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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국회서 궤멸했다던 '친박' 극적 부활…광역단체장 5인 누구

중앙일보

입력 2022.06.03 12:14

업데이트 2022.06.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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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충청권 시·도지사 후보들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정문 앞에서 '충청권 초광역상생경제권 협약'을 체결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연합뉴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구속 이후 ‘친박’(친 박근혜)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2019년 친박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크게 패배하면서 친박 세력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어깨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도 과거의 친이명박계가 사실상 장악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MB 2기'란 말이 나올 정도인데, 그럴수록 친박계의 존재감은 더 희박해졌다.

그런 친박 정치인들이 6·1 지방선거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전시장에 당선된 이장우 전 의원, 강원지사에 당선된 김진태 전 의원, 충남지사에 당선된 김태흠 전 의원 모두 과거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인천시장에 당선된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남지사에 당선된 박완수 전 의원도 ‘온건 친박’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당선인 12명 중 5명이 친박 인사인 것이다.

친박 인사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주요 정치 무대로 복귀할 수 있었던 데엔 국민의힘이 ‘윤석열 체제’로 재편될 때 빠르게 윤석열 당시 후보를 도운 이유도 있다. 김진태 당선인은 이재명비리국민검증단장을 맡아 윤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장우 당선인의 경우 윤석열 캠프에서 조직1본부장을 맡았고, 김태흠 당선인은 총괄특보단 정무특보단장을 맡았었다.

2일 오후 강원 춘천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당선인 초청 강원발전 교례회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던 김태흠 의원에게 “명색이 내가 ‘충남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충남지사 선거를 져서야 되겠느냐”며 충남지사 도전을 권유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공천 당시 충청 지역의 경우 특히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친박 인사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독 두각을 낸 건 이런 윤 대통령과의 친분뿐만 아니라 그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적 활로를 못 찾은 탓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무대에서 역할을 찾지 못해 지방선거의 문을 두드렸는데 오히려 그 지점에서 활로가 뚫렸다는 뜻이다. '친박 정치인'이란 멍에를 썼던 이장우·김진태·유정복 당선인의 경우엔 21대 총선에서도 낙선했다. 김진태 당선인의 경우 5·18 광주 민주화 비하 발언 등으로 공천 배제됐지만, 국회 앞 농성과 사과를 거쳐 겨우 경선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이런 곤욕을 치르면서 이들이 지방선거에 더 절박하고 절실하게 매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