정은은 2013년 “사이버 공격은 핵, 미사일과 함께 만능 보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선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10년 이상 대한민국 안보의 간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김 전 장관을 집요하게 노렸다. 결국 A행정관의 ‘사이버사 댓글’ 수사 기록 열람이 김 전 장관 수사의 시발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행정관은 2017년 ‘왜 민정실이 아닌 안보실에서 조사하느냐’는 수사팀 질문에 “내가 당(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이 문제에 인볼브(involve·개입)되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행정관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내가 담당했던 일이 아니었고, 관련 사안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인 A행정관은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 안보상황단에서 일했고,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안보실 행정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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