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로 시작된 인연, 대통령-법무부 장관으로 2막 열리나
추호경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이 4월 20일 “한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외로 다정다감한 면모가 있구나 생각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추 전 지청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사표를 냈는데, 한 후보자가 당시 ‘함께 오래 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며 “(검사로서는) 끝난 사람인데 그런 나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당시 한 후보자가 갔던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초임 검사 당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투입됐는데, 복잡한 기업회계를 꿰뚫어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해당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지면서 한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에 합류했다. 한 후보자는 중수부에서 기업 수사를 맡았다. 옆 팀에서는 윤 당선인이 정치인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로도 중수부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바로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다. 한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중수1과에 배치돼 윤 당선인과 함께 일했다. 당시 중수부는 신속히 압수수색에 돌입할 방침이었는데, 평검사였던 한 후보자가 “준비할 시간이 1개월은 필요하다”며 맞섰다. 윤 당선인이 윗선과 조율 역할을 맡으며 20일가량 준비 기간을 확보했다. 결국 검찰은 1200여억 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40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정몽구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 합을 맞췄다.
대형 비리 사건을 도맡은 ‘특수통’이라는 점 외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여럿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점과 애묘인인 점이 대표적이다. 한 후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윤 당선인 역시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애묘인이다.
다만 “생활방식이나 스타일에선 상반된다”는 평이 많다. 음주 및 패션 스타일이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지점이다. 법조인이 되기까지도 차이가 있었다. 사법시험을 9수만에 합격한 윤 당선인과 달리, 한 후보자는 대학 재학 중 ‘소년등과’했다.
윤 당선인의 경우 ‘두주불사’ ‘주당’으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본인의 주량을 소주 1~2병이라고 소개했지만 주변에서는 쉽사리 믿지 않는 분위기다. 앉은 자리에서 맥주를 3만cc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5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1시간 30분 동안 가진 ‘치맥회동’에서 이 대표가 맥주 1500cc를 마실 동안 그 2배인 3000cc를 마시며 녹슬지 않은 주량을 선보였다.
반대로 한 후보자는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 그 대신 술자리에서 콜라를 마시는 편이며 ‘제로콜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주량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폭탄주를 돌리는 검찰 문화에서도 선배 검사들이 한 후보자는 예외로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일잘알’ 검사라 선배 검사들이 술자리에서만큼은 한 후보자를 배려한 것이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패션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 후보자는 법정 등에 출석할 때 코트, 스카프 패션 등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윤혜미 이미지 평론가는 “두 사람은 기성복보다 맞춤복을 즐겨 입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스타일은 상반된다”며 “윤 당선인은 전형적인 아저씨 느낌인 반면, 한 후보자는 X세대 패셔니스타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윤 평론가는 “한 후보자는 슈트를 입을 때 안경, 머플러 등으로 ‘깔맞춤’을 한다. 디테일한 것에 신경 쓰는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상반된 두 사람이 어떻게 단짝이 될 수 있었을까. 한 후보자가 ‘일잘알’ 검사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은 ‘일 잘하는 검사’를 누구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가 ‘일바라기’인 측면 역시 윤 당선인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윤 당선인이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면서 “부장검사가 된 후로는 친한 친구라도 ‘자신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낌새’가 느껴지면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술값을 못 내게 한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를 두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굉장히 유능하고 워낙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한 후보자에게 “넌 늘 수사를 유도리(융통성) 없이 독립운동 하듯이 한다”고 농담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부산지검에서 평검사로 근무한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수사했는데, 총장실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사표를 내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차기 정부에서 처음으로 비법조인 신분으로 함께 일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통령-법무부 장관의 케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두고 “정치보복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이 같은 반응에 (그럴 거면) ‘검찰총장이나 중앙지검장을 시키지 왜 법무부 장관을 시키겠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6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오른쪽)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동아DB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2003년 잠깐 같이 근무했습니다. 이내 대검찰청(대검)으로 파견을 가버리더라고요. 당시부터 한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일 잘하는 검사’로 알려졌습니다. 천안지역에 큰 사건이 몇 개 있어 하나 맡기려 했는데, 대검에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추호경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이 4월 20일 “한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외로 다정다감한 면모가 있구나 생각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추 전 지청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사표를 냈는데, 한 후보자가 당시 ‘함께 오래 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며 “(검사로서는) 끝난 사람인데 그런 나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애묘인·특수통…
당시 한 후보자가 갔던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초임 검사 당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투입됐는데, 복잡한 기업회계를 꿰뚫어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해당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지면서 한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에 합류했다. 한 후보자는 중수부에서 기업 수사를 맡았다. 옆 팀에서는 윤 당선인이 정치인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대형 비리 사건을 도맡은 ‘특수통’이라는 점 외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여럿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점과 애묘인인 점이 대표적이다. 한 후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윤 당선인 역시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애묘인이다.
다만 “생활방식이나 스타일에선 상반된다”는 평이 많다. 음주 및 패션 스타일이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지점이다. 법조인이 되기까지도 차이가 있었다. 사법시험을 9수만에 합격한 윤 당선인과 달리, 한 후보자는 대학 재학 중 ‘소년등과’했다.
반대로 한 후보자는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 그 대신 술자리에서 콜라를 마시는 편이며 ‘제로콜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주량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폭탄주를 돌리는 검찰 문화에서도 선배 검사들이 한 후보자는 예외로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일잘알’ 검사라 선배 검사들이 술자리에서만큼은 한 후보자를 배려한 것이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패션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 후보자는 법정 등에 출석할 때 코트, 스카프 패션 등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윤혜미 이미지 평론가는 “두 사람은 기성복보다 맞춤복을 즐겨 입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스타일은 상반된다”며 “윤 당선인은 전형적인 아저씨 느낌인 반면, 한 후보자는 X세대 패셔니스타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윤 평론가는 “한 후보자는 슈트를 입을 때 안경, 머플러 등으로 ‘깔맞춤’을 한다. 디테일한 것에 신경 쓰는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유도리 없이 한다”
상반된 두 사람이 어떻게 단짝이 될 수 있었을까. 한 후보자가 ‘일잘알’ 검사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은 ‘일 잘하는 검사’를 누구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가 ‘일바라기’인 측면 역시 윤 당선인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윤 당선인이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면서 “부장검사가 된 후로는 친한 친구라도 ‘자신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낌새’가 느껴지면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술값을 못 내게 한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를 두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굉장히 유능하고 워낙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한 후보자에게 “넌 늘 수사를 유도리(융통성) 없이 독립운동 하듯이 한다”고 농담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부산지검에서 평검사로 근무한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수사했는데, 총장실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사표를 내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차기 정부에서 처음으로 비법조인 신분으로 함께 일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통령-법무부 장관의 케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두고 “정치보복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이 같은 반응에 (그럴 거면) ‘검찰총장이나 중앙지검장을 시키지 왜 법무부 장관을 시키겠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6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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