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꺼려지는 밀가루 음식,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으면 됩니다
[스타트업 취중잡담] 빵과 면으로 만들 수 있는 글루텐 프리 쌀가루 개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우리가 즐겨 먹는 면 요리나 빵의 식감을 좋게 만드는 성분이 밀가루 속에 든 단백질 ‘글루텐’이다. 하지만 ‘글루텐 불내증’(글루텐 민감성 질환)을 앓는 이들에게 밀가루 속 글루텐은 두통, 소화 불량, 피부 염증 등을 유발하는 독약이다. 심할 경우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까지 일으킨다.
푸드림스는 글루텐프리(Gluten-free·글루텐이 없는) 식품을 연구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글루텐프리 쌀가루를 개발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명 호텔과 항공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푸드림스의 나광균(55) 대표를 만났다.
◇건강검진센터 근무하며 깨달은 ‘예방’의 중요성
푸드림스는 쌀과 현미를 원료로 제빵, 제면, 제과용 쌀가루 3종을 개발했다. 제과제빵에 활용할 수 있는 글루텐프리 베이킹파우더, 코코넛 가루 등의 건강식품도 만든다. 온라인몰(https://bit.ly/3I1UC8F)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중이다.
전북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0년 ROTC(학생군사교육단)로 군 복무를 시작해 군에서 예산 편성, 운영을 담당했다. 소령 1차 진급을 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오랜 군 생활에서 벗어나 사회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전공을 살려 한국해외기술공사에 입사해 10년 동안 기업 회계 관리 담당자로 일했다.
2012년 건강검진센터 전문 의료 기관 ‘리더스 헬스케어’의 기획이사로 이직했다. 5년간 건강 검진 분야에서 일하면서 예전엔 몰랐던 문제들을 알게 됐다.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야 아픈 곳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간경화나 대장암처럼 심각한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을 매일 보면서 몸이 망가지기 전에 예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그때부터 운동과 식습관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빵 좋아하지만 먹고 쇼크 온 아이 위해 창업 결심
건강과 식습관 문제를 깊게 파고 싶었다. 2017년 건강기능식품 제조 업체의 경영 기획 파트로 직장을 옮겼다. 회사의 식품 개발자들로부터 과거의 실패담을 듣게 됐다. 누군가 좌절을 겪었던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도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어떤 이야기였나요.
“회사 초창기 홍국(누룩을 발효해 만든 붉은색 쌀), 강황 등의 성분이 가미된 쌀을 학교 급식실에 납품하는 일을 했었대요. 그때 서울의 한 베이커리 셰프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요. ‘쌀을 이용해 빵을 만들 수 없냐’는 문의였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빵집 단골 손님의 자녀가 빵을 너무 좋아하는데, 조금만 먹어도 글루텐 거부 반응을 일으켰대요. 심할 땐 쇼크가 와서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였죠.
그 사연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루텐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빵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대요. 그 셰프와 전국의 빵집을 수소문하면서 글루텐프리 연구에 돌입했죠. 그렇게 10개월 만에 글루텐프리 빵을 만들 수 있는 곡물 가루를 개발했는데, 출시를 못 했대요. 그때가 2013년쯤이었는데, 우리나라에 글루텐프리 식품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거든요.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거죠. 시장성이 부족해 보여 제품을 개발해놓고 출시하지 못한 겁니다.”
-자극받은 이유는요.
“글루텐프리 쌀가루 사업에 다시 도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건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으니까요. 글루텐프리 식품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2024년까지 글루텐프리 관련 시장 규모가 70억달러(약 8조6000억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있어요. 접근법을 차별화하면 승산 있을 것 같았죠. 그 이야기를 들려준 개발자들에게 ‘나와 다시 해보자’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밀가루에 대해 몰랐던 진실
2019년 8월 푸드림스 법인을 설립하고 개발자들이 만들었다가 출시하지 못한 글루텐프리 곡물 가루를 개선하기로 했다. ‘100% 글루텐프리’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밀가루 제품이 건강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부터 분석했다.
-제품 출시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시장 분석부터 시작했어요.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니까 밀가루 시장부터 공부했죠. 그 과정에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가루의 97% 이상이 수입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미국산이 약 70%고 나머지는 호주와 캐나다산이었죠.
문제는 ‘프리하베스트(Pre-harvest) 농법’이라는 수입 밀의 재배법에 있었어요. 수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발암물질로 알려진 글리포세이트가 함유된 제초제를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글리포세이트는 장 내 미생물을 손상해 염증성 장 질환과 피부 발진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죠. 밀 대신 쌀을 쓰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쌀을 대안으로 떠올린 이유는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하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 허용 기준이란 게 있는데요. 쌀의 글리포세이트 허용치가 0.05ppm인데 반해 밀은 5ppm이나 돼요. 밀에 쌀보다 100배 더 많은 글리포세이트가 축적돼 있어도 공급이 허용된다는 거예요. 충격받았죠. 그래서 수입 밀 대신 정부 공공 비축 쌀을 활용해 글리포세이트 사용 걱정이 없는 쌀가루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제조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요.
