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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건"이라던 '공수처법 24조'…따져보니 231번 발동했다

[단독]"2건"이라던 '공수처법 24조'…따져보니 231번 발동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04 18:14

업데이트 2022.04.04 18:2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24조를 둘러싼 공수처와 인수위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과천정부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던 김진욱 공수처장의 모습. [뉴스1]

‘발동 건수 2건, 실제 이첩 1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독소조항이라며 폐지를 공약한 공수처법 24조 1항에 대해 언론에 밝히고 있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24조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우위권을 보장한 조항이다. 이중 1항과 2항이 핵심이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할 경우 응해야 하고(1항), 수사 중 고위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2항). 3항과 4항은 수사 재이첩과 처리 회신 조항이다.

공수처의 이런 설명 뒤 3일 ‘윤석열 폐지 공약 공수처법 24조 실제 발동 건수 미미’라는 취지의 보도들이 나오며 공약 실효성 논란이 번졌고, 인수위는 “공수처법 24조의 발동 건수가 2건밖에 없다고 해도 이 조항은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로 수사기관 간 폐해를 유발하는 독소조항이 분명하다”는 별도의 반박문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이 4일 오후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실제 윤 당선인이 폐지하겠다고 밝힌 공수처법 24조 발동 건수는 미미했을까.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공수처법 24조의 전체 발동 건수는 지난해 1월 공수처 출범 뒤 올해 3월까지 총 231건에 달했다. 24조 1항은 공수처의 설명대로 2건에 불과했지만, 24조 2항이 229번 발동됐기 때문이다. 미미하다고 보긴 어려운 숫자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사건을 이첩해야 하고,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하면 통지해야 하는 조항을 폐지하겠다”며 24조 1항과 2항 모두를 독소조항으로 명시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에도 “검찰과 경찰의 첩보 내사 사건을 공수처가 마음대로 갖고 와서 뭉갤 수 있는 이런 우월적인 권한은 권력 비리에 대한 사정 권한을 강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력의 비리를 은폐하는 것”이라며 재차 폐지를 약속했다.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가 지난달 30일 공수처 간담회 브리핑을 하던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김형동 의원실이 확보한 공수처법 24조 1항과 2항 사건 이첩 현황에 따르면 1항의 경우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외압 의혹 사건에 대해 각각 경찰과 검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김학의 불법출금은 검찰이 공수처의 “기소권한은 빼고 수사권한만 줄테니 기소 전 사건을 이첩하라”는 조건부 이첩 요구를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거부했다. 실제 이첩받은 사건은 공수처의 설명대로 ‘조희연 교육감 사건’ 1건이다.

24조 2항의 경우 공수처는 출범 뒤 검찰에서 12건, 경찰에서 213건, 군 검찰에서 4건 등 총 229건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통보받았다. 공수처는 이 중 226건은 자체적으로 불입건했고, 1건은 내사, 2건은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 229건 중 공수처가 경찰과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한 경우는 없었다. 사실상 전국의 고위공직자 범죄 첩보를 공수처가 홀로 처리한 셈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7월 27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수처는 24조 폐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의 관련 질의에서도 “해당 규정(24조)을 통해 기존 수사 기관의 사건 임의 축소 및 확대와 사건 은폐 의혹을 방지할 수 있다”며 “기관별 중복수사를 하면 기밀 유출과 인권침해 우려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달 인수위와의 간담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통해 주어진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범죄를 통보 받아 ‘과잉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우려가 있다”며 “공수처가 사실상 다른 수사 기관을 지휘·통제할 수 있게 한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