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토지 등기를 한 사람은 실소유주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숨진 A씨의 유가족이 B씨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78년 부친으로부터 논 6050㎡(약 1830평)를 물려받았다. 상속 이후에도 A씨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1997년 한국농어촌공사에 땅을 팔면서 농어촌공사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문제는 이후 A씨가 B씨와 명의신탁 계약을 맺고 그 땅을 다시 사들이면서 불거졌다. B씨 이름으로 농어촌공사로부터 같은 땅을 다시 사들이기로 하고, B씨 명의로 농어촌공사 대출을 받아 매매대금을 지급한다는 약속이었다. 땅을 매각한 농어촌공사는 두 사람 사이 명의신탁을 몰랐고, A씨는 대출 원리금 약 5000만원을 명의상 채무자인 B씨에게 줘 갚게 했다.
이후 해당 토지는 2009년 B씨에서 한 영농조합으로 넘어갔고, 2015년 이후 C씨에게 재차 넘어갔다. 그러자 A씨 사망 이후 유족들은 “A씨의 점유취득시효 20년이 지났다”며 소유권 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법은 소유 의사를 갖고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은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근거로 명의를 넘겨달라고 한 것이다.
하급심은 A씨가 논을 소유하겠다는 뜻을 갖고 평온·공연하게 논을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A씨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점유취득시효(20년)가 인정되려면 점유자의 자주점유(자신이 소유한다는 인식 및 의사를 갖고 하는 점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A 씨는 명의신탁자로서 자신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 토지를 점유했다”고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점유를 개시할 당시에 소유권 취득을 위한 법률 행위를 안 한 사람이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법적으로 타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유했다면, 그 점유가 ‘소유 의사가 있는 점유’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A씨의 경우는)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해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점유취득시효 주장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1995년 제정된 부동산실명법은 실소유자가 어떤 이유로 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해준 기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1997년 논 매매 계약은 농어촌공사와 B 씨가 맺어 명의신탁자인 A 씨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따라서 명의신탁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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