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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이 정도 스펙은 갖춰야 10대그룹 사외이사 된다 [스페셜 리포트]

이 정도 스펙은 갖춰야 10대그룹 사외이사 된다 [스페셜 리포트]

3월 주총서 78명 새로 선임
중대재해법·준법경영 강화로
새 이사 30% 변호사·로스쿨교수

10명중 4명 여성 이사로 뽑아

이사회서 현실적인 경영 조언
기업인 출신도 2배 가까이 늘어

그룹별 특징도 있다는데…
삼성전자, 환경·금융전문가
현대차, 신규이사 80% 교수
LG, 8명 중 5명 여성 교수
롯데, 새 사외이사 33% 기업인

女사외이사, 환경 등 ESG 강점

  • 정승환 기자
  • 입력 : 2022.03.20 16:43:26   수정 : 2022.03.20 20:58:49
 
◆ SPECIAL REPORT : 10대그룹 사외이사 대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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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대 그룹 신규 사외이사 10명 중 3명은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 등 법률 전문가로 나타났다. LG의 경우 올해 새로운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관련 규제와 준법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이사회에서 법조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신규 사외이사 중 기업인은 1년 새 7명에서 12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서는 기업인들이 사외이사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장차관 등 고위 관료와 국세청·공정위·금융위 출신 사외이사는 줄어들고 있다. 올해 신규 선임 사외이사 중 공정위, 금융위, 감사원 퇴직자는 한 명도 없다. 국세청 출신은 1명에 불과했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와 준법경영 등이 강화되면서 법률 전문가들의 이사회 참여가 늘고 있다"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이들은 이사회에서 현실적인 경영 조언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사외이사 새 얼굴 30% 법률 전문가


20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의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인 10대그룹 신규 사외이사는 78명에 달한다.

새로운 사외이사 40명(51%)이 교수다. 경영·경제학 11명, 로스쿨 9명, 공대 9명 등이다. 1년 전엔 경영 15명, 공대 7명, 법 5명이었다.

교수에 이어 변호사와 기업인(금융회사 포함)이 각각 15명(18%), 12명(15%)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법조인은 4명에 불과했다. 검찰과 법원 출신이 각각 2명이었다.

변호사 15명 중 검찰 출신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호텔신라), 김준규 전 검찰총장(삼성카드),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롯데쇼핑),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주)한화),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신세계건설) 등 5명이다. 최혜리 전 판사(삼성증권·롯데하이마트),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롯데지주), 성낙송 전 사법연수원장(롯데정밀화학), 이지수 전 판사(현대중공업지주) 등은 법원 출신이다. 황덕남 롯데제과 사외이사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로스쿨 교수(9명)까지 포함하면 법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는 24명에 이른다. 전체 신규 사외이사의 약 30% 규모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최근 ESG경영 확산으로 기업들이 ESG의 기본인 준법경영에 힘쓰면서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들을 보강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신설과 공정거래법 강화 등 기업 관련 법률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사회 내 법조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인 출신은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4대 그룹은 금융전문가 출신 사외이사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 매니징디렉터, 현대차증권은 이종실 전 SC제일은행 전무, SK이노베이션은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사외이사에 선임했거나 선임할 예정이다. 롯데는 김해경 전 KB신용정보 대표(롯데지주), 심수옥 전 삼성전자 부사장(롯데쇼핑), 조운행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롯데케미칼) 등이 신규 사외이사다.

포스코도 기업인 출신 신규 사외이사가 3명이다.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대표는 포스코케미칼 사외이사다.

한화투자증권은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새로운 사외이사이며, (주)GS와 GS리테일은 각각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와 이성락 전 신한생명 대표가 신규 사외이사다.

