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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김은혜 패, 강용석 탓 아니다"…민심이 경고한 '尹심 세일즈'

중앙일보

입력 2022.06.02 16:25

업데이트 2022.06.02 17:23

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권교체에 이어 4년 전 민주당이 장악했던 지방권력마저 뒤집혔다. 하지만 여당의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프레임에는 냉정한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1일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경쟁이 가장 뜨거웠던 경기지사직을 민주당 품에 안겨주는 절묘한 견제를 잊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막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힘을 실어주되 자만하거나 패권주의로 흐르는 걸 용납지 않겠다는 민심의 경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7개 시·도지사 중 12석을 차지하며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경북지사 2석을 얻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선전이다. 하지만 마냥 웃지는 못했다. 여야가 명실공히 핵심 전장으로 삼아 화력을 쏟아부었던 경기지사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패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대 격전지 경기도의 승리가 곧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5월 31일)라고 단언할 정도로 당이 경기지사 선거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아쉬움도 더 컸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충남·강원지사, 대전·세종시장 선거 등 격전지 승리에 가리긴 했지만, 경기지사 패배는 분명히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경기도 지사 후보가 2일 경기도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강당에 마련된 선거캠프에서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당선인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신승을 거둔 2일 오전 부인 정우영씨와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경기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김은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임을 부각하며 선거전을 벌였다. 최근 당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순항하고, 새 정부에 대한 우호 여론이 커진 분위기에서 이른바 ‘윤핵관 프레임’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다. 선거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이 “권 원내대표가 윤핵관이라는데, 제가 알기로는 김 후보가 최고 윤핵관”이라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후보를 심부름시켜서 경기도민이 본전을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도 선거 기간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선전한 지방선거에서 정작 김 후보가 낙선하자, 윤핵관 프레임이 역효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경기지사 선거는 여당 경선 과정부터 ‘윤심(尹心)’ 논란으로 들썩댔다. 당초 유승민 전 의원이 먼저 출사표를 던졌는데,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후보가 뒤이어 참전했다. 현직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직을 내려놓고 선거에 출마한 것은 이례적이라,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반응이 여당에서도 흘러나왔다. 그래서 ‘윤심’ 혹은 ‘자객 공천’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특히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부각된 윤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의 껄끄러운 관계도 이런 추측을 부채질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윤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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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과정에서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김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을 두고 당시 당 일각에서는 “당심과 민심이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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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오전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을 둘러보며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김 대변인은 이후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여권 관계자는 “김 후보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후보였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윤심 논란이 외려 족쇄가 된 면이 있다”며 “다들 공개적으로는 쉬쉬하지만 ‘윤심 한계론’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0.15%포인트의 격차 때문에 강용석 무소속 후보 등에게 화살이 날아가는데, 패배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윤심 논란과 윤핵관 프레임이 양날의 검이라는 게 경기지사 선거에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사 선거의 여진이 향후 여당 권력 재편 과정에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지방선거 대승으로 당내 친윤계의 급부상이 예고됐는데, 경기지사 선거 패배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