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직전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편향된 언론 환경과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국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에선 “일부 여론조사는 조작의 냄새가 난다”는 말도 나왔다. 언론과 여론조사 회사가 여당 편을 들며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지만 심각한 가짜 뉴스였다.
야당은 패색이 짙어지자 여론조사 탓을 했지만, ‘검수완박’ 입법 폭주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명분 없는 국회의원 출마의 영향이 컸다. 특히 이 전 지사 출마에 대해 케이스탯 조사에선 인천·경기 유권자의 절반 이상(53%)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갤럽의 정당 지지율 추세에서도 그의 출마가 ‘자책골’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월 3~4일 조사에선 민주당(41%)이 국민의힘(40%)보다 높았지만, 이 전 지사의 출마 선언(5월 8일) 이후 10~12일 조사에선 민주당(31%)이 급락하면서 국민의힘(45%)에 크게 뒤졌다. 이 전 지사는 선거 막판에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제가 인물로 메우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자신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야당 후보들이 고전했는데도 엉뚱하게 ‘나는 훌륭한데 당이 허약해서 판세가 불리하다’고 해석했다.
이 전 지사를 ‘대선에서 1600만표를 얻은 후보’라고 떠받들던 야당은 그를 찍었던 유권자가 지방선거에서도 다시 뭉칠 것으로 기대했다.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에 포위되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갤럽의 대선 사후(事後) 조사에선 이 전 지사에게 투표했던 10명 중 3명이 ‘상대가 싫어서 찍었다’고 했다. 이 전 지사가 좋아서 찍은 게 아니었던 이들을 포함해 이 전 지사 지지층의 상당수가 결국 야당에 등을 돌렸다. 석 달 전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 차이가 24만표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야당의 17개 광역단체 후보들이 얻은 총 득표는 976만표로 여당보다 223만표나 뒤졌다.
6·1 지방선거는 야당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재명 지키기’로 일관한 선거로 선거사(選擧史)에 기록될 것이다. 이 전 지사는 당선이 됐어도 텃밭에서 악전고투했다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게 됐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야당의 선거 패배 책임을 피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야당은 ‘국민 지키기’에 앞서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선거를 악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인 김어준의 “경기도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 난다”는 말에 현혹되어 또다시 ‘졌지만 잘 싸웠다’는 정신 승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더구나 다음 대선을 다시 노리는 이 전 지사가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등 돌린 지지층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야당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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