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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시론] 밀턴 프리드먼이 말하는 '자유'

[시론] 밀턴 프리드먼이 말하는 '자유'

 
입력 2022.05.11 17:33 수정 2022.05.12 00:20 지면 A31
"평등만 앞세우는 사회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고
계층이동과 다양성도 사라져"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했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 이제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것은 한국이 자유무역을 포함해 시장경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도 일찍이 원로 경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시카고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읽으며 시장경제의 중요함을 익혔다고 한다. 이 책은 프리드먼 교수와 그의 부인이며 경제학자인 로즈 디렉터가 공저해 1980년에 출판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가격기구가 작동하는 시장의 위력, 정치적 및 경제적 자유, 기회의 평등, 그리고 높은 인플레이션율의 해결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이미 경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것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정부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수두룩하게 많다. 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것은, 정책을 믿고 따라올 우리 국민에게 한국 경제가 당면한 상황을 설명하고 최선의 정책으로 그들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우리 국민 중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첫째, 상황이 좀 어렵더라도 인내하며 가능하면 정부 개입은 줄이고 자유시장에 의존해야 오히려 당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정부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 현금을 살포하는 정책은 조만간 청년층을 포함해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셋째, 다른 정책도 함께 써야 하는데 금리 인상만으로도 국내외 요인으로 밀어닥칠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실 등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 세계 10위권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라도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는다. 한국은 세계 경제 강대국과는 달리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과 해외 원자재 공급이 갑자기 끊기면 즉각적으로 위축되고 고용이 급감한다. 그리고 한국 화폐는 아직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위기 조짐이 보이면 즉시 외화 유출이 시작되고 이것이 심하면 1997년 겪은 외환위기가 또 발생할 수 있다.
2006년 11월 타계한 프리드먼 교수는 평생 세련된 이론과 엄격한 통계기법을 가지고 학문적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말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보통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연을 많이 했다. 평생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사실을 《선택할 자유》라는 책에 남겼다.
그중 일부를 다음과 같이 필자는 소개한다. 어떤 사회든 결과의 평등 사상을 자유시장보다 앞세우면 결국 평등도 없고 자유도 없다. 그러나 자유를 앞세우는 사회는 자유도 있고 더 큰 평등의 결과도 얻을 수 있다. 경험상으로 볼 때, 자유가 넘치는 사회는 사람이 임의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으며 사람이 한 번 특권을 얻는다고 해서 대대로 이어가지 못하게 한다. 자유는 다양성과 이동성을 의미하는데 자유가 있는 사회는 지금 불우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다음 세대에 가서는 특권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새로 출범하는 윤 정부에 거는 우리 국민의 기대는 매우 높다. 그러나 불안감도 다소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드먼 교수가 남긴 글은 우리 국민에게도 큰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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