장차관 등 고위 관료와 검찰을 제외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장관 출신은 1년 새 7명에서 5명, 차관은 4명에서 1명으로 감소했다. 국세청 출신은 1명에 불과했다. 작년엔 국세청 4명, 감사원 2명이었다. 올해 새로운 이사 중 감사원, 공정위, 금융위·금감원 출신은 없다. 회계 전문가는 2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사외이사를 포함한 1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가 읽힌다. 분석 대상 사외이사는 373명이다. 교수 196명, 법조인 45명, 기업·금융인 55명이다. 이 직군들은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 반면 고위 관료와 국세청·공정위·감사원 출신 사외이사는 줄었다.

◆ 현대차·LG·현대重그룹, 관료 출신 '0'


그룹별 특징도 있다.

삼성은 신규 사외이사 17명 중 7명이 고위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 김준규 전 검찰총장, 진정구 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최재천 전 국회의원 등이다. 지난해엔 새로운 이사 7명 모두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위직 선호도가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신규 사외이사 2명 모두 전문가그룹이다.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와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 매니징디렉터는 지난 16일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교수는 6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교수가 8명이다. 자동차 중심 그룹답게 공대 교수가 4명에 달한다. SK의 신규 사외이사는 교수 3명, 전직 은행장 1명, 전 지방국세청장 1명이다. LG는 새로운 사외이사 8명이 모두 교수이며, 여성은 5명이다.

롯데는 여성과 기업인이 강세다. 12명 중 5명이 여성이며, 기업인은 4명이다. 여성 기업인 출신인 심수옥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해경 전 KB신용정보 대표는 각각 이달 말 롯데쇼핑과 롯데지주 사외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작년엔 기업인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사외이사 선임 시 전문성, 독립성, 다양성에 초점을 뒀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포스코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사외이사가 눈에 띈다.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포스코홀딩스),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포스코인터내셔널),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대표·윤현철 예일회계법인 회장(포스코케미칼) 등이 포스코 사외이사진에 합류한다.

한화는 교수 3명, 투자회사 임원 1명, 변호사 1명이다. 남부지검장 출신 권익환 (주)한화 사외이사 후보자는 매경·환경재단 주최 ESG리더십과정을 수료하면서 ESG 전문성도 갖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신규 사외이사 6명 중 5명이 여성이다. 변호사, 교수, 전 국회의원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10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 LG그룹, 현대중공업그룹에는 관료 출신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K, 포스코, 한화, GS, 신세계는 고위 관료가 1명씩에 불과했다.

◆ 여성 등기임원 8월부터 의무화


오는 8월부터 여성 등기임원이 의무화되면서 능력 있는 여성 사외이사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여성 등기임원 의무화 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이다.

10대 그룹 상장사 여성 사외이사는 총 74명에 달했다. 전체 사외이사 중 약 20%로, 지난해보다 8%포인트가량 늘었다. 올해 새로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는 32명(전체 41%)이다.

여성 사외이사는 기업의 바람막이보다는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ESG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화진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청와대 환경비서관, 김현진 SK디스커버리 사외이사는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최정현 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는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현주 LG화학 사외이사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다. 이윤정 삼성전기 사외이사는 대한변협 기업 ESG확대추진 TF위원이며, 최혜리 삼성증권·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다.

여성 사외이사를 직업군별로 분류해 보면 교수 19명, 변호사 6명, 기업인 6명, 전 국회의원 1명이다. 교수 전공은 법학 7명, 공학 5명, 경영학 2명 등이다.

작년에는 교수가 신임 여성 사외이사 중 약 70%(31명)를 차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실장은 "블랙록 등 국제 기관투자자들이 이사회 내 성(性) 다양성을 투자 대상 회사의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가 증가하는 것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일반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사외이사 결격 사유가 없는 등기이사로, 1998년 도입됐다. 사외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결의 사항이며, 주총 소집 통지 시 공고한 후보자 중에서 선임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는 사외이사 추천의 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 재선임 시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소속 사외이사가 자신을 추천하는 '셀프 추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10대 그룹에서는 한화시스템 등이 사추위 소속 사외이사 후보자(재선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사추위 소속 사외이사가 다시 이사 후보자가 됐을 때 본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주주권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미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재선임 시 사추위 위원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사외이사 셀프 추천을 제한하는 경우 이 같은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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