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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들어가면 쫓겨나온다” 흉지설 돌던 청와대 직접 가보니

[아무튼, 주말-김두규의 國運風水]
직접 살펴본 청와대 풍수
그리고, 이병주와 김종인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2022.06.11 03:00
 

올해 출간된 책을 두 권 읽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이병주 평전>이다. 주제가 전혀 다른 두 책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언급한다.

<이병주 평전>은 소설가 이병주의 굴곡진 생애와 시대사를 담은 방대한 기록이다. 이병주는 일제강점기 학병으로 중국으로 끌려간다. 일제 패망 후 귀국한 그는 해인대학 교수를 거쳐 부산 ‘국제신문’ 주필로 재직하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출마, 낙선한다. 1960년 박정희가 부산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 ‘부산일보’ 주필 황용주와 이병주 등과 술자리를 했을 때 ‘혁명’과 ‘쿠데타’를 논한다. 그러나 정작 박정희의 쿠데타 성공 후 황용주와 이병주는 버림받고 구속된다. 출옥 후 작가로 전향한 이병주는 ‘관부연락선’ ’지리산’ 등 수많은 시대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죽기 1년 전인 1991년에 출간한 <대통령들의 초상>에서 이병주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운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지난달 11일 민간에 개방된 청와대 본관 앞의 모습. 청와대 본관은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중심맥의 서쪽에서 맥을 받는 자리에 있다. /김두규 제공

“청와대란 곳은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쫓겨나오든지 끌려나오든지 지레 겁을 먹고 그만두고 나오든지 아니면 죽어서 나와야만 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소설가의 직관인가, 아니면 청와대 터가 갖는 절대적·물리적 힘인가? 그의 예언대로 이후 노태우·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갔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청와대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병주 발언 이후 청와대 흉지설은 풍수가들의 첨언으로 ‘정설’로 굳어진다. 1990년대 중반 ‘풍수 글쓰기’를 시작한 필자 역시 그 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때는 청와대를 가보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강연과 자문을 위해 청와대를 두 번 가본 적이 있으나 터를 본 것은 아니었다. ‘조선왕조실록’과 고문헌을 중심으로 경복궁과 청와대 터를 알아보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런데 지난달 10일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바로 이튿날인 11일 청와대 곳곳을 꼼꼼히 보았다. 백 번 들은 말도, 백 번 읽은 문장도 단 한 번 봄[一見]만 못했다.

 
청와대 개방 후 첫 일요일인 5월 15일 오후 드론으로 촬영한 청와대 전경. 북악산아래로 청와대 본관, 관저, 여민관 등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북악산의 중심맥[中出脈]이 동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그 좌우로 곁가지[傍脈]들의 호위를 받는다. 중심맥은 구(舊) 청와대 터(노태우 이전의 대통령 집무실)를 만들고, 서쪽에 청와대 본관을, 동쪽에 대통령 관저 터를 만들었다. 모두 맥을 받았다. 그 맥들의 전개 형태가 얼레빗[소치·梳齒]과 같다. 조선조 풍수 관리 선발 필수과목 ‘감룡경(撼龍經)’이 언급하는 ‘소치혈’에 그대로 부합한다. 풍수상 청와대 터는 흉지가 아닌 길지다. 풍수는 잘못이 없다.

옥에도 티가 있는 법. 조선 개국 초 풍수 관리들은 세 가지 작은 흠을 지적하였다. “북서쪽(자하문)이 함몰되어 골바람이 불며, 바위가 많으며, 물이 부족하다.” 그 문제점들은 현대의 토목·건축·상하수도·조경으로 완벽히 해결되었다. 1960년대부터 한 청와대의 조경(특히 소나무 식재)은 세계 대통령궁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는 중론이다.

그런데 왜 이병주의 ‘예언’대로 대통령들이 불행했는가? 김종인의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막강한 권력을 갖는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제일지라도 의회 중심주의로 권력을 분산해야 대통령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결론이다.

청와대가 개방된 지 한 달이다. 백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청와대 곳곳을 누비면서 밟아댔다. 지신(地神)밟기는 충분했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대한민국 제일 국가 정원’이자 미래 문화유산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