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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도주땐 사살" "전쟁 불사" 그들이 신장·대만을 절대 포기 못하는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한중일 톺아보기-91]

신윤재

입력 : 2022.06.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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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 대화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은 미·중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

"누가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독립시키려 한다면 일전(一戰)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의 발언입니다. 이번 회의 최대 초점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참석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중 국방장관이 대면 회담을 하게 됐죠. 웨이 부장은 대면 회담에 이어 이틀 후 공개 석상에서 또 다시 "전쟁 불사" 발언을 하며 으름장을 놨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거대 시장과 세계의 공장 역할을 통해 끌어모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위세를 키우며 지금은 패권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G2로 급성장한 중국의 행보는 어느덧 미국과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죠.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대만과 신장위구르 문제일 겁니다.

 


'중국의 화약고' 신장, 그들의 '최대 에너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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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BBC 등이 신장 수용소에서 유출된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은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해당 보도에는 중국 당국이 강제 수감된 위구르인들에 대해 "도망치면 사살해도 좋다"는 지침을 내리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죠. 인권단체들은 현재 1000개가 넘는 수용소에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인이 감금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영토는 본토 이외에 5개 주요 자치구가 전체 면적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장 지역만 해도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죠. 하지만 이들 소수민족이 중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합니다.

 

만약 신장을 비롯해 티베트 등 자치구가 연달아 독립하게 된다면 중국은 영토의 3분의 2를 잃을 수 있습니다. 혼란은 불 보듯 뻔하고 국력은 급감할 테니 중국이 민감해할 만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인권 탄압이 결코 정당화되는 건 아닙니다. 중국이 동북공정 등 역사와 문화를 끊임없이 왜곡하는 배경에도 소수민족 분리독립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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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억t 규모 유전이 새로 발견된 신장 자치구내 타림분지는 중국내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큰 지역이다.

중국이 신장 지역에 특히 민감한 건 경제적 이유도 큽니다. 신장에 매장돼 있는 자원은 중국 3대 유전을 비롯해 석탄 등 중국 전체 육지 에너지의 34%가량을 차지합니다. 최근 10억t급 세계 최대 유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으로 오는 송유관 대부분이 집결하는 곳이기도 한 만큼, 사활적 에너지 공급망이자 최대 에너지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현실화한다면 그 시발점으로 항상 지목되는 '화약고'이기도 하죠. 그들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안정시키려 하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中, 대만 점령해 EEZ 늘리고 인도·태평양 진출 교두보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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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조보라]

신장보다 국제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는 건 대만 이슈입니다. 대만을 비롯해 많은 주변국들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현상 유지를 바라지만, 중국이 원하는 건 현상 변경을 불사한 '하나의 중국'입니다. 전통적으로 '동북아의 화약고'는 북핵으로 인해 한반도로 인식되지만, 최근 대만해협이 이를 능가하는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돼가는 형국이죠.

 

그런데 대만 이슈도 신장과 유사한 점이 발견됩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치적 프로파간다 아래 경제적 타산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상대적으로 좁은 편입니다. 세계 30위권 밖에 있죠. 한국의 EEZ 면적은 중국의 절반 정도이고, 섬나라 일본의 경우 전 세계 8번째로 중국의 5배나 됩니다. EEZ는 해양 자원의 보고인 만큼 그 넓이는 자원 매장량과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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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 구단선은 남중국해 해역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그래픽=조보라]

때문에 중국은 소위 '남해구단선'을 주장하며 억지를 부리는 상황입니다. 2013년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을 제소한 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해구단선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조상이 물려준 땅이고 2000년 역사 족보에 나와 있다"며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죠.

 

패권국을 목표로 인도·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은 자국 관리 해역을 넓히려 합니다. 대만해협을 포함한 대만은 중국이 장악하려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중국은 대만을 점령해 EEZ를 확대함과 동시에 인도·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이죠.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도 같은 맥락입니다.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해당 섬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던 중국이 1969년 유엔 해양조사에서 주변 해역에 풍부한 유전의 존재 가능성이 밝혀진 뒤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게 일본 측 주장입니다.

 

사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속내도 똑같습니다. 독도 주변 해역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6억t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돼 있습니다. 내각 지지율 등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이 같은 해양자원을 탐내는 그들의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는 겁니다.

 


中 관변학자 "TSMC 본디 중국것...빼앗아 공급망 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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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SMC가 본래 중국 것이라며 수복 발언을 한 천원링 총경제사.[사진=UPI뉴스]

게다가 대만에는 세계 최고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있습니다. 현재 TSMC가 대만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중국이 대만을 쉽게 건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내에서 TSMC에 대한 그들의 속내를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천원링(陳文玲)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이코노미스트(총경제사)는 "대만을 수복해 본래 중국 기업인 TSMC를 빼앗아 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에 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대대적 제재에 나설 수 있으니, 자체 산업 사슬과 공급망을 다져야 한다"며 "TSMC를 꼭 손에 넣자"고 강조했습니다. 또 "TSMC가 미국에 공장을 6개나 짓고 이전을 서두른다는데, 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도 말했죠.

 

중국은 그동안 대만 침공의 명분으로 조국 통일의 당위성을 내세워 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을 포함해 조국을 완전히 통일하는 것은 역사적 임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만 통일은 중국에 있어 정치적 모험입니다. 실패한다면 정권 붕괴 등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리스크를 무릅쓰는 배경에는 TSMC를 탈취해 뒤처져 있는 반도체 첨단 기술을 획득하고 미국, 한국 등 반도체 경쟁국들을 일시에 넘어서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해당 발언으로 중국이 전략 자산으로서 대만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드러났다고 분석했습니다 .

 

천 총경제사는 중국 국무원 연구실 종합국장 출신으로, 총리 등 당 최고 지도부의 경제 관련 담화와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의 정부 보고 초안 작업 등을 오랫동안 맡아온 인물 입니다. 그만큼 중국 최고지도부 의중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거친 언사에도…전문가들 "우크라 이후 中 대만 침공 가능성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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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대만 북부 신주 육군 기지에서 대만 특수부대원들이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연례 한광(漢光)훈련을 마친후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통신]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은 이례적일 정도로 거친 언사를 내뱉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대만 침공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연구소 윤선 동아시아 공동부장은 최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에는 과제와 시나리오가 많이 생겼다"며 "이른 시기에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세계가 침략 전쟁에 대한 대응 경험을 하게 됐고, 이 경험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 살릴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치명적으로 불리해진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대만 통일을 향한 자체 시간표를 갖고 있을 텐데, 이것이 꼭 우크라이나 전쟁에 좌우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전략 전술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종결을 맞을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푸틴 대통령의 의도대로 진행되진 않았다는 겁니다. 러시아군은 당초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기에 종료될 것을 상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미국 MIT 안보연구 프로그램(SSP) 책임자이자 중국 군사전문가 테일러 프래블 교수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보다 훨씬 복잡하다"면서 "러시아가 직면한 어려움을 보면서 중국 지도자들은 그런 복잡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의문을 느낄 것이며 당분간 더 신중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중국의 대만 침공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문제 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적인 위협이며, 더 준비할수록 중국이 리스크를 무릅쓸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오판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대만을 비롯해 미국 등 우방국들은 더 철저한 준비와 각오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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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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