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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선원들 판문점서 털썩... 3년전 ‘귀순어민 강제북송 논란’도 재조사

尹 “많은 국민 문제제기”… ‘대응 적절했나’ 따질 듯

입력 2022.06.22 03:00 | 수정 2022.06.22 03:00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귀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21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아직 검토 중인데, 원래 옛날부터 좀 국민이 문제를 많이 제기하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전임 정부의 수사 결과가 최근 뒤집힌 가운데, 강제 북송 논란이 불거졌던 귀순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됐다.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정치적 논란과 함께 전·현 정권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는 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11월 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2019.11.8 /통일부

2019년 11월 발생한 귀순 어민 북송 사건은 북한 어민 2명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우리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16명 살해 혐의가 있다는 근거를 들어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다. 이 사건은 우리 정부가 북한 주민을 강제 북송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탈북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북 소식통은 “이 소문이 북에 전해지면서 한국으로 가면 죽는다는 인식이 주민 사이에 퍼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흉악범이라도 귀순한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것이다. 조사와 처벌도 우리 정부가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당시 문 정부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추방했다. 타고 온 배에 남았을 살해 흔적 등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문 정부는 북송 근거로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탈북자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지 북송 근거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어민 2명 나포 이틀 만에 북한의 요청이 없던 상황에서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추방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은 다음 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 포승에 묶은 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비로소 안대가 풀려 북한행을 깨달은 탈북 선원들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 공동위원회’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앨턴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베를린장벽 너머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사실상의 사형선고”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민의 탈북 및 북송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민의 발언 내용을 번복하기도 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어민 2명을 북송한 다음 날 국회에서 “(북 어민들이)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이들의)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더라도” 진술은 우리 측 신문이 아니라 그 이전 행적 조사에서 자기들끼리 나눈 말을 전해 들은 것이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정부는 동해로 넘어온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남북 쇼’를 위해 서둘러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사했을 때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해양경찰청은 당시 7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단정적 결론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해경이 ‘자진 월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상당수는 과장되거나 비약이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귀순 어민 북송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위장 귀순 주장의 근거도 없을뿐더러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 역시 없었다. 진실 규명을 위해 전면적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