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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법, 검수완박 반대… 13개 조항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했다

[단독] 대법, 검수완박 반대… 13개 조항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했다

“공판을 통한 정의실현에 부정적 작용 우려”

입력 2022.04.19 10:46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뉴스1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13개 조항에 대해 검토 내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사위에 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사의 수사권한을 폐지하고 경찰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데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본지가 파악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총 27쪽에 걸친 의견서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13개 조항에 추가 내지 보완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처는 “검경 사이의 수사권 조정 및 수사·기소 분리에 관한 사항은 행정부처 내에서의 업무분장으로서 입법정책적 결정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수사기관인 경찰의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 위험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수사와 기소를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법원 공판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공판을 통한 정의의 실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행정처는 검사의 직무범위에서 ‘수사’ 권한을 삭제해 현행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까지 없앤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의견제시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행정부 내 업무분장에 관한 입법정책적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정안 4조 1항 1호에서 검사의 직무와 권한 중 ‘수사’를 완전히 삭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검사는 수사와 관련해 영장 청구, 사법경찰관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등의 권한을 가지는데 자칫 그와 같은 권한 역시 모두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사법경찰관 권한 확대, 견제장치 있는지 살펴야”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개정안 중 경찰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그에 따른 견제장치를 두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정안 197조의 2이다. 이 조항은 보완수사 요구의 사유로 ‘고소인에게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은 경우’를 추가했다.

행정처는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의 수사권이 대폭 확대되는데 사법경찰관의 부실 내지 소극수사가 있을 경우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적절하게 개입할 필요가 없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개정법에서는 없어졌다. 행정처는 “검사가 송치된 사건의 기록 검토 과정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도 직접 수사 및 영장청구를 하는 게 아니라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사법경찰관의 소극적인 수사에 충분한 견제장치가 있는 것인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불송치 사건의 범위를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행정처는 또한 사법경찰관의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석방명령권, 송치명령권을 삭제한 198조의 2도 추가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처는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석방요구가 있어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한 석방하지 않아도 된다”며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인권보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공판은 검사가 관여하는데..절차 중 ‘검사’ 삭제에 의문”

행정처는 개정안 중 기계적으로 ‘검사’를 삭제해 법체계 정합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부분들에도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법안 135조에서 압수물 처분을 검사,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통지하게 한 부분 중 ‘검사’를 ‘경찰’로 바꾼 부분을 지적했다. 이 조항은 압수물의 처분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검사, 피고인 등에게 통지해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는 취지다.

행정처는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공판에 관여하는 것은 검사이고 법원이 피고사건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경우 그 집행을 지휘하는 주체도 여전히 검사”라며 “이를 고려할 때 위 조항의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행정처는 개정안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195조에서 ‘수사’를 삭제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검사의 직접수사권한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보완 수사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영장의 청구 및 집행 지휘 등 수사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담당하고 있어 여전히 수사와 관련해 협력 필요성이 크다”며 “삭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영장청구 관련 조항에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

구속영장을 검사가 직접 청구하지 못하고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 청구하게 한 201조의 경우도 추가검토가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했다. 행정처는 “검사가 신속하게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신속하고 적정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며 “사건이 송치된 이후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규정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언급한 헌법 12조 3항, 16조와 관련해 위헌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행정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합헌론과 위헌론의 대립이 있다”며 “헌재 결정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바꾼 2017조 2항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행정처는 “안 217조 2항은 문언상 사법경찰관이 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 수사단계 압수수색영장의 발부를 검사의 신청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12조 3항, 16조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위헌’ 가능성은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행정처는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의 청구로 영장을 발부받는 것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는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사건 경찰로 가져오게 한 부칙도 “문제있다” 지적

개정안의 시행일을 공포 후 3개월로 정한 부칙 1조에 대해서도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안 시행을 준비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개정안은 형사사법체계의 큰 편화를 초래하는 제도로서 검경의 조직, 인적·물적 여건 등에 대해 상당한 변화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정안이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인 사건을 경찰이 가져오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효울적이고 적정한 사건 처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행정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종전의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에 고소나 고발을 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사 의견듣는 절차의 성격은 무엇” 신설조항에도 의문

행정처는 개정안에서 신설한 검사의 ‘의견청취’의 법적 성격에 의문을 표시하며 자칫 피의자 보호에도 공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208조 2, 246조2는 ‘검사가 영장청구 여부 및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피해자 또는 참고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행정처는 법 244조 1항에서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법 244조 3항(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법 244조의4(수사과정의 기록) 등과 같이 피의자를 조사할 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절차적 규정들이 존재한다”며 “검사가 피의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그 법적 성격이 임의수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보임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위와 같은 절차가 모두 적용되지 않게 된다”고 했다.

행정처는 그러면서 수사단계에서 검사가 피의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의 성격이 무엇인지, 위와 같은 기존의 권리보호 절차를 규정 또는 준용할 필요가 없는지 추가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속적부심에 경찰 진술권 별개로 인정할 필요가? ‘추가’에도 의문

형사소송법 개정안 2014조의 2 9항은 체포·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사법경찰관의 심문기일 출석 및 의견진술권을 추가로 인정했다. ‘검사·변호인·청구인은 심문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조항에 ‘사법경찰관’을 추가했다.

행정처는 “영장청구권자는 법 개정 전후로 모두 동일하게 검사이고 체포·구속적부심 과정에서 검사가 출석하여 체포, 구속과 관련된 의견읅 충분히 진술할 수 있다”며 “현행법과 달리 체포·구속적부심사에서 검사와 별개로 사법경찰관의 출석 및 의견진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빠진 기호 지적까지

행정처는 법안 내용 중 ‘검사’부분을 빼거나 사법경찰관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어법에 맞지 않게 된 부분도 지적했다. 체포·구속적부심에 관한 형사소송법 214조의 2 2항은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구속된 피의자와 그가 지정한 사람에게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인데, 개정안은 이를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또는 사법경찰관은’으로 바꿨다. ‘구속영장을 집행하는’이 수식하는 주체가 빠져 통지의무가 누구에게 부과되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행정처는 “의미가 불명확한 조항으로,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집행한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행정처는 또한 사법경찰관이 고소 또는 고발이 있는 사건을 처리한 때 고소인 등에게 취지 및 이유 등을 통지하도록 하는 238조 2항에서도 오류를 지적했다. 신설 조항인 이 조항에는 고소인·고발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그 통지를 ‘배우자 직계친족·형제자매’에게 한다고 돼 있다.

행정처는 ‘배우자 직계친족’ 부분을 ‘배우자·직계친족’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