“성분 차별화였어요. 글루텐이 아예 들어가지 않은 온전한 논 글루텐(Non-gluten)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외국의 글루텐프리 빵가루에는 활성 글루텐(빵 반죽의 강도를 개선하기 위해 밀가루 속 단백질을 건조시킨 것), 변성전분(곡물에서 유래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것) 그리고 유화제, 팽창제, 강화제 등의 제빵 개량제가 들어가요.
저희는 글루텐과 첨가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걸 원칙으로 삼았어요. 2013년에 개발한 기존 쌀가루 제품에 함유돼 있던 소량의 타 곡물 전분까지 넣지 않기로 한 거죠. 제품 개선을 위해 셰프, 제약회사 연구원, 건강식품 개발자 등의 자문도 받았어요. 개량제 없이도 빵을 발효시킬 수 있도록 성분 연구를 도와주셨죠. 수십번의 시도를 거듭한 끝에 쌀과 식물 유래 식이섬유 복합성분 ‘파이버렉스(Fiberex)’를 이용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파이버렉스는 식이섬유에서 추출한 복합원료인데요. 글루텐을 대체해 반죽의 식감을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품질 인증은 어떻게 받았나요.
“글로벌 공인시험기관 SGS코리아를 통해 글루텐 시험분석을 받았어요. 제품에 함유된 글루텐 함량이 1kg당 20mg 이하면 글루텐프리라고 표기할 수 있는데요. 저희 제품은 분석 기계가 글루텐을 검출할 수 있는 용량의 한계치인 1kg당 5mg 이하라는 결과를 받았어요. 글루텐이 아예 없다는 소리죠. 밀가루를 비롯한 전분류를 생산 시설에서 철저히 배제한 덕분입니다.”
◇인지도 없이 출발, 항공사 호텔 납품 성공
2020년 5월, 제빵용 쌀가루를 출시했다. 소비자 성향에 따라 540g, 1kg, 3kg, 15kg 네 단위로 제품을 구성했다. 주성분은 쌀가루와 현미 가루, 포도당, 그리고 식이섬유 복합성분 파이버렉스다. 글루텐프리일 뿐만 아니라 식물 유래 성분만 활용해서 비건 제품으로도 분류된다.
2021년 8월부터는 제면용, 제과용 쌀가루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글루텐 프리와 비건 베이킹을 고수하는 사업자에게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워커힐 호텔 같은 큰 기업도 기내식과 조식을 만들 때 푸드림스의 쌀가루를 쓴다. 가정용은 온라인몰(https://bit.ly/3I1UC8F)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 중이다.
-생소한 제품이라 인지도를 올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출시 초반에는 소비자 반응이 미미했어요. ‘글루텐프리 제빵 제품’이라는 카테고리가 생소한 탓이었죠.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인지도를 올리는 게 시급했는데 홍보 비용이 충분하지 않아서 막막했어요. 빵이나 떡 같은 완제품 형태가 아니다 보니 제품을 직관적으로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블로그 체험단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체험단 분들에게 저희 제품으로 빵을 만들어 보게 한 후 수기를 작성해달라고 했는데요. 후기가 쌓이면서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글루텐 불내증과 이스트(빵을 부풀게 하는 밀가루 효모) 알레르기에 시달리다가 저희 제품 덕분에 10년 만에 빵을 먹었다는 분도 있었죠. 빵을 먹고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는 말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후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채식주의자, 자가면역질환자 등 다양한 소비자층이 저희 제품을 찾기 시작했어요.”
-제품이 총 세 가지인데 어떻게 다른가요. 활용법은요.
“제빵용, 제면용, 제과용 등 용도별로 있어요. 각 가루로 만들 주력 음식의 종류에 적합한 점성과 탄성, 염도를 설정해서 쌀과 천일염 등 성분의 배합량을 제품마다 달리했어요. 예컨대 제빵용은 빵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쌀과 파이버렉스 함유량을 높였고, 제면용은 간을 내기 위해 천일염을 첨가했죠.
활용은 전적으로 소비자 몫입니다. 빵, 수제비, 전, 케이크, 쿠키, 피자 등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어요. 밀가루라는 벽 때문에 먹지 못했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딱 3만명만 저희 제품을 이용해봤으면 좋겠어요. 글루텐 불내증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을 위해서 이용할 가치가 충분한 제품이라고 확신하거든요. 지금은 중간재를 생산하는 데 단계인데요. 여력이 된다면 글루텐프리 빵 같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요.
“버텨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도 그랬지만 초창기에는 누구나 자금 문제에 시달리는 등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갖고 있는 창업 아이템이 좋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겁니다. 저 역시 아직 큰 시장은 아니지만 최근 수요가 늘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수요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제품이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저처럼 제품이나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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