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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단독] 윤석열 ‘광화문 집무실’, 정부청사 총리실 자리에 추진

[단독] 윤석열 ‘광화문 집무실’, 정부청사 총리실 자리에 추진

정부청사 4~5개층을 ‘대통령실’ 전환 검토
인수위 1호 사업으로 검토 예정
기존 총리실, 과천청사로 옮길듯
대통령 관저도 광화문 인근으로

입력 2022.03.11 03:24
 
청와대에서 광화문청사로…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오른쪽)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왼쪽)가 한눈에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 때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내 국무총리실 공간을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고 대통령이 거주하는 청와대 내 관저도 광화문 인근에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실로 변모시키겠다는 이른바 ‘청와대 해체’ 구상이었다. 대신 청와대 터는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은 조만간 출범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광화문 청사 이전 특위(가칭)’를 설치하고 취임 때부터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 설치가 가능한지 현 정부 관계자와 상의했고 ‘보안 문제는 물론 업무 공간에도 문제없다’ 회신을 받았다”고 했다. 이 인사는 “윤 당선인이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일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인수위가 꾸려지는 대로 1호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공간 등을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 국무총리실 공간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도 “서울청사 국무총리실은 화상 회의 등을 열 수 있는 통신 장비와 보안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로 바꾸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정부서울청사 9층에 있는 국무총리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정부서울청사 네댓 층을 대통령 비서실·안보실 등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당선인이 새로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청와대 내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처 관련 사무실도 정부서울청사에 입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현재 총리는 1주일에 평균 사흘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서울청사 총리실을 없애더라도 공무 수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총리실은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약해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청와대 해체 공약을 내건 것이다. 그러나 집권한 후에는 경호상 한계와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백지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을 내걸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시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호 문제와 보안 시스템 증축 비용 등이 문제 되면서 공약은 실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공약 파기 배경을 밝히며 “경제가 엄중한 시기에 많은 리모델링 비용을 사용하고 행정상 혼란도 상당 기간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경호·의전 등에 대한 실무 검토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청와대 인원을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인력을 줄이는 만큼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안보실 등을 정부서울청사로 충분히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영빈관이나 헬기장 등 다른 청와대 시설은 평소엔 시민들에게 개방하되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근은 “윤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수차례 집무실 이전 가능 여부를 참모진에게 확인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청사 리모델링 비용으로 50억원 안팎을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식 이후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 또는 삼청동 안가(安家·안전 가옥)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하면 청와대 안에 있는 관저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호 문제를 자문한 결과 정부서울청사와 가까운 두 곳이 경호상 관저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삼청동에 있는 총리 공관과 안가는 정부서울청사와 2㎞ 정도 떨어져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이동 시 주변 도로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경호한다. 삼청동 총리 공관, 삼청동 안가에서 광화문 정부청사까지 통행로는 통행량이 다른 도심부만큼 많지 않아 경호상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이 정부청사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공개되는 만큼 외부에서 위협당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대통령 경호처와 상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호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며 대통령이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고, 경호는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은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청동 금융연수원은 이명박·박근혜 당선인 인수위도 이용했다.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는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를 썼다. 윤 후보 집무실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를 보좌할 비서실도 함께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의사 결정 시스템도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지금은 청와대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 갈 때 차를 타고 가지 않느냐.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과 비서진이 있는 웨스트윙을 언급하며 “오벌 오피스 주변에 참모가 있고 웨스트윙에 전문가가 밀집해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다”고 했다. 대통령과 참모 간 간극을 좁혀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