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최악' 일순 없다?…올림픽서 본 '중국몽'의 미래
- 신윤재 기자
- 입력 : 2022.02.19 06:01:01 수정 : 2022.02.19 09:41:33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보는 연재코너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획득후 어제 귀국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분명 중국인들과 올림픽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어디서도 이번 대회가 탁월함, 우정, 존중이라는 올림픽 정신과 평화, 정치적 중립이라는 올림픽 이상에 부합했다고 보는 시각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개최국 어드밴티지는 어느 스포츠 대회든 있기 마련이라지만 상식을 벗어난 판정과 봐주기, 도핑 논란으로 공정성 시비가 어느 때보다 크게 불거졌죠. 여기에 인권 탄압 정당화 등 노골적 정치 선전으로 외국 선수단과 취재진 사이에서는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시진핑 심복' 대회 조직위원장의 도넘은 개인 찬양
지난 4일 열린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차이치 서기.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개회식은 시작부터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대회'로 비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공산당위원회 서기는 시 주석의 개회 선언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인사에 앞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몸소 추진하시고 지도해주시는 가운데 우리는 깨끗하고 개방되고 간소화된 대회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마치 시 주석을 위해 올림픽이 유치되고 시작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발언이었죠.
차이치 서기는 입만 열면 시 주석을 찬양하는 자타공인 '시진핑 숭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연달아 시 주석과 일했던 인연으로 현재 위치까지 올라온 인물이죠. 시진핑 정권 출범 직후 상경해 2017년 베이징시 당 서기에 전격 발탁됐고 동시에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도 맡게 됐습니다. 같은 해 열린 19회 당대회 직후 시 주석이 "요새 베이징의 경치가 너무 요란해 보기 안 좋다"고 한마디 하자 시내 광고 간판을 전부 내리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때 철거된 간판이 2만7000개를 넘었다고 하죠. 수도 베이징의 화려한 모습이 순간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간 듯 우중충해지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다행히 명령은 유야무야됐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반칙왕`으로 등장하는 영화 `날아라 빙판위의 빛`. 올림픽 기간 개봉한 이 영화는 IOC에 고발 당한 상태다. [사진=웨이보 캡처]
한복, 위구르족…'평화의 제전' 채운 정치 선전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는 한복에 가려 덜 부각돼 보였을지 몰라도 사실 국제적으로 더 큰 논란을 낳은 건 개회식 종반에 성화를 점화하기 위해 등장한 위구르인이었습니다. 신장위구르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항의에 직면한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의도가 담긴 것이었습니다. 이는 수많은 증언과 의문점에 답하는 대신 자신들이 선발한 위구르인 한 사람을 내세워 진실을 윤색하고 정당화하려는 값싼 정치 도발로 해석됐습니다. 신성한 올림픽 개회식은 한족을 중심으로 들러리 선 55개 소수민족이 오성홍기를 옹립하고 위구르인이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서 대미를 장식하는 선전의 장으로 전락했죠.
[그래픽=조보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수민족을 모두 한화시켜 하나의 중화민족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2020년 도입된 '이중언어교육' 정책에 따라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모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데 제한을 받게 된 것도 이 같은 전략과 궤를 같이합니다.
선수촌 앱 'My2022' 논란…中서 '디지털 감옥' 구현되나
[그래픽=조보라]
지난해 '완벽한 경찰국가(The Perfect Police State)'라는 책을 통해 중국의 감시 체제를 고발한 미국 언론인 제프리 케인은 한층 더 강하게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My2022는 도청·녹음이 가능한 스파이웨어로, 사용자는 일거수일투족이 해킹될 수 있음을 항시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유명 선수의 경우 위험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외국 선수단·언론인 등이 약점으로 잡힐 만한 정보를 도난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죠.
중국은 인구당 감시카메라 대수 상위 20개 도시 중 18곳이 있는 '감시카메라 대국'입니다. 중국 전역의 감시카메라 대수는 연내 6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기술적으로도 현재 중국의 안면인식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케인은 이런 기술들이 신장에서 실험을 거쳐 실용화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위구르인들은 스마트폰에 '징왕웨이스(淨網衛士)'라는 앱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 앱은 사진과 음성, 통화 이력 등의 검열에 쓰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특별 관리하는 지역인 만큼 신장에서는 통신과 영상 정보를 개인정보와 연계한 AI 기술이 주민들의 행동 예측에 활용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앱은 일견 My2022와도 닮아 보이는데, 이는 신장에서 구현되고 있는 '디지털 감옥'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中이 추구하는 '함께하는 미래'의 모습은?
2020년 정협 폐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을 비추고 있는 대형 스크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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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내부 결속에는 성공했을지언정, 대외적으론 결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품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소프트 파워의 빈곤함만 더 각인시켰을 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일이면 베이징 당국은 '성공적인' 올림픽의 종료를 자축하고 모든 공을 시 주석의 영도력에 돌리는 대대적 선전에 돌입할 겁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시주석의 중국은 올가을 마오쩌둥 이후 첫 3연임 시대를 공식화할 예정입니다. 1당 독재 차원을 넘어 1인 전제정치를 위한 물 샐 틈 없는 감시가 현실이 되는 국가. 디지털 빅 브러더가 지배하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요주의 인물을 사전에 포착해 체포하는 미래를 그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이 되는 사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시 주석의 중국이 내세우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그간 보여준 행보들을 떠올리면 주변국들과 '함께하는 미래'가 아닌 중국 '홀로 가는 미래' 라는 건 자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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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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