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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 강행... ‘냉전 종식 후 30년간 이어진 평화 끝났다’

 

푸틴,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 강행... ‘냉전 종식 후 30년간 이어진 평화 끝났다’

입력 2022.02.24 18:33 수정 2022.02.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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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현실로]
24일 새벽 "돈바스 군사작전 개시" 선언
"누구든 개입할 경우 경험하지 못한 결과" 경고
수도 키예프, 남부 오데사 등 전역에서 포성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벨라루스에서 탱크 남진
정부군 40명 이상 사망, 민간인도 10명 안팎 사망
우크라이나 계엄령 선포, 국제지원과 대응 촉구
美바이든 "단호한 방식 대응"...국제사회도 비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프 인근 추기예프 군 공항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하르키프=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를 전격 선언한 직후, 러시아군의 전방위적인 공격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단행됐다. 우크라이나군도 응전하면서 전면전 양상은 현실화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시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대러시아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하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시사하는 등 국제사회도 러시아를 향한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후 30여 년간 유지된 세계 평화체제는 가장 큰 위협에 놓이게 됐다.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반미 연합'이라는 신냉전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전선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충돌할 경우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위험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CNN,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새벽 푸틴 대통령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공영 방송에 등장해 “우크라이나군은 무장해제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며 “러시아군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혈충돌의 모든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계획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누구든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려 한다면 즉각적인 대응을 취할 것이며 이는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을 향해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을 방문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상호협력조약 서명 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사작전을 지시,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날 새벽부터 키예프 인근에선 10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공습 경보가 울려 퍼졌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키예프와 인근 보리스필 국제공항을 포함해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북동부 제2 도시 하르키프, 남부 흑해 인근 항구도시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AFP는 이날 오후 "러시아군이 키예프 지역 북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키예프 서쪽으로 탈출하려는 차량 행렬도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프에 파견된 CNN 특파원은 생방송에서 “이곳에서도 폭발음이 끊임 없이 들린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항구도시 오데사에 상륙해 북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AFPㆍ로이터통신은 동부지역보다 러시아 공습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부 도시 리비프에서도 포격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쪽과 북동쪽 러시아는 물론, 북쪽 접경국 벨라루스, 러시아가 병합한 남쪽 크림반도 등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진행된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러시아군 탱크와 다른 군장비 등이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북부로 진입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러시아군은 성명을 통해 “초정밀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비행장, 항공, 방공 시설 등 군사 인프라를 겨냥했다”며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이날 오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인용해 "정부군이 40명 이상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했으며 민간인도 10명 안팎 사망했다"고 전했다.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 거리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전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오전 자국 영공 비행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리의 군사 기반시설과 국경수비대를 공격했다”며 “국가 전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도 끊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의 침공에 반격, 영토를 침범한 러시아 항공기 5대와 헬기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유럽과 세계의 미래가 위태롭다"며 "세계는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를 비난하고 제재 강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푸틴 대통령은 비극적인 인명 피해와 고통을 가져올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며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가져올 희생과 파괴에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단결되고 단호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CNN에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며 러시아 최대 은행인 국영 스베르방크와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 및 그 가족들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모하고 이유 없는 공격'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연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근 동부 유럽 지역에 병력을 강화하고 해양 병력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토로 병력을 보낼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서방은 러시아의 공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 각국이 반러 연대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